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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의 허상

김한호 문학박사ㆍ수필가ㆍ문학평론가

2024년 02월 21일(수) 20:34
어떤 등산객이 산행을 하다가 갑자기 똥이 마려워 길가에 똥을 쌌다.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보기에 안 좋아 주위에 돌을 몇 개 모아 덮어 놓았다. 그 후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그 돌 위에다 돌을 얹어 돌무더기가 됐다. 어느 날 누군가가 돌무더기 둘레에 큰 돌로 받침돌을 세우고 돌탑의 형태를 만들어 놓았다.

세월이 흐를수록 돌탑은 더욱 높아만 갔다. 그런데 돌탑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소문이 퍼졌다. 사람들은 돌탑 앞에서 두 손을 합장한 채 자기의 소원을 빌었다. 돌탑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앞사람을 따라 하고 있었다. 똥이 들어있는 똥탑인 줄도 모르고….

이 이야기는 실화라고 하지만 내가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마치 개 한 마리가 짖으면 온 동네 개가 모두 따라 짖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첫 번째 개는 어떤 대상을 보고 짖었지만 다른 개들은 본질도 모른 채 소리만 듣고 오히려 더 큰 소리로 짖는다. 한 사람이 무슨 말을 퍼뜨리면 사람들은 그것을 확인도 하지 않고 퍼뜨리는 군중심리와 같다.

이러한 군중심리는 동물들의 집단행동처럼 결국 파멸에 이르고 만다. 레밍은 북유럽에 서식하는 쥐로 한 마리가 절벽에서 떨어지면 뒤따라오던 수많은 쥐들도 밀려서 물에 빠져 죽는다. 개미의 원형선회는 앞선 개미떼가 흘려놓은 화학물질을 따라 한 마리도 이탈하지 않고, 큰 원을 며칠 동안 쉬지 않고 돌다가 마침내 개미떼 전체가 지쳐 죽고 만다.

동물과 마찬가지로 사람들도 일상생활에서 군중심리가 자주 나타난다. “사람 셋이면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삼인성호(三人成虎)가 있다. 근거 없는 말도 여럿이 하면 곧이듣게 된다. 이는 조작된 정보를 사람들에게 퍼뜨려 올바른 판단보다는 많은 사람들 쪽에 동조하도록 선동하는 쏠림현상이다.

이러한 집단행동을 선동하는 리더는 자기의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교묘하게 왜곡하여 진실인 양 사람들을 현혹시켜 믿게 만든다. 그리하여 결국에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더구나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군중심리를 이용하여 진보와 보수 또는 좌파와 우파로 나누어 국민들을 네 편 내 편으로 갈라 국민 화합을 해치고 있다.

이와 같이 편향된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기존 사고방식과 부합하는 정보만 수용하고 배치되면 적대시하는 확증 편향이 있다. 이러한 까닭은 남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이나 이념에 따라 이분법적 사고방식으로 판단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잘못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는 혼란해진다. 게다가 돌탑의 허상과 같은 가짜 정보를 퍼뜨려 군중심리를 이용하여 여론을 왜곡시키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므로 온라인에 떠도는 불확실한 정보에 대해 동조하고 있는지, 아니면 타인의 의견과 달리 진정 올바른 내 생각을 갖고 있는지 숙고해봐야 한다. 왜냐하면 검증도 하지 않고 SNS에 떠도는 가짜 정보를 퍼 나르면 사회악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혼란스러운 시국에 국민 개개인이 현실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냉철하게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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