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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세평>명절에 잔소리 차림표도 잘 차렸지요
2024년 02월 12일(월) 14:54
<화요세평>명절에 잔소리 차림표도 잘 차렸지요
김명화 작가·교육학 박사


새해 아침, 매화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까치의 울음소리가 반갑다. 좋은 소식 갖고 온다는 까치야 무슨 소식 가지고 왔니? 인사를 하며 설날 아침을 맞는다. 명절 아침은 가족과 소원을 기원하며 떡국을 먹고 덕담을 나누며 일가친척이 모여 성묘 간다.

설날 아침이면 부모님 따라 성묘 가는 길이 먼저 떠오른다. 이제는 하늘나라 먼저 가신 엄마 산소에 가기 위해 이른 채비를 한다. 산소에 들른 후 고향을 지키고 있는 큰 오빠 댁으로 향한다. 현관 앞부터 신발이 대 만원이다. 꼬맹이 신발부터 버스만한 운동화까지 못 보던 신발이 가득한 것 보면 친지가 많이 모였다. 이른 점심상에 추억의 음식이 놓여 있다. 진수성찬 앞에서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가 즐비하다. 세상은 각박하다지만 명절에 가족 친지를 만나 좀 더 지혜롭고 살아갈 것을 다짐해 보지만 이야기 도중 별의별 이야기가 나와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 경우가 있다.

마음 상처 주는 가족·친지

명절을 지낸 후 마음의 상처가 오랫동안 남아 가족, 친지 보는 것이 두렵다. 명절을 보낸 후 가족들과 지낸 하소연이 쏟아진다. 그동안 멀리 떨어져 살았던 친지를 만난 감정이 교차하는 가족 드라마를 듣게 된다. 집마다 사연도 다양하다. 세대마다 명절에 생각도 다르다. 가족, 친지끼리 얼굴 보자고 만났는데 서로 얼굴 붉히는 상황이 되는 경우가 많다. 명절은 서로의 긴장을 풀고 공동체 문화를 살아왔던 가족 친지와 일체감을 연결하는 날이다. 그런데 어른은 생각하고 들려주는 덕담이 아이들에게는 잔소리다. 관심을 가지며 물어보는 질문이 부담을 느끼며 가족 모임을 피한다. 이에, 부모는 명절을 지내고 오면 투덜대는 아이의 짜증이 두렵다. “큰엄마는 나에게 그걸 왜 물어봐.”, “작은아빠는 공부를 잘하냐 못하냐 왜 묻는 거야.” 아이들의 불만은 끝이 없다. 다음은 며느리의 하소연이다. 평소 조카들에게 넉넉한 용돈을 줬던 큰엄마는 가정 경제가 어려워 복 돈을 줄여서 주었다. 그랬더니 복 돈을 받아든 조카가 돈이 적다며 투덜거렸다는 것이다. 열 번 잘한 것 아무 소용없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돈을 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또한, 큰댁에 갔는데 큰집 아이들이 밖으로 나와 보지도 않고 오후까지 잠을 자는 것이다. 예의 없는 조카를 보니 무시를 당한 것 같아 속이 뒤집힌다는 사연 등 어쩌다가 만나다 보니 다른 생활로 감정에 상처를 받으며 주기도 한다.

P는 명절이면 언어로 상처받는 가족과 친지를 위해 명절 차림표를 연령대별로 나누어 주었다. “이것이 뭐시여.”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시는 어르신을 향해 애들에게 궁금한 것이 있으면 현금을 선납하고 질문하라고 했으며, 아이들에게는 어르신의 덕담을 듣는 방법에 대해서 안내를 해 주었다. 서로에게 존중과 예의를 지켜야 하는 명절 잔소리 차림표를 본 가족 친지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명절 차림표는 잔소리 차림표와 세배와 용돈에 대한 예의에 관한 내용으로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주었다. 자신에게 맞는 명절 메뉴판을 읽는 가족과 친지들은 어처구니없는 문항에 대해서는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고 내가 평소에 이런 잔소리를 했구나 하는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질문·덕담 듣는 방법 안내

설날 아침 홀로 보내는 사람도 있다. 일명 혼명족이다. 편의점에서 혼명족을 위한 도시락을 내놓았다. 명절 대표 음식인 불고기, 잡채, 전, 나물, 등으로 반찬을 꾸렸다. 편의점이 이런 음식 상품을 내놓은 것은 혼자서 명절을 지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갖가지의 사연으로 가족 친지와 만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명절 음식을 편의점에서 홀로 먹는 사람은 다양한 감정이 교차할 것이다. 명절에 음식을 나누며 덕담을 들려주고 가족, 친지를 만나는 우리의 전통문화는 지켜져야 할 것으로 본다.

새해 설날 아침에 우는 까치야 좋은 소식 가지고 우리 집에 왔걸랑 우리 집에 웃음 보따리 소식을 들려주렴, 뒷집 영철이는 사랑 노래 전해주고, 아랫집 순이는 시험에 합격 소식을 전해주렴. 매화나무 가지에서 우는 까치야, 좋은 소식 가지고 온 까치야, 내년 명절에는 잔소리 차림표 없는 설날을 맞이하게 해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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