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980년 5월 광주서 군 헬기사격 있었다"

전두환 유죄 판결…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
"헬기사격 정당성 확보 위해 회고록 집필·출간"
국가기관 최초 인정…5월 진실규명 단초 기대"

2020년 11월 30일(월) 18:36
전두환씨가 지난달 30일 오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이순자씨와 광주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전씨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회고록에서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날 1심 재판부로부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김생훈 기자
‘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89)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특히 법원 등 국가기관이 최초로 1980년 5·18민주화운동 기간 광주 시민을 향한 군의 헬기사격을 인정함에 따라 그동안 은폐됐던 80년 5월 광주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8단독 김정훈 판사는 지난달 30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전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1980년 5월 21일 광주 불로동과 1980년 5월 27일 옛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에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비오 신부는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다”며 “501항공대 500MD 조종사 중 1명이 검사와의 전화통화에서 광주공원에 사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 “광주소요사태 분석집 등의 증거를 보면 ‘의명화력제공’이라는 문구가 있고, 높은 탄약소모율 등이 기재돼 있다”며 “이같은 증거 등을 종합해보면 적어도 헬기로 인해 1980년 5월 21일 위협사격이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양형 이유에 대해 “계엄군이 5·18 당시 헬기사격을 했다면 자위권 발동을 무색하게 하고 군이 국민을 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되는 만큼 헬기사격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며 “전씨는 헬기사격 여부가 중요한 쟁점임을 알고도 이를 부인하면서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고록을 집필·출판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씨는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반성 등도 없어 징역형을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벌금형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고령이기 때문에 노역집행이 중지될 수 있다”며 “거액의 추징금도 납부해야 되는 점 등을 볼 때 벌금형을 선고할 경우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범행동기 및 엄중함 등을 고려해 징역형을 선고하고 형의 집행을 유예하면서 5·18에 대한 폄훼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선고 이후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기자들과 만나 “5·18 주범인 전두환에 대해 법정에서 유죄 판결났다는 점에 사필귀정으로 생각한다”며 “하지만 역사적 무게와 광주시민에게 가했던 모독을 두고 본다면 (법원 선고) 형량이 너무나 아쉽다”고 말했다.

조 신부는 이어 “전씨의 유죄 판결과 함께 1980년 5월 광주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새로 출발한다”며 “지금까지 시민들이 힘을 모아주셨고 지지해주신 대로 앞으로도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고소인 측 대리인인 김정호 변호사도 “전씨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단은 상식과 역사적 정의를 확인한 것”이라며 “국민의 관심사인 역사왜곡이 문제된 이 사건에서 피고인 전두환이 전혀 반성하거나 사죄하지 않았음에도 집행유예 판결은 사법적 단죄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한편, 전씨는 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3월 11일 전씨는 첫 공판기일에 출석해 헬기사격을 부인했다.

재판부 변경으로 지난 4월 27일 다시 재판에 출석한 그는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똑같은 주장을 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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