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닫기
“가족 먼저 떠나보낸 슬픔…홀로 키운 자식에 설움 커”

■ 민주묘지서 만난 김말옥·최영자씨
김안부 열사 아내 “숨진 이유 알았으면”
백계환 열사 계엄군 구타 후유증에 사망

2024년 05월 19일(일) 19:11
지난 17일 5·18민주묘지에서 김말옥 여사가 남편 김안부 열사의 묘에서 참배하고 있다.
5·18 44주기 추모제가 열린 지난 17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는 먼저 가족을 떠내보낸 5·18 유가족들의 비통한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날 김말옥 여사(75)는 남편 고 김안부 열사 묘역을 어루만지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간 둔기 등에 의한 사망으로 알려진 김 열사는 최근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보고서에서 5월 20일 광주역 집단 발포보다 하루 전인 19일 오후 10시 이후 총상으로 숨진 것으로 확인돼 최초 총상 사망자가 됐다.

5월 19일 김 여사는 남편이 밤새 집에 돌아오지 않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남편이 걱정되는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거리에 돌아다니는 계엄군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다음날 해가 뜨자마자 밖으로 나선 김 여사는 광주공원에서 남편을 찾았지만, 이미 몸은 차갑게 식은 뒤였다.

그는 “공원에 도착하니 피로 얼룩진 바닥에 남편이 눈도 감지 못하고 누워있었다”며 “들고 갈 수 없으니 리어카에 싣고 집 앞까지 갔는데 그마저도 경찰들이 집으로 데려가면 안된다고 저지해 도청으로 데려갔다”고 말했다.

김 열사의 사망 이후 김 여사는 시어머니와 함께 네 자녀를 키워나갔다.

매일 꼭두새벽부터 번데기 장사 등을 하며 겨우 생계를 유지했다.

수십년이 지나고 성인이 된 자녀들이 결혼할 상대를 데려오자 ‘남편이 함께 봤으면 좋았을텐데’라는 마음에 대성통곡하기도 했다.

44년간 남편 없이 자식을 키워온 김 여사는 누가 어떤 이유로 남편을 죽였는지 밝히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도 명절에 자녀들과 손주들이 집에 찾아오면 남편과 함께 봤으면 하는 마음에 눈물이 난다”며 “남편을 죽음으로 내몬 책임자를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7년 계엄군의 폭행 후유증에 남편 백계환 열사를 잃은 최영자 여사(61)도 사무치는 그리움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백 열사는 80년 5월 당시 퇴근을 하던 중 한국은행 옆문에서 공수부대원들에게 구타를 당하다 시민의 도움을 받고 가까스로 탈출했다.

그날 이후 백 열사는 후유증으로 얻은 정신착란 증상과 폐질환 등으로 죽는 날까지 병원 치료를 받으며 살아야했다.

남편의 증상이 호전되기를 간절한 마음에 최 여사는 전국 곳곳의 병원을 다니며 희망을 갖고 37년간 병수발을 들었지만, 남편은 결국 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망했다.

최 여사는 “자녀들의 양육비와 남편의 병원비를 감당하는게 너무 힘들어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았다”며 “정치인들은 총선이나 큰 행사 때만 찾아와 5·18에 대해 보여주기식 발언만 남발하고 있는데, 실제로 유족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까 싶다”고 말했다.

실시간뉴스

많이 본뉴스

자치

전매인터뷰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