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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세평>2023, 당신의 보석상자
2023년 12월 18일(월) 17:16
<화요세평>2023, 당신의 보석상자
한은경 심리학 박사·임상심리 전문가


2023년 계묘년도 어느덧 과거로 성큼 접어드는 요즈음 다가오는 새해를 계획하기 위해 올 한해를 되돌아본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막을 내렸고, 이래저래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보니, 그간 가라앉아 있었던 다양한 이슈들이 나라 안팎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듯 하다.

전쟁과 기후위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국가부채와 더불어 지속되는 경제적 양극화, 고금리로 인해 평균의 실종이라는 개념도 등장한다. 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세력의 중심이 압도적으로 한 곳에 집중되는 단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이는 사회적 문제로도 발생한 바 있다(예:플랫폼 멈춤 피해). 개인의 취향이 조각조각 깨어지듯 매우 다양해지는 나노 사회로 진입했고, 초고령사회의 진입과 더불어 저출산 문제는 미로 속에 갇힌 듯하며, 전세 사기 피해와 고물가는 시민들의 삶을 위협한다. 챗 GPT의 등장과 더불어 교육플랫폼과 직업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전에 없던 교권침해나 묻지마 범죄, 그리고 인공지능에 동반된 불안의 요소 또한 일상에 등장했다.

고통·불안의 현실 직면

때로는 소리 없는 고통과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듯도 하다. 이러한 고통은 없어졌으면 하고 바라는 현실이지만 노력으로 쉽게 사라지지 않은 문제, 즉 ‘실재의 고통’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는 이러한 현실의 문제들로 인해 이상적인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에 우울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회의적이거나 냉소적으로 되기도 한다. 이는‘ 부재의 고통’이기도 하다. 원하는 이상향(모두가 평화롭고 평등하며, 인간의 존엄과 사랑이 우선시되고, 지속 가능한 인류의 미래)이 현실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해석은 우리를 쉽게 비관론이나 허무주의에 가두기도 한다.

이러한 시각으로 인간의 마음 고통을 바라보는 심리치료 이론도 등장했다. 기존의 방식에서는 다양한 고통과 맞서 싸우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하면, 수용전념치료에서는 실체가 없는 고통과 싸우는 것을 중단하고, 원하는 삶의 방향대로 살아오지 못한 고통을 자각하면서 의미 있는 가치를 선택하고, 그러한 가치를 추구하는 행동에 전념할 것을 강조한다. 이 이론에서는 인간의 삶에는 다양한 고통이 존재하는데, 그러한 고통 자체가 문제 혹은 비정상적이라기보다는 그러한 고통으로 인한 부정적 경험을 회피하는 데서 더 큰 이차적인 고통이 온다고 본다. 또한, 고통을 피하려고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고통을 피하고자 시도한 방법이 효과적이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고통을 증폭시킨다는 사실을 자각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자각을 통해 고통의 회피 과정에서 발생한 이차적인 고통 속에서 정작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해 내고, 이에 집중하는 것이 궁극적인 변화라고 보는 것이다. 마치 고통 속에 숨겨진 나만의 보석상자를 찾아내서 그 상자를 여는 것과도 같다.

예를 들어 직장 내 대인관계로 인해 현실이 너무도 고통스럽다는 것은 직장 내 대인관계에서 소속감과 연대감을 경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자기 삶의 의미이자 가치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인관계로 인한 고통을 줄이거나 피하려고 쓴 에너지(예:음주)를 대인관계 만족감 증진을 위한 행동(예:직장동료에 관한 관심과 배려 행동)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통 속에서 가치를 자각하고, 이를 추구하는 행동에 전념하는 단순한 명제인 것이다. 이를 추구하기 위한 세부 방법론적인 부분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러한 변화의 대전제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머리의 얘기로 돌아가서, 나라 안팎의 다양한 고통을 유발하는 요인들에 대해서도 이러한 관점을 적용할 수 있겠다. 현실의 고통을 잊고 회피하고자 하는 대처가 아니라, 이러한 고통을 태생시키고 지속시켰던 요인들을 이해하고, 고통 속에 숨겨진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방식(수용), 그리고 무엇보다 그러한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실천에 집중하는 방식(전념) 말이다.

새해 심리학적 문제 타개

또한, 지금 여기에서 나에게 고통을 주는 상황 또한 이러한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다. 나의 고통이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상황(과거나 미래, 그리고 타인)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고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 혹은 회피하기, 또한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몰두하는)의 결과는 아닌지? 그리고 그 고통 속에 내가 원하는 의미와 가치(과거의 결핍과 그로 인한 미래에의 불안, 타인에 대한 기대)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지? 또한, 그러한 의미를 추구하기 위해 내가 무엇을 실천하고 있는지 말이다(지금-여기에서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

다가오는 새해에는 이러한 심리학적 시대정신을 장착하고 현실에 발을 내디뎌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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