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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시에 대해서만 생각…글 쓰기 위해 고독자처"

박노식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 출간
등단 10년차 다섯 번째 시집
결핍서 파생된 '설움' 녹여내
삶 속에서 피어난 외로움 담아

2024년 03월 19일(화) 23:27
박노식
“1년 365일 오직, 어떻게 시를 쓸 것인가에 대해서만 생각합니다.”

올해로 등단 10년 차에 접어든 박노식 작가(62)의 말이다. 박 작가는 최근 다섯 번째 시집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를 냈다. 네 번째 시집 ‘길에서 만난 눈송이처럼’ 출간 이후 1년 만이다. 쉼 없이 시집을 출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절함에 있다.

박 작가는 오랜 기간 ‘시’를 사랑했고,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동경을 품었다. 10대 시절부터 품었던 시인의 꿈은 가장으로서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접어야 했다. 시인의 꿈은 여러 번의 사계절을 보내고 50대에 접어들고 나서야 이루게 됐다.

박 작가에게 글쓰기는 특별했다. 방황하던 10대 시절 바로잡아 준 것 또한 글을 쓰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제가 장남이거든요. 빨리 취직해 돈을 벌어야 해서 공업고등학교 기계과로 진학하게 됐어요. 하지만 제 적성과는 맞지 않았어요. 졸업할 때까지 자격증 하나 취득하지 못했죠. 학교에서 저와 비슷한 갈등을 겪었던 친구 5명과 문학 동아리 ‘청년’을 만들었고 ‘사랑’이라는 동인지를 출간했죠 .”

고등학교 졸업 이후, 서울의 한 봉제공장에 취직한 박 작가는 문학인의 꿈을 접지 못하고, 5년 만에 조선대 국문과로 진학했다. 그곳에선 학교 내 학생운동에 동참, 생각과는 다른 삶을 살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시를 쓰는 것은 더욱 먼 이야기가 됐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시인의 삶이 아닌 논술학원 강사로 일했고, 이후엔 논술학원을 운영해야 했기 때문이다.

박 작가가 10대 시절부터 품었던 ‘시인의 꿈’은 자녀들이 성년이 된 이후 펼칠 수 있었다. 박 작가는 지난 2015년 ‘유심’에 ‘화순장에 가다’ 등 시 5편이 실리면서 등단했다.

“꿈속에서 또 다른 내가 나와 시집 한 권이라도 내봐야 하지 않겠냐고 되묻는 내용의 현몽을 꿨어요. 아내에게 살면서 시집 한 권은 내보고 싶다고 말했고, 3일을 고민하던 아내가 제 꿈을 지지해주면서 시인으로 인생을 살게 됐어요.”

박 작가는 이후 화순 한천면 깊은 산골짜기에 터를 잡았다. 글을 쓰면서도 먹고 살아야 할 현실에 직면했다. 운주사 매표소, 운전학원 강사, 복숭아 가지치기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며 글을 썼다. 직면한 외로움과 고독, 자연에서 피어난 감정은 시의 언어로 새롭게 태어났다.

“글을 쓰기 위해 고독을 자처했어요. 흥미로운 점은 도시에서 시골로 들어가 하늘의 구름, 산속의 새, 나무에 핀 꽃, 계곡의 물소리 등을 보고 듣다 보니 정화된 기분이 들더라고요. 자연을 통해 시적 영감을 받기도 하고요. 운주사 매표원으로 1년간 근무할 당시엔 200편이 넘는 시를 썼어요. 매일 매일 영감이 떠올랐죠. 표 사는 곳 부스에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있어야 하니 답답한 마음들을 글로 풀어냈던 것 같아요.”

이번 시집 또한 ‘결핍’에서 파생된 ‘설움’을 녹여냈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물론 삶 속에서 피어난 괴로움과 외로움 등이 잘 묻어난다. 이는 박 작가의 경험 속에서 피어난 감정들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박 작가의 열정은 한결같다.

“아무래도 남들보다 늦게 등단했다는 게 버틸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늘 글을 쓰고 싶었지만 가장으로서 아이들을 키워야 하니 꿈을 접어야만 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시만 쓰면 가정이 일어서지 못하잖아요. 그렇게 참아오다 뒤늦게 시작했고, 아내의 지지까지 받게 됐는데 포기할 수 없었어요. 슬럼프가 온다 싶으면 그냥 주변을 걸었어요.”

오는 5월 꽃말을 주제로 한 여섯 번째 시집 출간과 함께 시 작업에 대한 새로운 시도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현재 여섯 번째 시집 출간을 앞두고 후반 작업을 하고 있어요. 꽃말을 주제로 한 시집이고 시화집입니다. 예를 들면 호박꽃의 꽃말이 사랑의 용기인데 그 꽃말을 주제로 시를 쓰는 것이죠. 앞으로 서민들의 삶을 조명하는 글을 쓰고 싶어요. 시장 상인, 어민 등 그들과 생활하며 그들의 삶의 진정성을 시로 녹여내고 싶어요.”

한편 박 작가는 시인 문병란의 집 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며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 등을 펴냈다.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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