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이 있으면 와인 준비를 자처한다. 모임 성격에 맞게 와인을 준비하는 것이 재미있어서다.

바비큐 파티에 와인을 담당하게 되었다. 우선 구성 인원을 파악해 보았다. 여성이 대부분이었다. 와인에 익숙지 않은 한국 여성들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와인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음식에 따라 와인이 달라지므로 메뉴를 검토해 보았다. 고기라고 표기되어 있었지만 바비큐 파티에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고기는 불고기, 삼겹살 정도가 대부분이니 이런 고기에는 레드와인이 잘 어울린다. 날씨도 와인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40도까지 올라가는 여름이니 차게 마시는 와인으로 가야 한다. 양념 닭다리를 준비해 오겠다는 사람이 있지만 화이트와인이나 로제와인과 궁합이 맞을 듯해서 치킨을 위한 별도의 와인은 준비하지 않기로 했다.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화이트와인 선택에 나섰다. 스위트 와인과 그렇지 않은 와인을 섞어 구매하기로 했다. 우선 드라이 화이트 와인으로 향이 좋고 상큼한 쇼비뇽 블랑을 선택하기로 했다.

세계적으로 쇼비뇽 블랑이 유명한 나라는 뉴질랜드다. 2019년에도 샌프란시스코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최고의 쇼비뇽 블랑 와인에 소매가 13달러에 팔리는 뉴질랜드 말보르(Marlborough) 와인 산지의 2018년산 머드 하우스 쇼비뇽 블랑(Mud House Sauvignon Blanc)이 선정되었다.

같은 지역의 같은 종류의 와인이라도 와이너리에 따라 맛과 풍미가 많이 다른데, 경험에 의하면 뉴질랜드 말보르 와인 산지의 쇼비뇽 블랑은 와이너리마다 그리 큰 차이가 없어 선택하는데 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달콤한 와인은 모스카토(Moscato) 와인을 구매하기로 했다. 달콤한 리즐링 와인을 선택하려 했으나 호주에는 흔한 와인이 아니라 머스켓 오브 알랙산드리아(Muscat of Alexandria)로 하기로 했다. 호주에서는 이 와인을 모스카토(Moscato)라는 이름으로 혼용해서 사용한다. 여러 종류의 모스카토 와인 중에서 스위트한 와인을 선택했다.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로제와인(Rose wine)을 선택하기로 했다. 로제와인은 색깔이 아주 연한 장밋빛이 있는가 하면 짙은 장밋빛 와인도 있다. 여러 종류의 로제와인 중에서 달지 않은 드라이한 것과 약간 단 와인 두 가지를 선택했다. 로제와인에서 단 와인일 경우 떫은 맛이 있는 상태에서 당도가 들어가게 되면 단맛이 나긴 나지만 상큼하지도 않은 천박한 단맛이 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고기가 있으므로 레드와인이 빠질 수 없어 쓰지 않고 톡 쏘지도 않는 멀롯(Merlot) 와인을 선택하기로 했다. 멀롯은 순하고 부드러워 와인에 익숙지 않은 여성이 좋아하는 와인이다. 여러 종류의 멀롯 중에서 후추 맛이 없는 것으로 선택했다. 같은 멀롯와인이라도 와이너리에 따라 시라즈나 카버넷 쇼비뇽과 같은 와인과 블렌딩하여 후추 맛이 나게 만든 것도 있다.

가격은 저렴한 것으로 정했다. 세일로 반값에 파는 와인이 있는데 그런 와인도 선택했다. 10달러짜리 모스카토 와인을 5달러에 구매했다. 예상했던 대로 대부분 여성이 달콤한 모스카토 화이트와인을 선호했다. 로제와인도 의외로 달콤한 맛이 있는 것을 더 좋아했다. 남성은 달콤한 와인과 드라이한 와인의 선호도가 분명하게 갈렸다. 여성들이 와인 맛있었다며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어떤 여성은 전에 마셔 보았던 90달러짜리 와인 맛과 비슷했다며 좋아했다.

호주 교민 중에도 비싼 와인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다. 비싸면 아무래도 품질이 좋겠지만 음식에 맞게 와인을 선택해야지 무조건 비싼 와인은 음식과 궁합이 맞지 않을 수 있다. 한국 음식은 기름기 많은 음식이 그리 많지 않아 비싼 풀바디 와인과 궁합이 맞는 음식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와인을 알면 단돈 5달러짜리 와인으로도 얼마든지 훌륭하게 파티를 즐길 수 있다.

















※유영재씨는 호주 찰스 스터트 대학교 와인 사이언스 박사와 호주 웨스턴 시드니 대학교 와인 품질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시드니 동그라미 문학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저서로는 ‘당신은 와인을 알고 있습니까!?’와 ‘와인이 알려주는 놀라운 건강 비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