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는 생존의 문제다

이연수(경제부장)

2023년 02월 07일(화) 18:28
정부광주지방합동청사 실내온도는 어김없이 17도다.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의해 난방 가동시 평균 17도 이하로 실내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겨울철 17도에 맞춰진 실내온도에선 겉옷을 입지않고는 근무하기 힘들다. 에너지 대란에 전 국민이 불편을 감수하는 상황이지만 건강 문제와 함께 업무 효율성도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지난 설 연휴엔 부모님이 거주하시는 아파트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거실에 외투를 벗고 앉은지 20여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외투를 껴입었는데, 실내 온도가 너무 낮았던 탓이다. 연로하신 부모님은 난방기를 22도에 맞춰놓고 생활하신다고 했다. 하루에 한 번 난방기가 대체 가동이나 될까 싶은 온도다. 이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라고 설득했지만 어르신들의 난방비 걱정은 내복, 실내화, 두꺼운 옷과 함께 고집스럽게 겨울 내내 22도를 고수하고 있다.



#‘난방비 폭탄’에 시린 겨울



서민들이 유난히 시린 겨울을 나고 있다. 지난달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가스·난방비 등 연료 물가가 1년 새 30% 넘게 상승하며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고금리, 공공요금 인상에 가뜩이나 지갑은 얇아졌는데 난방비 급등은 지난 달이 시작일 뿐이다. 강추위가 몰아친 1월의 난방비를 받아들 2월이 더 걱정이다. “정말 큰일”이라며 코로나 때보다 더 팍팍하다는 자영업자들의 하소연도 크지만 취약층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깊어지는 난방비 시름에 정부가 취약계층에 예비비로 총 1,8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가운데 지차체들도 앞다퉈 자체 재원으로 별도 긴급 지원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난방비 폭탄이 일시적인 상황이 아니며, 정부 대책은 올 겨울 한시적으로 적용될 뿐이라는 데 있다. 정부는 가계에 미치는 충격을 고려해 올 1분기까지는 요금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2분기에는 다시 올릴 수밖에 없다.

도시가스 요금에 연동되는 LNG의 수입가격 폭등이 난방비 급등의 결정적 원인이다.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은 폭등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다며 위협했다. 공급은 줄었는데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스 가격은 폭등했다.

전기요금 폭등으로 몸살을 앓고있는 유럽에서는 지난해 겨울철 난방 수요가 늘기 전부터 일찌감치 난방비 대책을 마련했다. 독일은 9월 소득세 납부자에게 에너지 가격 보조금을 인당 300유로(약 40만원)씩 지급한 데 이어 연금생활자와 학생에도 각각 300유로와 200유로를 지원했다. 올해부터는 사용량의 80%까지는 1KWh당 전기·가스요금을 각각 40유로센트(약 537원), 12유로센트(161원) 할인해준다.

영국은 지난해 10월 에너지 비용 상한제를 내놨다. 가구당 연간 전기·가스요금이 2,500파운드(약 383만원)를 넘으면 그 차액을 국가에서 보조해주는 제도다. 또 90만가구에 연료비 보조금 400파운드(약 61만원)를 지급하며, 바이오매스나 난방유 등 대체연료를 사용하면 200파운드(약 31만원)를 추가로 지원한다.

프랑스 하원은 지난해 7월 ‘구매력 보호 법안’을 입법해 연말까지 가스 가격을 동결하고 휘발유 보조금도 리터당 18유로센트(약 241원)에서 30센트(약 402원)로 올렸다. 올해도 전기·가스요금 인상 폭을 15%로 제한할 계획이다.



#시기·속도 조절할 순 없었나



우리나라도 작년부터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요금이 각각 4차례나 오르며,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상승의 파급이 사전에 예측된 상황이었기에 시기와 속도를 조절해 국민 생활에 미칠 치명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는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람이 살기 위해선 에너지가 필수다. 즉 에너지는 생존이다. 전기, 가스요금 등의 인상은 생존문제와 직결돼 있다. 난방비 폭탄과 이로 인한 물가상승 압박은 심각하다. 다가오는 여름에는 ‘전기요금 폭탄’이 예상된다. 전기든, 가스든 이제 값싼 에너지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재생에너지, 수소산업 등 에너지전환에 장기적으로 대비하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에너지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요금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해 나가면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소비를 줄여 이 심각한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기 위해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 추위에도 난방을 끄고 버티려는 어르신들의 절약정신을 만류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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