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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성폭력 진상조사 역량 미달…‘명예회복’ 제자리"

5·18 진상규명 대국민 토론회
피해 의혹 사건 52건 중 19건 확인
광주 투입 계엄군·경찰, 조사 부실
몸 상처 피해, 입증 절차 문제 제기

2024년 05월 23일(목) 19:58
23일 광주 전남대 용봉홀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토론회’에서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가 ‘전환의 시대에 다시 생각해보는 광주 5·18’을 주제로 기조발제하고 있다. /김태규 기자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조사관들의 역량 부족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진상규명된 사건들마저 일부 전원위원들이 구체적인 증거 없이는 인정할 수 없다고 의견을 내면서 국가적 과거사에 대한 조사 방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남대학교 5·18연구소는 23일 전남대 용봉홀에서 제1회 5·18연구자 학술대회 ‘5·18 진상규명 대국민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의 조사활동 결과, 의의, 과제 발표 △5·18성폭력 사건 조사의 성과와 남겨진 과제 △5·18조사위 진상규명활동 성과와 한계 △종합토론 등 순으로 진행됐다.

조사위는 5·18성폭력 피해 유형을 △강간 및 강간미수 △강제추행 △성고문 △성적 모욕 및 학대 △재생산폭력 등 5가지로 나눠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대상 사건 19건 중 진상규명 결정된 16건의 피해 유형(중복피해 포함)을 종합하면 강간·강간미수 9건, 강제추행 5건, 성고문 1건, 성적 모욕 및 학대 6건, 재생산폭력 3건이었다.

앞서 조사위는 공동조사단의 조사자료와 피해조사 신청 접수, 제1~7차 보상심의자료 전수조사 등을 통해 총 52건의 피해 의혹 사건을 확보했지만, 이 가운데 피해자의 동의를 얻은 19건에 대해서만 조사를 추진했다.

조사위는 신군부에 의해 5·18 성폭력 피해 실상이 축소·부인·은폐되면서 40년 만에 조사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연행 후 구금 조사과정에서 협박과 고문, 구금자 간 이간질과 사후 감시가 심각했고, 성폭행 피해자임을 밝혀도 사회적 낙인과 비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함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부연했다.

5·18조사위 윤경희 팀장은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과 경찰 등을 대상으로 127회 조사한 결과, 조직적 목적을 가지고 강간이나 강제추행을 했다고 볼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며 “이번 보고서는 52건의 피해 의혹 사건 중 19건에 대한 진상규명 여부만 판단했기에 5·18 성폭력의 종합적인 피해 실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윤 팀장은 이어 “이미 숨진 5·18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가 부족했고, 심리 부검 등 추가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지도 못했다”며 “성폭력 피해와의 개연성을 입증할 방법도 찾지 못한 채 ‘조사대상 사건’에서 제외한 점도 명백한 한계다”고 밝혔다.

또한 “5·18 성폭력 피해자의 상황과 처지를 고려한 조사를 위해선 국가폭력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 여성의 정조를 중시했던 80년대 사회적 통념에 대한 인식이 필수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임수정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성고문과 성폭력의 상황들이 적나라하게 묘사됨으로써 2차 피해의 위험이 우려된다”며 “여성의 몸에 생긴 성적인 상처와 강간, 추행 등의 언어로 피해를 강조해야만 성폭력이 입증되는 절차들은 괜찮은 것이냐”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이어 “전원위 일부 의원은 구체적인 증거나 증인, 증명을 할 수 없으면 5·18 성폭력 피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소수의견’을 냈다”며 “그 피해를 입증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으면, 피해자의 진술은 거짓말로 치부되는 답답한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5·18 성폭력 피해자의 치유와 명예회복이 실현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상숙 서울대 여성연구소 연구원은 “일부 전원위원들은 소수의견을 통해 전체 사건 중 단 3건을 제외하고 진상규명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이 소수의견은 향후 국가가 개입된 과거 성폭력 사건의 진상규명이 어떤 원칙과 기준에 의해 운영돼야 하는가 의문을 떠올리게 한다”며 “조사위의 방법론적 개인주의에 입각한 과거사 진상규명의 사법적 모델이 성폭력의 실체에 접근하는 유일하거나 충분한 방법으로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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