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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세평>인공지능(AI)이 마음 리모델링?
2024년 01월 16일(화) 09:32
<화요세평>인공지능(AI)이 마음 리모델링?
한은경 심리학 박사·임상심리 전문가


최근에 오픈 AI의 ‘생성형 인공지능 챗봇(챗GPT)’을 정신의학 분야에 적용한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정신분석과 관련된 환자 문헌 자료를 챗GPT에 적용한 후, 현재 드러난 마음의 문제에 관한 원인을 묻고, 그 답변을 인공지능에서 얻을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인데, 이는 정신역동적 공식화를 인공지능에 적용한 세계 최초의 접근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챗GPT는 “핵심적인 증상 파악뿐 아니라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증상을 연결하는 가설 등 문헌의 해석과 유사한 결과를 도출했으며, 다양한 정신분석 이론을 통해 적절한 답변을 내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한다. 인공지능이 정신분석 치료자의 영역으로 들어올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기도 하다.

정신분석 치료 영역 접근

정신역동적 공식화란 정신분석적 심리치료의 주된 접근방식으로, 현재 드러나는 마음의 문제에 대해 과거의 수많은 경험으로부터 그 기원을 찾아 현재 발생한 문제를 이해하고, 변화를 도모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한 개인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해, 마치 지질학자가 특정 지역의 산맥이 어떻게 생겨났는가를 과거의 기후나 지각운동 등을 활용해 지각이론에 대한 가설을 세워 설명하고 예측하듯, 한 개인에 관한 마음의 가설을 설정하고, 현재 수면 위로 떠 오른 문제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자세히 설명하면, 먼저 현재의 주된 문제를 기술하는 것이다. 자신에 관한 생각에서 시작해서, 사람들과의 관계, 내외적 상황에 대한 적응, 사고하는 방식, 일과 여가의 영역에서 기저의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출생 과정에서부터 시작해 부모와의 관계, 유년기, 청소년기, 성인기 등 현재에 이르는 발달력을 파악하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현재 드러난 문제와 과거력에 대한 연결, 즉 가설을 설정함으로써 문제를 이해하고자 시도하는 것이다.

가령, 직장에서 자기주장을 하지 못한 채 주변 반응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아 극도의 불안과 우울, 고립감으로 인해 휴직한 30대 여성이 있다고 하자. 어릴 때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 때문에 조부모 손에 맡겨진 그녀는 어린 시절, 유뇨증이 1년여 넘게 있었고, 같이 놀 또래가 부재한 상태였다. 유뇨증과 또래 관계의 부재, 주 양육자와의 애착 형성의 어려움 등은 그녀로 하여금 안정적인 자기 감각과 자기 존중감이 위협받는 상황에 대한 건강한 대처, 그리고 친밀한 대인관계 형성을 방해했을 수 있다(수치심으로 인한 비주장성, 부정적 자기에 대한 우울감, 타인의 반응에 대한 과민반응과 고립감 등으로). 즉, 그녀가 현재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을 생애 초기의 경험으로부터 시작해서 설명하는 가설을 설정하고, 현재 호소하는 마음의 고통에 적용해 설명함으로써, 스스로 문제의 원인을 통찰하고, 해법을 찾도록 하는 것이 바로 정신역동적 공식화를 통한 심리치료인 것이다.

우리가 집을 지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바로 튼튼한 기초를 세우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이 형성되는 것, 즉 심리적 발달도 마찬가지다. 태어나면서부터 3세까지 인간은 이러한 마음의 기초를 세우는 일을 하게 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주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이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유아는 자신의 욕구에 대한 중요한 타인(부모)의 반응을 자각하고, 이러한 반응이 일관되고 적절할 때,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게 되며, 이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감각을 발달하는 기초가 되는 것이다. 비단 이러한 애착뿐만 아니라, 매우 다양한 개념들이 관여하게 되는데, 정신역동적 공식화는 이러한 마음의 기초를 점검함으로써, 현재 드러나는 마음의 문제와 연결해서 고통을 완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마치 문제가 되는 현재의 내면을 개보수하는, 마음의 리모델링과도 같다.

챗GPT 빠른 확장세 주목

챗GPT(Generated Pretrained Transformer)는 2022년 말 조용히 등장한 이후, 지속적이고도 빠르게 확장세를 펼쳐오고 있는데, 최근에는 기존의 텍스트나 이미지 외에도 비디오 입출력 기능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2023년에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최근 한해의 과학계 화제 인물로, 인간이 아닌 최초의 도구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미 많은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여러 윤리적 이슈를 초래하고 있기도 하지만 심리치료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활약상을 기대해본다면 어떨까? 마음의 문제에 관해 의식하지 못했던 원인 혹은 인간의 건강한 발달과정에 관한 전문 정보를 손쉽게 획득함으로써, 정신건강 나아가 자녀교육에 관련된 전문 영역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창출할 수 있지는 않을까? 물론 챗GPT 이용 정책에도 명기되어 있듯이, 전문자격을 갖춘 이의 검토를 통해 해당 내용을 활용하게끔 되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마음의 리모델링을 필요하다면, 인공지능에게 먼저 견적을 받아보는 것도 가능한 시대가 열린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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