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영웅의 퇴장

KIA 팬에 소중한 추억 선사
인생 2막 새로운 출발 응원

2022년 09월 13일(화) 17:49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고 싶은 건 어느 분야에서건, 누구건 마찬가지다. 최고의 위치에서 박수받으며 떠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러기는 쉽지 않다.

프로스포츠는 특히 더 그렇다. 해마다 은퇴 선수들이 나온다. 시즌에 앞서 은퇴를 예고하고 은퇴투어를 하며 팬들과 헤어지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극소수다. 갑작스럽게, 자의반 타의반으로 유니폼을 벗는 경우가 대다수다.

최근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최다 홈런 주인공이자 한국프로야구 명장면중 하나인 2009년 한국시리즈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 나지완이 은퇴를 선언했다. 지명타자로 활약했던 나지완이었기에 최형우의 존재감, 그리고 후배들의 성장에 입지가 좁아졌을 것이다. 입단할 때부터 현장에서 지켜봤던 선수가 그라운드를 떠난다고 하니, 받아들이는 기분이 남달랐다.

나지완을 처음 만난 건 2007년 12월 26일이었다.

그날 오전 KIA에서 2008년 신인 선수 계약 완료 보도자료를 냈고, 오후에 무등경기장에서 훈련하던 나지완을 인터뷰했다.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5순위였던 나지완의 계약이 차일피일 늦어졌던 터라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야구 취재 초창기였기에 많은 선수를 만난 건 아니었지만 너무나 솔직한 나지완 때문에 그날 많이 당황했었다. 첫 질문으로 KIA와 계약한 소감을 물었는데 “전 KIA에 오기 싫었어요. 야구를 그만둘까 생각도 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보통 신인들은 ‘명문구단에 오게 돼 영광이다’라는 말로 소감을 시작한다. 예상치 못했던 첫마디가 진담인지, 한번 해본 말인지 알 수 없어 잠시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계속 얘기를 나누다 보니 나지완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 수 있었다.

당시 나지완의 입단 계약금은 1억원이었다. 돈을 많이 받고 싶은 건 아니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보다 못하다는 평을 받았던 선수들도 몇억원씩 계약금을 받는데 자신의 몸값이 1억원밖에 안된다는 것에 너무나 비교가 됐고 자존심도 많이 상했을 것이다.

강렬했던 첫 만남과 달리 야구장에서 만나는 나지완은 성실했다. 열심히 훈련하고, 열심히 뛰었다. 선수의 모든 면을 알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야구장에서 직접 본 나지완은 그랬다.

당시 우타거포 유망주였던 나지완이었기에 KIA에서 배출된 신인왕 인터뷰를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대신, 이듬해 한국시리즈 MVP 인터뷰의 기회가 왔다.

KIA 팬이라면, 프로야구 팬이라면,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나지완은 KIA 타이거즈 역사를 대표하는 명장면을 연출하면서 영원한 ‘까방권’을 얻었다. 당시 잠실구장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던 포물선, 그리고 MVP 인터뷰를 하기 위해 대기하던 나지완이 탈진한 듯 벽에 기대 주저앉아 있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후 나지완은 2017년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도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터트리는 등 타이거즈 우승 역사에 기여했지만 팬들로부터 비난도 많이 받았다. 그만큼 기대감이 컸던 탓이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경쟁에서 밀리고 자리가 없으면 떠나야 한다. 나지완이 노장이라고 분류되기에는 다소 이른 시기에 은퇴를 결심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그랬다. 2군에서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면 견디기 힘들다고. 2군에서 명예회복을 위해 절치부심할수는 있지만 어린 후배들의 생존경쟁을 지켜보면서 은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나지완도 2군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결단을 내렸을 것이다.

은퇴는 선수 본인이 결정했다. 그런데도 1군에서의 마지막 모습이 대타 교체였다는 점은 아쉽다. 나지완은 4월 3일 LG전에서 경기 후반 대타로 기용됐으나 상대 투수가 바뀌자 곧바로 다시 교체되면서 타석에 서지 못했다. 이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다시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KIA는 나지완의 은퇴식을 열 예정이다. 이벤트에 진심인 구단인 만큼 섭섭지 않게 준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욕심일 수 있고 쉽지 않겠지만, 가능하다면 나지완에게 마지막 타석의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더불어 팬들도 그날만큼은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를 찾아 한국시리즈 영웅의 새로운 출발을 함께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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