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엊그제 '지속·형평성'에 중점 둔 국민연금개혁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했다. 보험료율(내는 돈)을 현행 9%에서 13%로 세대별로 차등해서 올리고, 40%까지 줄게 돼 있는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현재의 42%에서 묶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전체적으로 보장성 강화보다 기금의 재정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 있지만 지난해 개혁안보다는 진전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가입률을 높이고 가입 기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군 복무나 출산 때 혜택을 주는 방안이 담겨 있다. 의무가입 연령을 현행 59세에서 64세로 늦추는 문제도 법정 정년 연장 등과 연계해 논의하기로 했다니 관심이 간다. 기초연금은 2026년 저소득 노인부터 40만원으로 10만원 인상한다는 것이다.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지만, 사회적 합의까지의 험로가 불가피해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년층 부담을 덜고 세대별 공정성과 형평성을 높이는 것이라 판단된다. 이번 개혁안에도 세대별 보험료의 차등 인상안을 올려 목표 보험료율에 도달하는 시기를 달리하는 방식을 담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유사한 사례가 없어 판단 기준을 잡기가 애매한 것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개혁안 대로라면 보험료율이 가파르게 오르는 중장년층의 반발로 '세대 갈라치기'만 부추길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는 터이다.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는 있지만 지난해 맹탕 개혁안보다는 진일보한 측면이 있는 것도 부인키 어렵다. 따라서 이젠 국회가 정부 안을 토대로 치열한 논의를 거쳐 국민들을 설득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 내야 할 차례라고 본다. 특히 개혁안 핵심 요지는 어떤 방식이든 가입자가 내야 하는 돈과 기간은 늘어나는 반면, 받는 돈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세대 간 갈등이 우려되는 만큼,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세밀한 접근과 조정이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은 물론 정부, 각계 사회 구성원이 참여하는 특위나 협의체 등을 통해 논의에 착수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