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닫기
<화요세평> '파는 것이 인간이다'

김명화 작가·교육학 박사
자신 세일즈 위해 도전하라
사람 마음 움직이는 일은 세일즈

2024년 03월 19일(화) 15:27
목련꽃이 피었다. "완연한 봄은 목련꽃이 피었을 때야." 오래전 목련이 흐드러지게 핀 날, 시를 쓰는 지인의 혼잣말을 듣고 난 후부터 목련꽃이 피어야 봄이지 라는 생각이 자리 잡았나 보다. 목련꽃을 보자 몸과 마음이 환해지면서 흩어졌던 봄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 온다.

김채원의 소설 '봄의 환'에 목련으로 튀김을 해 먹는다는 대목은 봄만 되면 내 기억의 창을 두드린다. 봄이면 쑥, 달래, 냉이, 진달래가 음식의 재료가 된다. 하지만 목련꽃으로 한 튀김은 봄의 아련함이며, 불투명한 존재의 가치가 드러나는 봄의 이미지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벗을 만났다. 벗의 요즈음 관심사는 유트뷰에 올라온 시골 할머니의 일상이 담긴 영상을 보는 것이 스트레스가 치유된다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할머니의 일상은 별다른 것이 없다. 텃밭에서 푸성귀를 뜯어와 시골집 부엌에서 요리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할머니의 삶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면서 무료한 일상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우연히 프랑스 시골 아낙의 빵 만드는 과정을 봤던 기억이 있다. 프랑스 산골에 사는 여인은 개울에서 물을 떠 와 물통에 채워둔다. 그리고 반려견, 오리, 토끼 등 밥을 챙겨주고 주방으로 가서 빵을 만들기 시작한다. 오전동안 빵을 만드는 아나로그 삶이다. 두 이야기를 보면 특별할 것이 없다. 1인 미디어콘텐츠로 자신의 일상을 유튜브를 통해 보여 준다.

인간은 스토리를 좋아한다.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인간의 상상력은 고도화되었다. 그러나 오히려 정신의 부재로 인간은 원형의 삶을 찾는다. 그러므로 일상이 담긴 타인의 삶을 관찰하면서 힐링과 충전이 되기 때문에 시간을 투자한다. 인간은 분명한 명분이 있을 때는 돈을 아끼지 않으며 시간을 투자한다. 소비하면서도 의미를 찾는다. 날마다 새로 생성되는 콘텐츠가 유튜브에 올라 오지만 선택은 구독자에게 있다.

다니엘 핑크의 저서 '파는 것이 인간이다.' 제목이 신선하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모든 일은 세일즈다. 맞는 말이다. 1인 미디어 등장으로 우리의 삶은 많이 변화했다. 인간은 팔다 팔다 이제는 자신을 팔게 되었다. 자신의 일상이 상품이 된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나만의 서사가 무엇일까? '핵 개인화 시대'라는 책을 들추어보니 '가장 경쟁력 있는 상품은 서사입니다.'라는 문장을 만났다. '성장과 좌절이 진실하게 누적된 나의 기록은 유일무이한 나만의 서사입니다.' 자신의 서사를 팔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여행지, 거리, 사람을 만나며 이야기를 만든다. 구독자가 볼 수밖에 없는 질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달린다.

최근, 자신을 파는 사람 중에 가장 바쁜 사람은 정치인이다. 피켓을 들고 한 표를 위해 자신을 거리에서 팔고 있다. 눈, 바람, 비가 오는 날에도 공약을 내걸고 지역주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간곡함이 묻어나는 언어를 외치며 자신을 팔고 있다. 그러나 파는 것이 녹록치 않다. 검증과 인증의 시대에 유권자는 공정과 정의를 계속 묻고 있다. 국회의원 되기 위한 정치인이 파는 상품은 4월 10일이 되면 끝이 난다.

물물 교환이 있을 때부터 파는 것이 인간이었다면 AI(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간의 노동력을 통한 생산은 점점 쓸모가 없어질 것이다.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보면, 과학혁명으로 인간은 생명 연장이나 불멸 등 어느 때보다 큰 가능성을 품게 됐지만,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쓸모없어지는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쓸모가 없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 남아야 하는가? 진정한 서사다. 진정한 서사란 무엇인가? 필자는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 말하고 싶다. 그는 '읽기와 쓰기'에 대하여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나는 모든 글 중에서 오직 자신의 피로 쓴 글만을 사랑한다. 피로 써라. 그리하면 피가 곧 정신임을 그대는 알게 될 것이다. 남의 피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나는 게으르게 책을 읽는 자들을 싫어한다.'라는 글은 정성과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로 들린다.

'파는 것이 인간이다.' 그런데 무엇을 팔 것인가? 1인 미디어 시대에 취미, 일상이 콘텐츠가 된다. 인간은 누구나 세일즈맨이다.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오늘도 세상을 걷고 달린다. 자신을 세일즈하기 위해 도전하는 자, 끊임없이 서사를 만들어 세상을 지배한다.

실시간뉴스

많이 본뉴스

자치

전매인터뷰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