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닫기
<화요세평>‘당신의 마음’ 주식회사
2023년 11월 13일(월) 16:11
<화요세평>‘당신의 마음’ 주식회사
한은경 심리학박사·임상심리전문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이 지났고, 빚을 내서라도 한다는 소설의 추위를 앞두고 있다. 어느 지역에서 때 이른 얼음이 얼기 시작했다 할 만큼 한해의 끝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는 요즈음이다. 자연스레 올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되고 연초에 계획한 다짐들도 점검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자전적 신작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다양한 메타포가 등장하는데, 그중에서도 주인공(마히토)의 머리에 난 상처, 그리고 탑속에 존재하는 외할아버지가 손자인 주인공에게 제시한 도형들에 관심이 갔다. 각각은 흉터로 묘사된 카르마, 그리고 아름다울지 추악할지 모를 자신만의 세계를 선택하라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회복의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자신에게 발생한 일들(과거)을 어떻게 해석해나갈 것인지(상처를 치료할 것인지 아니면 흉터로 남게 할 것인지)에 대한 비유로도 볼 수 있다. 자신만의 세계인 과거의 탑(과거)에서 현재의 자신은 과거의 자신을 대면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고, 그러한 과거 속에서 갇힐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길로 인도하는 문을 열 것인가에 관한 선택의 명제이기도 하다.

과거 일 바라보는 인식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이자 심신의학의 권위자인 가보 마테 박사는 트라우마를 ‘자신에게 생긴 일’이 아니라 과거에 생긴 어떠한 일의 결과로 ‘자신의 내부에 일어난 일’로 정의하고, 이를 좋은 소식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과거에 일어난 일은 자신이 결코 바꾸거나 되돌릴 수 없지만, 내부적으로 생긴 상처는 언제든 치유할 수 있고, 이를 인식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마음의 고통으로 인해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대개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경험한 것들이 현재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원하는 바를 표현하고 적절하게 충족시키며 살아야 하는 존재이다. 이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그러나 원하는 것을 표현하지 못하게 하고, 충족도 될 수 없는 환경(비정상적)이라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아이는 부모와 연결되기 위해 최대한 그러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억눌렀을 것이고, 이는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정상적인(?) 대응 방식으로 자리잡았을 것이다. 이렇듯 감정을 억누르고 내리눌러서(depressed) 생긴 현상은 바로 우울한 상태로 된다.

이러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정상적인 대응방식의 기원을 자각하고 수용하는 자각이 필요하다. 이를 돕는 심리치료 접근방식 중 하나인 심리도식치료에서는 마음의 고통을 유발하는 해석방식(도식), 즉 적응적이지 못한 도식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러한 도식에서 벗어나 적응적인 도식을 지닐 수 있도록 조력한다. 어린 시절 자신의 욕구와 감정의 표현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그리고 억눌려진 감정들은 무엇이었는지 자각하고, 그러한 과거의 경험들로 인해 만들어진 도식이 어린 시절에는 최선이었지만 성인이 된 지금에도 최선인지를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가 답을 찾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금 현재에서 발생하는 마음의 고통(트라우마)을 자각하고, 그러한 고통을 멈추는 변화를 선택하는 것이다. 즉, 자신의 감정과 욕구는 표현할 수 있으며, 충족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도식으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비로소 마음의 주인이 되는 순간이다.

‘마음 대주주’ 지분 역할

어린시절의 우리는 누군가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바라봐 주고, 이러한 감정이 받아들여지기를 끊임없이 바라왔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타인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없는 존재이므로, 이에 집착하는 것 또한 마음의 고통이 될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을 바라봐 주고, 돌보며 받아주는 존재는 바로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자각을 하지 못한다면, 마음의 주인으로서 제대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무의식을 의식화하지 못하면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여서 살아야 한다.’라는 분석심리학자인 칼 융의 말처럼,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의식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은 인생의 매우 중요한 과제이자 성장의 원동력일 것이다.

보통의 주식회사라면, 한 해 동안의 사업을 보고하는 결산보고서를 준비하는 시기인 11월, 당신 마음이라는 주식회사의 결산을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대주주로서 당신은 어느 정도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지? 당신의 마음을 운영하는 철학은 또 어떠한지, 그리고 당신의 마음이라는 주식이 지니는 가치는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당신 마음의 대주주로서 만족할 만한 지분을 행사하고 있는가를 말이다.

실시간뉴스

많이 본뉴스

자치

전매인터뷰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