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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가에 듣는 ‘80년 5월의 그날’ <6>야마다 히로키 일어서라합창단 사무총장

바다건너 26년 간 광주 아픔 보듬어 온 일본 천상의 하모니
일어서라합창단 매년 광주 방문
노래로 오월 영령과 유가족 위로
'아침이슬' 등 부르며 평화 염원
"변함없이 광주연대 이어갈 것"

2024년 05월 20일(월) 18:19
야마다히로키시가 시계탑 앞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고통 속에 누워/ 서러웁게 식어가는/ 차가운 손 잡아줄 동지는 있는가/ 희망의 날개 아래 어둔 슬픔 가두고 잊혀진 우리들의 기쁨을 노래하라’

일본 일어서라 합창단(옛 우타고에 시민합창단 도쿄지부)이 지난 1999년 5월 17일 처음 오른 5·18 전야제 무대에서 부른 야마노키 다케시의 ‘인간의 노래’노래 구절이다.

합창단은 19일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2024년 오월 한일교류음학회 무대에서 다시 이 노래를 불러 5월 영령과 5월 가족을 위로했다.

국내에서는 5·18 왜곡과 폄훼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지만, 26년의 시간 동안 빼놓지 않고 타국을 찾아 진심 어린 위로를 던지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야마다 히로키 일어서라 합창단 사무총장(64)을 통해 들어봤다.

일어서라 합창단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우타고에 시민합창단’은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1948년 일본 시민,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들어진 진보성향의 문화운동단체다.

올해로 76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합창단은 합창을 통해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고 평화 기원을 목표로 일본 1,200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야마다 총장은 “우타고에 합창단은 일본의 대표적인 문화운동단체 중 하나로 일본어 ‘우타고에’는 ‘노랫소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며 “1945년 세계 2차전 쟁이 끝난 후 일본 국민은 절망과 실의 속에 빠져있었다. 군국주의와 전쟁을 반대하였던 진보적인 활동가들조차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가 시작된 것이 ‘노래 부르기 운동’이었다. 노래 부르기 운동은 국민들에게 확산됐고 사람들은 점차 활기를 되찾고 다시는 평화를 깨뜨리는 전쟁을 일으키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설명했다.

야마다 총장이 속한 우타고에 시민합창단 도쿄지부 회원들은 지난 1999년부터 매년 5월이면 꾸준히 광주를 찾았다. 지난 11년 전인 2013년에는 5·18 뮤지컬 ‘화려한 휴가’ 도쿄공연이 성사될 수 있도록 힘을 실었고, 뮤지컬에서 외치던 ‘일어서라’ 대사에서 착안해 한국어와 어감이 비슷한 ‘이로소라(いろそら)’로 합창단 명칭을 변경했다.

이후 국내에서는 제주 4·3 과 광주 5·18 등 아픔의 역사 현장을 찾아 노래로 위로했다.

한국과 문화교류 활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1998년 ‘창립 50돌 기념 우타고에 전국제전’에 한국민족음악인협회를 초대하면서다.

야마다 총장은 “일본 노동조합은 집회할 때 노동노래를 부른다”며 “그러다 한국의 민중가요가 궁금해졌고 한국민족음악인협회 와 인연을 맺으면서 가까워졌다. 그러다 3·1운동과 제주 4·3 사건을 알게 됐고, 이듬해인 1999년 5·18 전야제에 초청받으면서 인연이 이어지게 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광주를 찾아 마주하게 된 1980년 5월은 야마다 총장에게도 충격을 던져줬다. 야마다 총장이 일본 미디어를 통해 접한 소식과는 정반대되는 사실을 접했기 때문이다.

야마다 총장은 “일본에서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뉴스를 통해 들었다”며 “당시 제가 접했던 일본미디어는 광주시민을 폭도라고 칭했고 그렇게 알고 살았는데 광주에서 직접 보고 알게 된 사실은 전혀 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광주시민들은 정부에 학살당했고, 가족을 잃은 오월어머니들의 사연은 가슴을 저리게 했다”고 덧붙였다.

야마다 총장은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광주와의 교류를 다지기 위해 한국어를 독학했다.

야마다 총장은 “한국을 처음 찾았을 때 ‘안녕하세요’ 조차도 몰랐다”며 “늘 광주에 오면 많은 걸 배우고 듣다 보니 한국어를 공부하게 됐다. 한국에서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눈 것 또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하며 미소를 띠었다.

일어서라합창단은 1999년 이후 매년 5·18 전야제 무대에 올랐다. 그곳에서 일본민중가요뿐만 아니라, 고향의 봄, 아침이슬과 같은 국내 민중 곡을 부르며 평화를 염원했다. 서툰 한국어를 통해 배운 고향의 봄과 아침이슬은 보는 관객들의 마음도 울렸다.

야마다 총장은 “5·18 전야제 첫 무대에 오르전 한국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한국 유학생들에게 노래를 추천받았다”며 “한결같이 아침이슬과 고향의 봄을 추천했다. 아침이슬의 가사를 이해하고 부르면서 극화를 부르는 기분이 들었다. 첫 무대의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2024년 오월 한일교류음학회 무대에 오른 합창단원은 21명. 주부부터 노동자까지 다양했다. 일어서라 합창단은 푸른솔합창단, 1987합창단, 광주흥사단 합창단, 전 제이알(JR·일본국철) 서일본 사원이자 싱어송라이터인 가수 야마가미 시게노리와 함께 곡을 부르며 우애를 다졌다.

야마다 총장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개선되면 좋겠다”면서 “한국을 찾고 광주를 찾아 서로의 역사를 배우고 이해하고 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러한 마음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광주와 연대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나라 기자

일어서라합창단이 푸른솔합창단과 함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부르고 있다
일어서라합창단이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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