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광주 발전의 덫
2022년 12월 11일(일) 09:21
<열린세상>광주 발전의 덫
정진탄 뉴미디어본부장 겸 논설위원


‘월간 전남매일’ 필진인 한은경 박사(심리학·임상심리전문가)는 ‘심리학 교실’(12월호)이란 코너의 글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말한다. “2022년 한 해를 마무리하고 2023년 새해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우리 자신과 공동체를 옭아매고 있는 마음의 덫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러한 덫은 누가 왜 놓았으며, 또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말이다.”라고. 그러면서 이 같은 자신의 물음에 대해 “지금이 전부이자, 무엇보다 마음을 지켜내는 것이 전부인 시대라고 이유를 댄다면 너무 가혹할 테고, 미래의 팬데믹을 대비한 마음의 리뉴얼 차원이라고 하면 어떨까 싶다”고 했다.

한 박사의 지적은 팬데믹으로 고생하는 시기 우리 인간관계 방식에서 부정적인 측면을 짚으며 개인의 성장환경, 즉 가부장적인 권위주의 가정 또는 학대 등으로 인한 기억·생각·감정·행동을 통해 마음의 도식, 덫이 형성된다는 전제를 하고 있다. 미래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이 덫을 잘 들여다보고 변화시키는 노력을 해볼 것을 권유한다. 그녀는 주로 개인의 관점에서 치유 언급을 하고 있지만 그 적용 방식은 우리가 사는 지역 환경에 들이대도 큰 차이는 없을 듯하다.

아물지 않은 내면의 상처

호남지역, 특히 광주는 도시발전 과정에서 굉장한 상처를 입었지만 아물지 않은 내면을 갖고 있다. 근현대사의 5·18 민주화운동이 그 중심에 있겠고, 그보다 훨씬 앞서 역사적으로 차별과 소외를 반복해 받아왔다. 고려시대 왕건의 훈요 10조의 전라도 차별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주장이 있으나 어쨌건 냉대와 이로 인한 낙후는 매우 오랜 기간 이어져왔다. 이 같은 굴곡진 역사는 분명 현대 광주 도시발전의 과정에 큰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을 것 같다.

광주 도심 복판에 복합쇼핑몰 하나 없어 이를 두고 중앙 정치권과 지역사회 내부에서 논란이 일었고 지금도 크고 작은 형태로 진행 중이다. 광주에서의 복합쇼핑몰은 대도시 어디에나 있는 또 하나의 복합쇼핑몰이란 성격을 넘어선다. 자본의 물결보다는 억압과 차별의 혹한이 몰아쳐 부르르 떨었고 여기에 자영업과 소상공인이 자연히 많아질 수밖에 없었음이 저간의 사정이다. 이제 일정 부분 경제적 풍요와 소비자 욕구에 의해 시대적 수용을 검토해야 하는 지점에 이르렀다. 다시 말해 경제적 선택과 인식의 체계를 전환해야 하는 단계이다.

인식 전환의 노정에는 이런 측면도 있다.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 가운데 인물을 잘 키워주지 못하는 기류가 내부에 강하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어느 정치인 키워주기를 빗대어 하는 말하기보다 일반적으로 어떤 인물이 잘 되는 꼴을 못 본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지는 딱 잘라 말하기 어렵지만 그런 분위기를 느낄 때가 있으며 그 연유를 정확히 말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다만 원인은 다양하게 있을 수 있을 것이나 그중 한 가지가 지역민들의 피해의식이 과도하게 작용해 공감과 배려, 응원보다는 무의식적으로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닌가 한다.

광주의 성장 과정에서 국가폭력에 의한 외부의 충격이 너무 큰 나머지 시민들의 인식이 지대한 영향을 받았을 것이며 도시 기능과 역할이 온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게 아니다. 세월이 흘렀지만 아픈 역사의 기억은 강하게 남아 있고 이를 치유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지도자는 시야에 없어 심리적인 부유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방의회의 ‘동네 대표’ 정치인 정도로는 감당이 안 되는 상처를 갖고 있다고 여겨 여의도 또는 대통령실 입성 후보자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갖는다.

이런 현상이 좋다, 나쁘다 차원을 떠나 광주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벽이 존재하는지, 어떤 덫에 갇힌 것은 아닌지 참구해볼 필요가 있다. 정말 덫이라면 빠져나올 방법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덫 탈출이 개인적으로도 힘들지만 집단적이라면 더욱 힘들 수 있다. 진지하게 내면과 내부를 보려는 노력을 수반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기대만큼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새해 ‘내부 의식’ 리셋을

한은경 박사는 덫의 탈출을 위해 “지금이 전부이고, 무엇보다 마음을 지켜내는 것이 전부”라고 하면서 이것을 따르라고 하면 너무 가혹할 것 같다는 동정어린 언급을 한다. 반복하지만 이는 대체로 개인에게 해당되는 말로, 과거의 왜곡된 기억과 생각과 감정과 행동을 벗어나 현재의 순간에 집중할 것을 권장하는 것이다. 사실 지금이라고 하는 순간은 전 우주의 공모로 이루어지는 딱 한 번의 시간으로 이에 집중하라고 하는 것은 영성 지도자들의 누적된 가르침이다. 한 박사는 그것이 어렵다면 마음의 리뉴얼 차원에서라도 리셋하는 훈련을 하면 어떠냐는 제안을 한다.

광주란 도시도 억압과 굴곡의 역사에서 현재의 순간, 즉 당대가 전부라고 믿고 이에 몰입,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집단적으로 매우 어렵고 가혹하다면 미래를 대비해 의식의 리셋을 해보는 게 필요하리라고 본다. 그 리셋이란 과거의 끓어오르는 분노와 차별을 직시하되 거기에 결코 머무르지 않고 진정 가야할 길, 발전을 모색하며 이를 향해 합심하는 과정이다. 광주 발전의 덫을 외부에서 놓았다고, 내부에서 이를 탓하며 덫의 반복과 재생산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는 것이다. 2023년 새해에는 좀 더 맑은 눈으로 스스로를 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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