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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세이 ]
우체통을 찾으며 |2022. 08.03

빨간색이다. 반갑다. 아니 고맙다. 없어지지 않고 있어 준 것도, 이만큼 가까이에 있는 것도, 이리 쉽게 눈에 띄어준 것도 고맙다. 빨간 우체통 앞에서 가뿐 숨을 가다듬으며 편지를 넣는다. 언제부턴가 편지 쓰기가 부담스러워졌다. 편…

징검다리를 건너며 |2022. 07.27

오늘도 아내와 함께 징검다리를 건넜다. 광주천을 산책할 때마다 징검다리를 건너면서도 징검다리를 놓아준 고마운 사람들을 잊고 살아왔다. 우리 주위에는 징검다리처럼 고마운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는 부모 형제, 훌륭한 은사님,…

개량종 유감(遺憾) |2022. 07.20

고향 선운사의 동백은 품위 있는 자태로 내 마음에 들어앉아 있다. 잎이 차지할 수 있는 푸르름의 여백을 한껏 내어주고 최소한의 공간만을 깔끔하게 지켜내는 핏빛의 꽃잎들. 상흔(傷痕) 하나 입지 않은 순결한 몸으로 툭 떨어져 눕는 꽃…

동백꽃과 노랑이 |2022. 07.13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멍멍멍 개 짖는 소리를 겹겹의 꽃잎으로 포갠 듯한 동백꽃이 이쁘다. 입맛 다시며 비린 바람을 발라먹고 햇살까지 한입에 받아먹은 동백꽃이 탐스럽다. ‘노랑아’ 하고 부르면 금방이라도 쪼르르…

목화를 보며 |2022. 07.06

참 오랜만이다. 얼마 만인가. 손바닥 모양의 가장자리가 톱날 같은 잎을 씩씩하게 뻗고있다. 아마 조금만 더 있으면 잎겨드랑이에서 꽃대가 나올 것이고 그 꽃대 끝에선 꽃이 피어날 것이다. 목화(木花)다. 너무 오랜만에 보니 반가움에 …

어부바 |2022. 06.29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나 식당엘 갔다. 코로나 때문인지 식당이 널널했다. 장사가 안 돼서 식재료가 오래 되었는지 음식이 게미(감칠맛)가 없었다. 갑자기 옆자리에 어린아이가 시끄럽게 울었다. 아이 엄마와 함께 있던 할머니가 손님…

고향의 모내기 |2022. 06.23

풀무치 한 마리가 공중 곡예를 휭- 돌다가 저만치 내려앉는다. 커다란 물 주전자를 들고 낑낑대던 여자아이는 신발을 벗어들고 살금살금 까치발 걸음이다. 어느새 알아차리고 포르르 날아가 버리는 풀무치를 멀거니 올려보다가 시루봉에 …

다림질 |2022. 06.15

다림질을 하려는데 꽃무늬 셔츠의 단추가 떨어져 있다. 단추를 달려고 반짇고리를 연다. 잡식성의 바늘은 단추를 먹어 치우며 안과 밖을 잇는다. 바늘은 뜯어지는 속성을 나무라듯 짱짱하게 매듭을 짓는다. 꽃무늬 셔츠에 물을 뿌린다. 옷…

내일 |2022. 06.08

전화가 왔다. 아내가 사고를 당했단다. 자전거로 운동을 나갔나 본데 돌아오는 길에 넘어지면서 오른쪽 다리가 네 군데나 골절되된 것이다. 이번 달엔 아내도 나도 중요한 일들이 많은데 당장 입원하고 수술을 받아야 하니 모든 일이 중단…

똥돈 줍기 |2022. 06.01

그날은 허탕이었다. 술이 취한 박호 아버지가 변소에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박아! 니 아부지 똥 좀 누라 해라.” “멍충아! 어찌 쌩똥을 싸라고 하냐?” 우리들은 부질없는 일을 기대한 것이 계면쩍어 그냥 들녘으로 달렸다. 보리…

감나무 밭에서 |2022. 05.25

헤살헤살 손짓하는 바람 탓이었으리라. 과밀하게 솟은 새순이라도 좀 쳐줄까 싶어 전지가위를 들고 감나무밭으로 나왔다. 옆집 아저씨로부터 일장 연설을 들었건만 정작 나무 앞에만 서면 갈팡질팡 헤맨다. 어린 감나무가 심어진 조그마…

열쇠 |2022. 05.18

벚꽃이 화사하다. 회색빛의 깡마른 벚나무의 몸 어디에서 봄날이 시작되는 걸까. 무단횡단하듯 봄의 건널목을 건너는 저 꽃빛에 홀려 발걸음을 멈춘다. 수년 전 그때도 이즈음이었을 것이다. 옥상 텃밭에서 물을 주고 있는데, 벚나무 가…

잡초가 된 민들레 |2022. 05.11

예전에 교직에 있을 때의 일이다. 선생님이 학생을 ‘잡초’라고 꾸중했다고 자살을 했다. 말썽을 부리던 여학생을 지도하면서 선생님이 실언을 한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잡초처럼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하여 세상을 떠났다. 선생님도 …

5월이면 |2022. 05.04

5월이어서일까. 하늘빛 물빛이 달라졌다. 겨우내 조금은 검다싶던 물빛이 3월 4월을 지나면서 맑아지는 것 같더니 5월이 되자 푸른 산그리메며 초록 이파리 색에 물이라도 들었음인지 맑은 푸른 빛이다. 하늘도 그렇다. 회색빛에 가깝던…

불(火) |2022. 04.27

그날의 불은 정녕 허상이었을까. 어른들 모두 눈빛으로만 끄덕이며 묻어버린 은밀한 기억 속의 일. 건너 뜸 ‘애단’ 언니가 이웃에 사는 친척 오빠와 눈이 맞았다는 괴이한 소문이 나돌았다. 온 동네에 알 수 없는 기류가 극에 달할 즈음…

봄 햇살 |2022. 04.13

오랜만의 외출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올봄은 유난히도 더디게 오는 듯하다. 찬바람이 제법 불어오지만 쾌활한 표정의 봄이 다가오고 있다. 그 봄을 제일 먼저 마중하고 싶어, 산에 간다. 얼마 전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프리지어의 선물 |2022. 04.06

훅! 깜짝 놀랐다. 거실의 중문을 열자 몰려든 향기에 숨이 멎을 번 했다. 꽃 멀미, 향기 멀미다. 밤새 이만큼이나 향기를 뿜어냈나 보다. 새봄이라며 후배 문인이 프리지어 꽃바구니를 보내왔다. 샛노란 꽃들이 너무나 이쁘다. 세어보았…

돌연변이 아이들 |2022. 03.31

어떤 부모는 자기 아이를 돌연변이라고 한다. 분명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타고났을 텐데도 부모를 닮지 않은 것 같다고 한다. 이유인 즉, 아이들이 부모세대와는 너무 다른 사고방식과 별난 행동을 하기 때문이란다. 특히 스마트폰에 중독…

봄이 오는 강변에서 |2022. 03.23

햇살을 쫓아 강변으로 나왔다. 감기, 미세먼지 운운하는 식구들 성화에 동장군을 맞으러 가는 차림새지만, 마음만은 이미 한 마리 나비가 되어있다. 꽃샘의 매운 바람결을 받으며 천천히 걷다 보니 문득 자연의 일원 중에 사람이 가장 게…

|2022. 03.16

나무 식탁을 수십 년째 쓰고 있다. 어느 날 식탁 상판의 옆면에 작은 틈이 생기더니 쩍쩍 벌어져 갈라지기 시작했다. 새로 살까 고민하다가 못질 몇 번 하면 다시 짱짱해질 것 같아서, 상판을 뒤집어 바닥에 내려놓고 탕, 탕, 탕 못을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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