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여성이 말하는 차별·상처 이야기

‘나에게 새로운 언어가 생겼습니다’
실로암사람들·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 기획
현실 절망않고 더 나은 삶 향한 ‘내일’ 담아

2022년 08월 16일(화) 17:02
“인생은 내 스스로 밀어야 열리는 문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문을 두드리고 밀어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내 마음 깊이 묻어두었던 혹은 철저히 무시했던 나의 상처들을 담담히 바라보고 스스로에게 나도 상처가 있구나, 많이 아팠구나라고 위로를 건네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어야 타인도 온전히 그 모양 그대로 볼 수 있으니까요.”

세상에 나올 때 장애를 선택하는 이는 없다. 장애인이 세상의 편견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더욱이 장애인 여성이라면 대한민국에서의 삶은 더 고단할 수밖에 없다. 가족에게조차 존재에 대한 부정을 당하기도 하고 제아무리 생각과 의견을 내세우고 싶더라도 목소리가 나오질 않아 소리 내 주장을 펼칠 수도 없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결혼의 반대를 겪기도 하고 아이를 낳으면 그 자식의 인생은 불행할 것이라는 불쾌한 이야기로 인한 응어리도 쌓이곤 한다.

발달장애, 뇌병변 장애, 왜소증 장애 등 저마다 다른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여성들이 각자의 생애를 더듬어가며 기록한 에세이집 ‘나에게 새로운 언어가 생겼습니다’(글을낳는집)를 출간했다. 저자는 임은주·국화 ·미숙 ·차지숙· 이지숙 ·정아 ·최송아 7인이다.

저자들은 차별과 장애 등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조건 때문에 받아온 차별과 상처에 관해 이야기한다. 광주의 장애인복지시설 실로암사람들과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가 공동 기획했다.

책은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에서 6개월간 진행된 ‘장애 여성의 자기 역사 쓰기’ 수업의 결과물이다. 저자들은 10개월에 걸친 글쓰기 강의와 서로 대화의 시간을 통해 자신의 삶 쓰기를 완성했다. 다양한 연령의 장애 여성들이 경험한 일상은, 잊힌 존재가 아니라 삶의 주체로서 자신만의 새로운 언어로 거듭났다. 책을 읽다 보면 한국 사회에서 장애 여성으로 살아가는 게 어떤 의미인지 등에 대한 저자들의 솔직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책 제목은 최송아씨의 글 ‘나에게 새로운 언어가 생겼다’에서 따왔다. 장애인 특수학교에서 초·중·고 과정을 마쳤지만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최씨는 평생교육원에서 3년간 문해교육을 받고 읽고 쓸 수 있게 됐다.

최씨는 뇌병변 장애인으로, 6살 때 장애인 생활시설에 입소해 29년간 산 뒤 35살 때인 2019년 자립했다. 재활치료를 통해 조금씩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그는 “남보다 느리다 할지라도 달팽이처럼 거북이처럼 기어서라도 가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고 싶다”고 말한다.

책 속 저자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었거나 유년 시절 불의의 사고로 후천적 장애를 겪게 된 사연을 풀어내며 잊힌 존재가 아니라 삶의 주체로 거듭난다. 이들은 현실에 절망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기술을 배워 일하고,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그림을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삭발을 하고, 글을 배워 그동안 누구도 알아주지 못한 아픔을 표현한다.

글을 따라 이들의 생애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어딘가 불편하지만 딱히 다를 것도 없는 인간의 삶을 마주하게 된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시선에서 한 발짝 물러나면, 벗어날 수 없는 불행을 인정하고 내일을 향해 힘차게 전진하는 이들의 밝은 미소가 보인다.

실로암사람들 김용목 대표는 “책은 자신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감추어져 있던 욕망과 꿈에 대하여 치열하게 사유한 결과물이다”며 “장애인으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자신을 세워온 이들의 꿈과 삶을 날것으로 만나게 해주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현재 진행형이고 ‘내일’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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