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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 진술에도 시신은 오리무중…"국가차원 조사 시급"

[위기·기회의 갈림길 5·18] ⑥ 암매장
조사위, 광주·전남 6곳 실재 확인
280기 유해 발견, 5·18관련 없어
유해발굴 과제 따로 조사 했어야

2024년 05월 29일(수) 19:27
지난 1월 열린 ‘5·18공론화 오월의 대화 시민토론회’/전남매일 DB
44년 전 계엄군에 의해 사살돼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행방불명자’의 소재가 끝내 밝혀지지 않은 채 미궁 속에 남게 됐다.

암매장 추정지에서 행방불명자와 일치하는 유해를 단 1구도 발굴하지 못한 것으로, 시신의 이동 등 재수습에 대한 조사가 부실하고 계엄군 증언에만 의존해 암매장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에 따르면 조사위는 지난 4년간 진상규명 작업을 통해 5·18 당시 광주·전남 일대 6곳에서 암매장이 실재했음을 확인했다.

조사위는 5·18 당시 암매장이 실재했는지 여부와 시체 수습 후 재처리한 과정을 집중적으로 파악했다.

이번 조사에 앞서 5·18과 관련된 과거 암매장 등 시신 처리 내용을 분석해 조사 내용에 반영했다.

5·18 이후 당시 광주시청 직원 조모씨는 광주교도소와 광주고, 전남여고 등 일원에서 민간인 사망자 41구의 시체를 수습했다.

1997~1998년 광주시에 44건의 제보가 있었지만, 5·18과 관련된 직접적인 결과와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조사위는 제11공수여단과 3공수여단, 제20사단, 광주교도소 교도관 등 대인조사를 실시했고 △시체매장에 가담한 9명△시체매장 목격 13명 △시체매장 청취 35명의 계엄군 진술을 확보했다.

계엄군의 진술로 조사위는 전남대 일원, 광주교도소, 31사단 해남대대 부근, 영암군 학산면 공설묘지, 화순 너릿재 터널 부근, 31사단 영내 등 6곳에서 암매장이 발생한 것으로 봤다.

전남대에선 권총에 맞아 사망한 후 뒤편 야산에 가매장됐다가 시민들에게 수습돼 전남도청으로 옮겨진 이성귀 고등학생 사건, 전남대 본부 뒤편 야산(현재는 도서관 신축)에 7구 매장, 정문 위쪽 야산에 민간인 시체 매장 등 3가지 암매장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조사위는 도서관 신축 당시 발견된 유해 5구에 대해 분석했지만, 암매장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교도소에서는 오수처리장과 관사, 주차장, 야산 등 9곳에서 암매장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나 5·18 행방불명자 유전자와 일치하는 사례는 없었다.

6곳의 제보현장에서 조사위는 19기의 유해와 광주교도소 솔로몬파크 공사 현장에서 261기 등 280기의 유해를 발굴했음에도, 유전자 채취 결과 5·18 행불자 가족과 일치하는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민간인 시체 소각설과 해양투기설에 대해서도 진위여부를 확인했다.

지난 2019년 5·18 당시 광주지역 보안부대 관계자는 국군광주통합병원 보일러실에서 민간인 시체를 소각했다고 주장했다.

조사위는 이 같은 사실의 진위여부를 파악한 결과, 보일러실은 화재 위험에 소각장이 없었으며 소각할만한 시설도 구축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또한 전주승화원과 광주시립 일곡화장장에서는 계엄군의 시신은 화장된 기록은 있으나 민간인은 찾을 수 없었다.

최종적으로 조사위는 암매장 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했지만, 유해는 확인하지 못하면서 자체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다.

조사위 관계자는 “시체들을 재수습한 진술 등을 토대로 어디론가 옮겨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위원회가 조사한 과정과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암매장과 유해발굴을 하나의 조사과제로 묶어 암매장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암매장과 관련된 수많은 진술을 확보했지만, 유해는 나오지 않으면서 암매장 사실이 없던 것처럼 왜곡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어 우려된다”며 “유해 발굴을 따로 조사했다면 5·18 당시 재수습이나 이후 시체 처리했던 계엄군들을 대상으로 진술을 확보해 유의미한 효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5·18에 대한 역사적 사실이 여기서 중단되면 왜곡 수단밖에 될 수 없다”며 “법을 개정해서라도 지속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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