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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세평> 새로운 시작, 불안한 신학기

황수주 광주북구청소년상담복지·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

2024년 03월 04일(월) 18:41
황수주
거실 한쪽에 널브러져 있던 아들의 기숙사 짐들이 드디어 사라졌다. 서울에 살고 있는 딸이 며칠 집에 머무르면서 그 짐들을 보고 투덜댔다. “대단하다. 아빠! 내가 기숙사 들어갈 때는 별로 신경도 안 쓰더니 동생이 기숙사 들어간다 하니까 엄청 신경 쓴다”고 했다. 사실 첫째인 딸을 몇년 전 기숙사에 보낼 때는 침구류와 세면도구, 옷 등 꼭 필요한 물품만 챙겼다. 기숙사를 처음 보내느라 뭐가 필요한지도 잘 몰라 짐도 단출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침대 매트리스에 넣어 둘 진드기방지 시트, 화장실 앞 발매트, 문구류, 텀블러 세척용 주방세제와 수세미는 물론 간단한 간식거리와 두유까지 챙겼으니 말이다.



설레임 가득 새 학기 준비과정



얼마 전 준비한 물품들을 담을 큰 가방을 사기 위해 10대들의 백화점이자 소비놀이터, 국민가게라 불리는 다이소에 들렀다. 기숙사에 필요한 물품들도 거의 여기서 구입했다. 물건도 다양하고 최신의 상품과 합리적인 가격에 우수한 성능까지 갖춰 가성비가 높아 남녀노소로부터 인기다. 물론 나도 종종 들린다. 이런 나를 두고 아들은 “아빠는 다이소 가면 정신을 못 차린다”라고 했다. 새 학기를 앞두고 매장에는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들로 붐볐다. 엄마랑 초등학생 딸은 바구니에 문구류를 담고,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서로 웃으며 뷰티 헤어용품을 고른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한쌍도 뭔가를 부지런히 얘기한다. 봄맞이 대청소를 준비하는 중년의 부부도 생활용품을 담는다. 생기가 느껴진다. 뭔가를 준비한다는 것,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설렘을 준다.

학생들에게 3월은 새로운 학년, 새로운 학기, 입학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신학기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긴장이나 불안감이 높아지기도 한다. 중학교 1학년 여학생 나리는 친구들 중에서 혼자 다른 학교로 배정됐다. 학교 가기 전 복통을 호소하며 잦은 조퇴를 하고 등교를 거부하기에 이른다. 학생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신체적·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신학기 증후군’으로 짜증이나 화가 많아지고, 학교 가기도 싫고, 배나 머리가 아프기도 한다. 병원을 찾지만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학교를 가지 않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다. 답답할 노릇이다. 특히 학기 초 다른 친구들은 서로 친해진 것 같은데 자기만 친구들이 없을 때 느끼는 고립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떤 학생들은 친구가 없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점심을 먹지 않는 학생도 있다.

개학 후 1~2주가 학교 적응에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시기이다. 학부모는 신학기 자녀의 불안,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 대해 공감과 이해가 필요하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불안감을 낮추고 심리적인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잘 적응하지 못하는 자녀의 문제행동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자녀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부모의 적극적인 관심과 역할이 필요하다. “니가 노력을 안하니까 친구가 없지!”라는 자녀의 기를 죽이는 말로 상처를 주지 말고, 자녀에게 “친구가 없어서 속상하구나, 엄마는 너를 믿어” 등 공감적이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도록 한다. 친구들과 관계를 잘 맺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친구 몇 명 사귀었어? 친한 친구는 있어?” 같은 폐쇄형 질문보다는 “오늘 학교생활은 어땠니?” 와 같은 열린 질문을 하도록 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체력과 에너지 소모가 크다.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취미활동 등을 지원하도록 한다.



자녀는 관심과 사랑으로 성장



올 봄은 유난히 비가 많다. 장마비라 했던가? 비가 많이 내리다 보니 시골은 제 때에 해야 할 일을 놓친다. 어머니가 일구는 완도 유자밭엔 나무 주변으로 퇴비도 해야 하고 비료도 뿌려야 하고 가지치기도 해야 하는 데 아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 나무도 주인 발소리를 듣고 큰다고 했다. 생전에 아버지는 늘 아침마다 집에서 1.5㎞ 떨어진 유자밭으로 향하셨다. 봄에 탱자에 접목을 한 유자묘목을 심어 비료와 퇴비와 물을 줘 정성들여 키웠다. 겨울엔 짚으로 유자나무를 감싸 추위로부터 동해를 막았다. 한 여름에는 나무에 퇴비를 주기 위해 소 축사에서 이른 아침부터 하루종일 소똥을 풀 때는 땀이 억수로 쏟아졌다. 계분과 소똥으로 땅심을 키우고 나무가 좀 크자 가지를 유인했다. 그렇게 키운 나무가 이제 30년을 훌쩍 넘겼다. 자녀도 관심과 사랑으로 성장한다. 이번 주말에는 유자밭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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