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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세평>선거와 집단이성
2023년 11월 27일(월) 17:39
<화요세평>선거와 집단이성
강성두 법무법인 이우스 대표변호사


내년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분주한 모습입니다. 현재 다수 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은 야당대로 대통령의 전횡을 막고 현 정권의 실정을 심판하기 위해서 자신들이 다수 석을 차지해야 한다고 하고, 여당은 여당대로 어려운 시국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을 위시한 여당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여권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 이후에도 ‘여소야대’가 계속된다면 거대한 야당의 권한을 축소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국회해산권 부활’을 언급하였습니다. 방송통신위원장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 국회가 자기네 불리한 건 없애고 권한만 늘려왔다”고 하면서 “국회가 무고한 사람을 탄핵하면 책임은 누가 지나. 개헌을 통해서라도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에 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국회해산권과 탄핵권 남발

국회해산권은 대통령이 모든 국회의원의 자격을 임기 만료 전에 동시에 소멸시켜 국회를 해산시킬 수 있는 권한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헌법에 존재했었으나 행정부와 입법부 간 ‘권력 불균형’의 상징이라는 비판 하에 1987년 헌법이 개정되면서 폐지된 제도입니다. 국회해산권이 현대 민주주의 정치에 부합하는 제도인지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국회가 무고한 사람을 상대로 탄핵권을 남발할 수 있는지 여부부터 살펴보고자 합니다.

국회의 탄핵권한은 법률에 의하여 신분이 보장되고 사법절차나 징계절차에 따라 소추하거나 징계하기 곤란한 고위공무원이 직무상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였을 때에, 적발하여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는 국회의 권리로,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고, 그 의결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는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여 탄핵소추가 의결된다고 해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절차를 통하여 9인의 재판관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탄핵 결정이 됩니다.

지금까지 20여 차례가 넘는 탄핵발의가 있었지만 국회의 표결로 탄핵소추가 의결된 경우는 2004년 고 노무현 대통령과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부이며, 21대 국회에서는 법관, 행정안전부장관,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가 의결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헌법재판소를 통하여 인용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단 한건밖에 없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인용되면서 탄핵제도가 일반국민에게 익숙해진 것일 뿐 실제에 있어서는 요건이 매우 까다로워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악용되거나 남용될 만큼 쉬운 절차가 아닙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수는 168석으로 전체 의석수 298석의 3분의 2도 되지 않고 여당의 의석수가 111석으로 대통령에 대한 국회에서의 탄핵소추가 의결되기 위해서는 여당의원의 찬성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의석수를 3분의 1도 얻지 못할 경우를 염려하여 국회해산권한의 부활을 언급한다면 이는 매우 어리석고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국회의원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은 유권자들이 투표로 묻는 것이지 다른 국가기관이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문제입니다. 이번 총선은 현 정부에 대한 중간심판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야당이 다수 석을 가지고 있음을 기화로 탄핵발의를 남발하고 국정운영을 방해하고 있다고 다수의 유권자들이 생각하고 있다면 표로서 정치적인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염려대로 야권이 의석수의 3분의 2이상을 차지하게 된다면 그 또한 유권자들의 의지입니다.

유권자, 정치적 책임 물어

민주주의에서 의사결정을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지에 대한 회의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보다 더 나은 제도는 없습니다. 영국의 통계학자 프랜시스 골턴은 황소 무게 알아맞히기 대회에서 일반인 약 800명을 대상으로 소의 추정무게를 적어내게 하였는데 한명도 정확한 무게를 맞히지는 못했지만 약 800개의 추정무게를 더하여 평균을 내었더니 실제 소의 무게와 불과 1파운드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고, 전문가들의 예측보다 더 정확했다고 합니다. 집단이성에 대한 대표적인 일화입니다. 정파에 따라 자신들에게 불리한 유권자들의 선택이 때로는 어리석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오만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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