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은 한국 茶 부활의 블랙박스”

문화인류학자 박정진, 초암차와 한국차 원류 밝혀
“동양 정신문화의 정수…차와 함께 미래 대비” 주문

2021년 04월 13일(화) 07:51
◇차의 인문학

차(茶)라는 글자의 형상은 사람(人)과 나무(木), 풀(草)로 이루어졌다. 차와 사람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차 연구가이자 ‘차의 세계’ 편집주간인 박정진 문화인류학 박사가 초암차와 한국차의 원류를 밝힌 ‘차의 인문학1’을 발간했다.

저자는 지난 15년간 중국, 일본, 그리고 전국의 차산지와 차인들을 찾아다니며 차와 차 문화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를 개척했다. 이번 책은 그 결실로써 앞으로 계속해서 내놓을 시리즈의 첫 번째다.

저자는 2016년 1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세계일보 평화연구소 초대소장을 역임했으며, 세계일보에 ‘박정진의 차맥’을 2년간 66회에 걸쳐 연재했다. 당시 내용을 수정·보완하고 새로운 해석을 첨가해 이번에 책으로 내놓았다.

한국에서 차의 대량생산 시대를 연 제주도 아모레퍼시픽 ‘오설록’ 차밭. 스프링쿨러 등 현대식 시설을 갖추었다. /본문 발췌
그는 이 책에서 국내 차계에서 다성(茶聖)으로 통하는 초의 의순 스님을 뛰어넘어 초암차를 일본에 전해준 매월당 김시습을 또 다른 근세 다성으로 추앙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매월당 김시습-점필재 김종직-한재 이목을 조선중기 차 문화 중흥기의 3인방으로 지목한다. 이들은 다산 정약용-초의 의순-추사 김정희로 이어지는 조선후기 차 문화 중흥기의 3인방보다 350여 년 앞선다.

저자는 매월당의 초암차 정신이 일본에 전해져 일본식으로 다듬어져서 오늘날 일본 초암차가 되었고, 오늘날 일본다도의 원류적 성격을 갖게 한다고 생각한다. 센리큐를 정점으로 하는 일본 이에모토의 다도는 지극히 일본적인 것이면서도 동시에 한국의 초암차가 그 모본이 되었음을 주지시킨다.

책 2장 ‘한국의 다성 매월당’에서 집중 조명, 분석되고 있는 매월당의 초암차와 차 생활의 의미에서 그는 ‘매월당은 한국 차 부활의 블랙박스’라고 강조한다. 매월당의 많은 차시(茶時)를 분석하는 등 100여 페이지를 할애하며 차인으로서의 매월당에 대해 상술하고 있다.

아편전쟁(1840~1842)은 영국인이 중국의 차(茶) 수입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편을 판 데서 비롯됐다. /본문 발췌
책에서 저자는 차 문화야말로 동양 정신문화의 정수라고 말한다. 한국의 차도는 옛 전통과 영광의 재현을 통해 동아시아 차 문화의 부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커피 열풍에 빠진 세계에 차 문화의 발전을 통해 차와 함께하는 미래 웰빙시대를 개척하고 대비할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인류학자가 쓴 최초의 차 전문서적으로 평가되는 이 책은 차의 역사와 생활, 한중일 차문화 비교 등을 통해 한국 차의 정체성을 밝히는 것은 물론이고, 차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사상과 자세, 차에 대한 국제적인 정보와 동향, 그리고 차의 미래에 대해서도 귀중한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차인들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박정진은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나 한양대 의예과를 수료한 뒤 국문과로 옮겨 졸업했다. 영남대학교 대학원 문화인류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향신문사에 입사, 주로 문화부 기자로 활동하다가 자리를 옮겨 세계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 초대 평화연구소장을 지내는 등 40여 년간 언론계에 몸 담았다.

차의 세계. 440쪽.
/이연수 기자         이연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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