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세평>좋은 죽음과 광주의료원
2022년 06월 27일(월) 16:42
김기현 원장
<화요세평>좋은 죽음과 광주의료원
김기현 수치과 원장·‘올바른 광주의료원’ 시민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

좋은 죽음이란 무엇일까? 과연 이런 게 있을까 싶긴 하지만 이 물음에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이런 대답을 하였다. 첫째는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맞이하는 죽음, 둘째는 고통 없는 편안한 죽음, 셋째는 가족과 주변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누리다 맞이하는 죽음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죽음은 이러한 우리의 바람과는 거리가 멀다. 호스피스 환자를 보는 의사 박중철씨가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라는 제목의 책에서 우리가 흔하게 맞이하는 죽음의 모습을 이렇게 말했다. “60-70대가 되면 신체적, 정신적 기능이 약화되기 시작하면서 각종 질환이나 낙상 사고 등으로 병원 신세를 지기 시작한다. 자녀들이 생계를 뒤로 하고 간병을 하기 어려우니 결국 요양병원 등에 입원하게 된다. 열악한 환경의 그곳에서 노인들이 세심한 인간적 돌봄을 받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개인 간병인을 쓰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커서 엄두를 낼 수 없다. 그렇게 요양병원에 있는 노인 환자들의 소망은 모두가 한결같다. ‘나, 집에 가고 싶어.’ 그러나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분들은 거의 없다. 다행히 집에 가셨던 분들도 다시 병원으로 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생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가족들의 지속적인 간병을 받을 수 없고 점점 기능을 잃어가는 몸 상태 때문이다. 면회도 어려운 그곳에서 응급실 중환자실을 떠돌다 그 쳇바퀴 어딘가에서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것이 우리나라 ‘최빈도 죽음’의 모습이다.”

76%가 요양병원서 사망

2020년 전체 사망자의 76%가 요양병원을 비롯한 의료기관에서 사망했다. 유럽의 나라 중 의료기관에서 죽음을 가장 많이 맞이하는 곳이 프랑스인데, 그 비율이 50%를 조금 넘는다고 하니 우리나라는 거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편이다.

또한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2010년 발표한 ‘죽음의 질 지수’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10점 만점 중에 3.7점으로 OECD 포함 40개국 중에 3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2015년에는 18위로 많이 향상되긴 했지만 ‘치료비와 간병 부담이 너무 크고 임종 직전까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는 우리나라의 임종 의료 체계가 미흡하고 호스피스 완화 의료 기관들 수도 적으며, 그 수준 또한 높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으며, 결국 죽음을 앞둔 많은 환자들이 사망 직전까지 중환자실에서 열악한 연명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곧 초고령사회로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2000년의 노년 인구 비율이 7%를 넘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고, 2018년에는 14%를 넘는 ‘고령 사회’로, 2026년에는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은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경제 성장이 저해 받을 뿐만 아니라 연금 및 복지 분야의 지출 증가에 따른 재정적 부담이 커질 것이다. 더불어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노인의 돌봄 문제일 것이다.

십수 년 전부터 노인 돌봄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중요하고도 시급한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노인 돌봄 정책들이 국가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많이 시도되고 있지만 시행 착오를 거듭하면서 아직도 제 자리를 잡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적지 않은 예산을 쓰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그 효과가 미비하다는 의미이다. 이는 노인 돌봄의 문제를 단순한 복지 차원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부재, 전문 담당 인력 및 행정력의 부재, 효율적인 행정 체계 부재 등이 복합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생애 전주기 돌봄 정책

이제 노인 돌봄 문제를 시혜적 복지의 문제를 넘어서 우리 사회 중요한 공공 보건의료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이것은 노인 돌봄 문제가 개인이나 가족 차원의 문제로 치부될 것이 아니라, 국가 및 지역 차원의 공공 보건의료 체계 안에서 기획, 실행, 조정,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공공 보건의료체계가 확고히 세워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울산과 더불어 공공의료원이 없는 지역이라는 오명을 하루 빨리 벗어 던지고, 공공보건의료 체계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광주의료원’을 설립하는 것이다. ‘광주의료원’은 감염병 예방이나 공공 진료 기능을 넘어서 지역민의 생애 전주기 돌봄의 정책을 펼칠 수 있는 핵심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공공 의료원의 필요성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고, 이에 따라 새로 출범할 지방 정부에서도 이를 중요 과제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광주의료원’의 ‘조속한 설립’이 우리 지역의 포괄적 공공 보건의료 체계를 구축하고, 노인 돌봄을 비롯한 생애 전주기 돌봄 정책이 체계화되고 확대될 수 있는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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