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사라진 양림동
2015년 11월 17일(화) 00:00


개발여파로 임대료 ↑
예술공방 자리 대신
커피숍만 ‘우후죽순’
특색 되살릴 대책 시급



“양림동은 더 이상 양림동이 아닙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양림동만의 느림보 마을의 색채는 이미 없어지고 아스팔트 도로와 공사장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광주 남구 양림동 오거리에서 5년간 천염염색 공방을 운영하던 김 모씨(53·여)는 이 곳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월 10만원의 값싼 월세를 내고 예술공방을 운영했지만, 건물주가 기존 임대료에 3배를 요구하면서 떠나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김씨는 내년 4월 임대차계약이 끝나면 다른 곳에서 예술활동을 해야 한다.
김씨는 “양림동의 매력은 발전이 아니라 골목골목마다 간직된 추억을 지키는 것이 아닐까 싶다”며 “양림동에는 저처럼 가난한 예술인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하나 둘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가 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기존 예술인과 원주민들이 떠나가고 있다.
서울의 신촌과 전주의 한옥마을에서 발생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양림동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양림동이 마을 고유의 특색을 잃고 대규모 상업지구로 변하기 전에 광주시와 남구청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해지고 있다.
16일 남구 양림동 예술인과 원주민 등에 따르면 소위 양림동이 ‘상권이 뜨는 마을’로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관광객과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자연스럽게 임대료가 올라 부동산 값도 들썩이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 예술인과 원주민들이 떠나간 빈자리는 값비싼 임대료를 부담할 수 있는 대형 커피숍들로 채워지고 있다.
실제 최근 양림동 주변에는 대형 커피숍이나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8곳이나 생겼다. 오랫동안 예술활동을 해오던 원주민들이 하나 둘 떠나가면서 지역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각 골목길에는 기존 원주민이 팔고 떠난 집을 부수고 새집짓기 공사가 한창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양림동에 도로확장과 공사가 이뤄지면서 땅값이 2~3배 오른 상황이다”며 “산책길도 좋고 관광명소로 부상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시는 총사업비 307억원을 투입,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역사유적 보존과 복원, 기념관 건립과 공원조성 등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관광자원화사업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행정기관들이 주차장 건립과 도로확·포장 등 외형적인 면에만 투자하고 마을 고유의 색채를 살리는 데는 소홀하면서 부동산 투기바람만 몰고 온 것이다.
주민 박 모씨(53·여)는 “3~4년 후에는 이 곳에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점이나 맛집만 생길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결국 마을고유의 특색이 사라지면서 도심변두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젠트리피케이션

임대료가 저렴한 도심에 독특한 분위기의 갤러리나 공방, 소규모 카페 등의 공간이 생기면서 시작된다. 이후 이들 상점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이에 대규모 프랜차이즈점들도 입점하기 시작하면서 임대료가 치솟게 된다. 그 결과 소규모 가게와 주민들이 집값이나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동네를 떠나게 되고, 동네는 대규모 상업지구로 변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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