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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생명, 그 눈부신 아름다움

봄, 봄을 본다. 생명의 봄이다. 봄은 돌아오는 계절이다. 하지만 떠나는 것도 있다. 해서 산다는 것은 때로 슬픔을 이겨내는 것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속수무책으로 떠나는 이들을 망연히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슬픔으로 가슴에 안은 게 두 달 새에 여섯 분이나 된다. 원로 수필가 네 분과 시인 두 분이 1월과 2월 두 달…

#2023031501000471200014251#   |    2023.03.15 19:07

꽃향기에 술이 취하다

봄 뜨락에 달빛이 은은하다. 혼자 술을 마시다 달빛에 이끌려 술병을 들고 마당으로 나왔다. 정원이 아름다워 조경상을 두 번이나 받은 우리 아파트 화단에는 매화, 산수유 등 봄꽃들이 피어 화사하다. 새로 지은 무등산아이파크로 이사 오던 해에 분재에서 옮겨 심은 홍매화가 붉게 피어 향기롭다. 이백(李白)의 시 ‘월하…

2023.03.09 09:06

봄이 오는 뜰에서

빈틈 없이 여며두었던 커튼을 활짝 열어젖혔다. 창틀을 넘나들던 햇살을 따라 싱그러운 바람 한 자락이 와락 밀려든다. 온 집안이 소생의 소리로 출렁거린다. 탁자 위 난초 화분에서도 신비로운 생명의 기척이 있다. 지난겨울 폭설로 울음 터가 되어버린 시골집 마당이 떠오른다. 밖으로 뛰쳐나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2023.03.01 23:55

가시

선인장 화분을 옮기다가 넘어져 몸에 가시가 박힌다. 몸에 뿌리를 내리는 사막의 뼈가 날카롭다. 누구에게도 말 못 할 속내를 바람벽에 적기 위해 가시연필을 예리하게 깎아 한 자 한 자 쓰고 있었던 것일까. 가시가 빠지지 않는다. 도망치듯 사막을 떠난 뼈가 잡힐 듯 말 듯 숨어 있다. 함부로 들여다볼 수 없는 그 은밀한…

2023.02.22 23:55

옷이 무겁다

인디언들은 2월을 ‘삼나무에 꽃바람 부는 달’이라 했다. 꽃바람, 봄이 오고 있다는 말쯤으로 들린다. 그래서일까. 아침에 코트를 입으려는데 어제는 느끼지 못했던 무게감이 느껴졌다. 신기했다. 밤사이에 옷이 더 무거워진 것은 아닐 텐데 옷을 꺼내 입으려는 내 손에 느껴지는 무거움은 이젠 이 옷 그만 입으라는 것 같…

2023.02.15 23:55

웃는 얼굴이 행복하다

한국 사람들은 잘 웃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이 잘 웃지 않는 것은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웃음이 헤픈 사람은 점잖지 못한 사람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보고 악어와 같다고 한다. 얼마나 얼굴 표정이 무뚝뚝하면 험상궂은 악어에 비유했을까? 얼굴은 ‘얼의 꼴’로 그 사람…

2023.02.08 23:55

매듭

졸업의 계절이다. 코흘리개 유치원 아이들로부터 시작해 학위를 받는 대학생들에 이르기까지 인생 여정 속의 한 장을 접느라 부산하다. 대체로 조촐하게 치르는 입학식과는 다르게 졸업식장은 축하 분위기로 들떠 있다. 끝보다는 시작의 의미를 크게 생각하는 우리의 정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아마 무사히 마침에 대한…

2023.02.01 23:55

폐가

골다공증을 앓은 지붕의 한쪽이 내려앉아 있다. 인기척을 벗은 폐가는 꽤 오랫동안 비워져 있는 듯하다. 무너진 벽에서 시름시름 곰팡이 핀 울음이 보인다. 사람들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일이 사라져, 어느 날 갑자기 실직당한 폐가는 많은 시간 우울증을 앓았을 것이다. 실의에 빠졌던 감나무의 산발한 머리가 아직도 떡…

2023.01.25 17:05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이다 보니 오고 가는 인사마다 ‘복 많이 받으세요’이다. 참 듣기 좋은 말이다. 복이란 말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해서 우리 생활 속에도 조금만 눈여겨보면 숫가락에도 복, 베개에도 복, 그릇에도 복이 새겨져 있었다. 그만큼 복은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것이고 가장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복…

2023.01.19 12:20

떨켜

하늘에 별똥별이 떨어지듯 나뭇잎이 떨어진다. 나무는 겨울이 오기 전에 떨켜를 만들어 스스로 잎을 떨어뜨린다.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다. 인간도 낙엽과 같다. 늙으면 나뭇잎 떨어지듯 자연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사람들은 두꺼운 옷을 입는다. 야생동물들도 겨울나기를 위해 털…

2023.01.11 17:44

‘말을 할 때는 상대방의 눈을 응시하며 정확한 발음으로 마음의 진실을 전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말도 그런 자세로 들어야 한다.’ 가끔 독백처럼 읊조려보는 대화의 상식이다. 학창 시절, 존경하고 따랐던 작문 선생님은 잠시 성우를 하셨던 분이었다. 시냇물이 흐르는 듯한 자연스런 목소리는 물론 발음, 단어와 단어 …

2023.01.04 18:39

압력밥솥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봄솥의 꽃망울들이 칙 칙 칙 기적 소리 내며 꽃잎 열고 있다. 뜨거운 혁명처럼 봄의 밑바닥은 달궈져 소란하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봄의 추가 칙 칙 칙 맹렬하게 달리며 꽃피우고 있다. 나도 한때 봄날 같은 청춘의 솥에 쌀알 같은 신앙 한줌과 꿈 한줌을 넣고 열정의 불…

2022.12.28 18:20

대단하고 황홀한

나이만 들면 그냥 할아버지가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나이는 나이일 뿐 외모로 보여지거나 법적인 나이 따라 그렇게 불려질 수는 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최소한 손자나 손녀가 있어야만 할아버지가 된다. 말하자면 손주가 할아버지라고 불러줄 때에야 비로소 할아버지가 되는 것이다. 동생처럼 지내는 k교수한…

2022.12.21 17:43

메타세콰이아 여인

20여 년 전, 어느 문예지에 등단작가 수필 심사위원을 할 무렵이었다. 몇몇 투고자의 작품과 함께 촌스런 이름을 가진 어느 여성의 수필이 내 이메일에 갇혀 있었다. 문예지 회장에게 전화를 하여 그녀의 수필은 등단시키기엔 미흡하다고 했더니 고쳐서라도 꼭 등단을 시켜달라고 했다. 얼굴도 모르는 여인에게 전화를 했…

2022.12.14 19:58

12월의 일상

12월 OO일. 두 마음의 나를 보았습니다. 잿빛 안개에 싸인 거리 곳곳에서 문득문득 만나곤 하는 대상 없는 그리움, 슬며시 그 뒤를 따라 들어와 감당할 수 없게 하는 쓸쓸함. 그 둘은 타협 없이 맞서는 평행선처럼 보이지만 서로를 품어 안아 싹을 키우는 동조자임을 알았습니다. 한 가지에서 난 꽃송이처럼 함께 피어나…

2022.12.08 09:36

스니커즈

백화점에서 철 지난 계절 떨이하듯 신발을 싸게 팔고 있다. 때 마침 과속으로 치닫는 걸음을 지탱해 온 구두는 낡아 있다. 신발끈을 묶지 않고 조였다 푸는 방식의 신발이 눈에 띈다. 유행을 팔기 위해 하고픈 말이 많아 보이는 신발이 반짝반짝 빛난다. 신어 보니 엄청 편하다. “이 소가죽 스니커즈는 양복에도 잘 어울…

2022.11.30 18:11

예쁜 냄새

손녀가 나를 보자 냅다 달려와 품에 안긴다. 나도 꼬옥 안아준다. 아이의 작은 가슴에서 팔딱이는 숨소리가 가슴으로 느껴진다. 귀보다 가슴으로 듣는 소리가 더 좋은 것 같다. 매 주일 우린 이렇게 교회에서 만난다. 뭐가 그리 바쁜지 좀처럼 한가롭거나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없다. 아이들도 바쁘고 제 아빠 엄마도 마…

2022.11.23 17:02

꼬꼬마

하늬바람 부는 계절이면 연을 날리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 연을 만들어 하늘 높이 날려 나의 소년 시절의 소담한 꿈을 아이들에게 오롯이 전해주고 싶은 것이다. 나는 연날리기를 좋아했다. 학교를 마치면 감나무에 매달아 두었던 가오리연을 가지고 빈 들판 바람받이 언덕에서 동무들과 함께 연을 날렸다. 동무들 중에는 …

2022.11.16 18:44

가을날, 문득…

순전히 소슬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 탓이었다. 창망하게 드높은 하늘도 한몫했다. 소설 속의 주인공 소화(素花)를 찾아 나서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불쑥 길 위에 섰다. ‘태백산맥’의 무대 벌교로 가는 길, 주암호를 건너 석거리재에 이르는 동안 길가엔 코스모스가 온 힘을 다해 가을을 피워내고 있다. 흰 꽃이라는 뜻의…

2022.11.09 16:26

헛꽃

목수국 꽃이 탐스럽다. 헛것의 힘으로라도 넘보아선 안 될 것을 넘보고 싶다는 뜻일까. 헛꽃이 화려하다. 가녀린 줄기에 달린 한 무더기의 허세. 나도 저 허황기처럼 영웅이 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헛꽃을 피운 적이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하루는 친구가 자신의 딱지를 자랑했다. 그 당시 우리는 색이 바랜 …

2022.11.02 22:35

동짓달 열이틀

한 해 중 가장 마음이 급해지는 달이 동짓달일 것 같다. 동짓달은 그 해의 달력 마지막 한 장을 남기기 전의 달이기에서만이 아니라 올 한해도 다 가고 있네 하며 한 해의 끝을 실감하는 때여서이다. 하지만 내게 동짓달은 또 다르다. 바로 내가 태어난 시작의 달이면서 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마지막의 달이기 때문이다…

2022.10.26 18:05

마음의 빛깔

마음은 인간이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이다. 과학자들은 사람이 하루에 6,000가지의 생각을 하며, 즐거움, 사랑, 희망, 슬픔, 분노, 질투, 역겨움, 두려움, 죄책감의 아홉 빛깔의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이러한 감정은 지혜나 경험, 습관에서 비롯된 생각들이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마음 상태에 따라…

2022.10.20 13:24

뒤늦은 축복

안경 도수를 좀 낮춰도 되겠다는 안경사의 말이 믿어지지 않는다. 뱅글뱅글 도는 무거운 안경으로 인해 생긴 일들이 앞뒤도 없이 와락 밀려든다. 여름이면 땀에 뒤범벅이 된 얼굴 위로 자꾸만 흘러내리는 안경의 불편함이나, 추운 겨울 김이 서려 더듬거리던 일들은 그래도 참을 만했다. 학창 시절 시험공부를 하다가 엎드린…

2022.10.12 19:09

나만의 종교, 수석

지인으로부터 매미 무늬가 있는 수석을 선물받았다. 금방이라도 날갯짓을 할 것만 같았다. 저 매미 무늬는 수천 년 동안 돌 속으로 들어간 비바람과 햇빛과 움직이는 지층의 힘으로 목숨을 이어왔을 것이다. 여름과 겨울을 뒤집어쓰고 천적이 없는 돌 속에서 짱짱한 날개와 푸른 목소리를 완벽하게 꿈꾸었을 것이다. 과거 …

2022.10.05 17:37

별대추가 열렸다

대추가 열렸다. 3년 전에 심었던 대추나무다. 많이 열리진 않았으나 제법 알 굵은 몇 개가 저도 대추란듯 호기롭게 열려있다. 참으로 신기하다. 누가 저더러 대추라며 대추를 열라 했는가. 아니다. 제가 대추인 줄 알고 스스로 알아서 대추를 연 것이다. 어느 시인의 말만큼 햇살 한 줌 바람 한줌 천둥 한 소리의 사랑을…

2022.09.28 16:09

영혼처럼 빛나는 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어머니! 아버지! 가만히 불러보면 눈물이 난다. 청소년 시절에 병환으로 세상을 떠난 부모님은 영원한 그리움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내 삶에 있어 부모님의 부재는 어두운 세월 저편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동안 부모님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문학 작품을 통해 하소연한 바 있지만 나이가 더해 갈…

2022.09.21 20:42

은둔

어느 해인가 가을이었지 싶다. 깊은 산골짜기에 세상과의 인연을 접고 숨어 있는 한 부부를 찾아간 적이 있다. 부부는 자식을 버린 죄인이 살아 무엇하겠냐며 빛조차 차단된 방안 깊숙이 웅크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조용하고 아름다운 읍내(邑內)에서 함께 자랐다. 심하게 앓은 소아마비 때문에 몸 상체를 …

2022.09.14 16:19

맨드라미 꽃차

물을 붓자 찻잔에서 맨드라미꽃이 붉게 핀다. 저 붉음은 최선을 다해 붉어지고 독해져야만 뜨거운 여름을 건널 수 있다는 뜻일까. 붉다 못해 독해지는 것이 삶의 수단이었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위협적인 열정 같기도 하고 치명적인 독 같기도 한 맨드라미가 물을 머금자, 닭의 볏처럼 꽃잎을 활짝 연다. 퇴로가 없는 …

2022.09.07 17:51

전설속으로 가다

여행은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러 가는 것이기보단 그가 보여주는 것을 보러 가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제24차 한국수필 해외심포지엄은 2020년에 갈 거였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출발하려다 코로나로 멈추고 말았었다. 그러길 만2년 그때보다 더 크고 부푼 꿈을 안고 대한항공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울란바토르에 도…

2022.08.31 17:07

살아있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살아있는 것들은 아름답다.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아름답다. 우리 인간도 모든 동식물과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야 아름답다. 그래서 행복한 삶이란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우리가 자연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은 들에 핀 풀꽃처럼,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자연스럽게 이 세…

2022.08.2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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