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재의 와인이야기⑤-와인 라벨만 읽을 수 있어도 수준급
2020년 04월 16일(목) 17:26
와인 라벨에는 와인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다.

호주는 와인 라벨 규정이 있어 그 규정에 따라 라벨에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신세계 와인은 라벨에 포도 품종, 와인 산지, 빈티지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구세계 와인은 등급이 있어 어떤 등급에서는 포도 품종을 밝히고 어떤 등급에서는 밝히지 않는다.

유럽 와인 시스템에 등급이 있다고 했는데 엄격히 말하면 등급이라기보다는 특정 와인 산지에 맞는 최상의 와인을 만들기 위한 규정이다. 프랑스의 경우 이를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라고 한다. 이 시스템에서 가장 규정이 느슨한 등급이 빈 드 프랑스(vin de France)이다.

이 등급의 와인은 프랑스 내에서 생산된 포도로 와인을 만들면 된다. 지역과 관계없이 포도를 구매해서 와인을 만들던가 아니면 여러 지역의 와인을 구매해서 블렌딩 해도 된다.

특정 포도를 사용하거나 특정 연도에 만들어진 와인이라면 라벨에 포도 품종명과 빈티지 연도를 쓸 수 있다. 이 등급 와인은 신세계 와인과 같이 포도 품종을 내세우거나 아니면 와인 제조사의 브랜드를 내세우는 판매 전략을 구사한다.

‘빈 드 페이스(vin de pays)’ 와인은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 규정이 ‘vin de France’보다는 조금 더 엄격하다. 이 와인에는 생산지 명을 명기할 수 있고 명기된 생산지에서 생산된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야 한다. ‘pays’라는 뜻이 지역이란 뜻이다. ‘vin de pays de la Loire’와 같이 생산지역명이 들어간다.

가장 엄격하게 규정이 적용되는 등급이 AOC 등급이다. 포도 재배, 와인 생산, 면적당 포도 생산량, 블렌딩 방법, 알코올 함량 등 아주 세세한 규정을 지켜야 하는 등급이다. 이 등급에서 포함되는 면적은 광범위하다. 어느 지역은 꼬뜨 뒤 론(Cotes du Rhone)같이 400㎢를 커버하는 것도 있고 샤토 그릴렛(Chateau-Grillet)과 같이 4㏊ 정도의 좁은 면적을 커버하는 것도 있다.

또한 프랑스에는 ‘크뤼(Cru)’ 등급이 있는데 이는 품질 좋은 포도를 생산하는 명성있는 포도밭, 와이너리, 또는 포도나무에 주어지는 등급이지만 지역에 따라 여러 의미로 쓰이고 있다.

보르도 지역에서는 ‘프르미에 크뤼(Premier cru)’가 ‘그랑 크뤼(Grand cru)’보다 높은 등급이지만 버건디(Burgundy) 지역에서는 ‘Grand cru’가 ‘Premier cru’보다 높은 등급이다. 유럽 와인은 이렇게 등급제도를 가지고 있어 이런 내용을 알지 못하면 골치 아프고 혼란스럽다. 프랑스 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들은 이런 등급 시스템을 다 가지고 있다.

반면에 신세계 와인은 이런 복잡한 등급제가 없다.

호주를 예로 들면 특정 포도를 규정된 양 이상 사용하여 와인을 만들면 그 포도 품종명을 라벨에 넣을 수 있다. 또한 특정 지역의 포도를 규정 이상 사용했다면 그 지역명을 넣을 수 있다. 특정 연도에 생산된 포도를 규정 이상 사용했다면 빈티지 연도를 표기할 수 있다. 미국도 호주와 비슷한 규정을 갖고 있으나 퍼센티지는 와인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신세계 와인은 포도의 특색만 알면 와인의 맛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시라즈(Shiraz) 포도와 멀롯(Merlot) 포도로 만든 와인은 특색이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신세계 와인이라도 와인 산지에 대한 이해가 조금 필요하겠지만 그것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신세계 와인은 제조 규정이 까다롭게 엄격하지 않아 매년 작황이 다르더라도 블렌딩 등을 통해 품질을 거의 균일하게 맞추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포도는 기후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므로 와인 산지의 기후를 이해하면 좀 더 와인 선택이 쉬워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화이트 와인은 선선한 기후에서 자란 포도로 만들어진 것이 맛과 향의 풍미가 높다. 유럽 와인은 등급제와 와인 지역을 너무 세밀하게 나누어 구분하는 데 애를 먹는다. 이런 이유로 유럽 와인은 약간의 와인 상식이 필요하다.















※유영재씨는 호주 찰스 스터트 대학교 와인 사이언스 박사와 호주 웨스턴 시드니 대학교 와인 품질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시드니 동그라미 문학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저서로는 ‘당신은 와인을 알고 있습니까!?’와 ‘와인이 알려주는 놀라운 건강 비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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