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특전사동지회와의 대국민공동선언으로 1년 7개월간 지역사회와 갈등을 이어온 5·18 공법단체가 새 집행부를 꾸리고 논란의 불씨가 된 공동선언을 폐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시 공동선언을 반대한 오월어머니집과 ‘비방전’을 벌인 것에 대한 공식 사과 행사에 정작 당사자들이 참여하지 않았고, 단체간 협약을 폐기하는 것에 대해 이사회 추인 등 정식적인 절차도 거치지 않으면서 반쪽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10일 오후 광주 남구 오월어머니집 앞에서 열린 사죄 기자회견을 열고 “2·19대국민공동선언식과 관련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 퇴진 촉구 집회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조규연 부상자회장과 윤남식 공로자회장, 5·18 단체 회원 등 2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해 2월 17일 공동선언식에 비판적인 성명을 내놓은 오월어머니집 김형미 관장에 사퇴를 촉구한다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면서 “‘학살자 노태우 아들 노재현에게 90도로 깍듯이 인사하는 김형미의 이중성을 밝힌다’는 등의 플래카드 게시에 대해서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는 어떠한 공식 행사를 준비할 때 광주시민과 시민사회와의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5·18 2단체는 지난해 2월 19일 특전사동지회와 화합 행사를 진행하고 대국민공동선언식을 강행했다.

대국민공동선언에는 5·18 계엄군 장병들에 대한 법적·제도적 지원에 대한 노력과 지역사회 발전과 대국민 봉사 등의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는 발포책임자 등 진상규명이 미완된 상황인데 계엄군을 피해자로 규정해 법적·제도적 지원을 할 수 없다며 폐기요구가 잇따랐다.

5·18 2단체의 새 집행부는 오월어머니집과의 갈등에 대한 사과를 시작으로 11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19공동선언을 폐기하고 지역사회와 갈등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정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부 회원들의 의견으로만 진행된 것에 대해 반쪽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19대국민공동선언의 경우 5·18부상자회는 지난해 3월 이사회에서 정식 추인 등의 절차가 진행됐는데, 새 집행부가 단순히 폐기를 선언하는 것으로는 효력이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기자회견 이후 “회견에 참여한 인원 중 지난해 오월어머니집 앞에서 비방했던 이는 단 한명 뿐이다”며 “공법단체 이름을 걸고 진행한 행사지만, 이사회 등 절차를 거치지 않아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할 뿐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국민공동선언 폐기와 이번 사과는 공식적인 절차가 없었고, 집행부가 바뀐다면 언제든지 다시 재발할 수도 있다”며 “후임 집행부가 사과해주니 다행이지만, 당사자의 사과가 아니기 때문에 수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규연 부상자회장은 “대국민공동선언 폐기와 오월어머니집 사과에 대해선 회원들의 동의를 받았고, 당사자들은 각자 사정이 있어 참여하지 못했다”며 “오는 28일 총회에서 안건을 상정해 추인을 받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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