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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세평>기업부채에 관한 소고(小考)
2023년 11월 06일(월) 16:32
<화요세평>기업부채에 관한 소고(小考)
강정미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경제조사팀장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너무 과도하고 빠르게 늘고 있어 문제라는 언론 기사를 자주 접하곤 한다. 그러나 기업부채는 가계부채 못지않게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우려하는 기사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는 기업부채가 아직까지 가계부채만큼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업부채 자체의 성격이 가계부채와는 다른 데도 기인한다.

기업은 생산활동을 위해 공장을 짓고 설비를 늘리는 과정에서 부채가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업의 투자 증가는 생산과 매출 증가로 이어질 뿐 아니라 투자자금이 투입되는 다양한 부문의 경기를 촉진하고 경제 전반을 활성화시키게 된다. 경기가 호황일 때에는 기업부채 증가가 곧 경제활동이 활발하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기업부채는 단순히 늘어났다는 것만으로 우려를 표하기보다는 경제상황과 기업들의 경영상태 등을 함께 면밀히 살펴보고 진단할 필요가 있다.

경영악화 ‘버티기용’ 우려

올해 5월 IMF는 우리나라의 기업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기업들의 채무상환능력도 약화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저금리로 정책지원자금이나 대출을 이용하면서 부채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바로 고금리·고물가·경기둔화에 직면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까지도 기업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대부분 생산활동으로 이어지는 ‘투자용’이기 보다는 경영악화를 보존하는 ‘버티기용’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신용은 올해 6월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124%로 1998년 외환위기 114%,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100% 수준을 뛰어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둔화 등으로 기업이 충분한 돈을 벌어들이지 못하고 있는 데다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고금리 등으로 나가는 돈은 점점 커지면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좀비기업’ 또는 ‘한계기업’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022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비금융 영리기업 중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기업, 즉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대출이나 회사채에 대한 이자지급비용도 다 못내는 기업이 전체의 42.3%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많은 기업들이 자본잠식을 겪고 결국 부실화될 것이다.

또한 기업들이 이자지급을 미루게 되면 금융권의 기업대출 연체 규모가 커지고 이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금융권에서 기업대출을 줄이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정상적인 기업들까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기업체질 바꾸는 구조조정

최근 상황은 단순히 기업부채가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업들의 경영상황이 함께 악화되고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지면서 기업부채의 부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가계부채 못지않게 기업부채 문제 역시 심각하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이다.

기업부채 문제는 결국 구조조정과 맞닿아 있다. 단순한 대출 연장이나 정책자금 지원으로 기업의 생존을 이어주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오히려 이러한 상황에서 옥석을 가려내고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체질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금리·고물가·경기둔화의 파고를 견디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다만 여러 어려움이 중첩되는 상황에서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는 정상기업들이 혹여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책당국의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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