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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세평>로스쿨 입학정원을 확대할 때
2023년 10월 24일(화) 09:31
<화요세평>로스쿨 입학 정원을 확대할 때
강성두 법무법인 이우스 대표변호사

최근 보건복지부는 국립대학교 병원을 중심으로 지역 및 필수의료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혁신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수도권 대형병원에 가지 않아도 지역에서 중증 및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립대학교 병원 등 거점기관의 의료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주요한 내용인데, 이를 위하여 OECD 회원국 최저 수준인 의사 수를 늘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의지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대 정원은 3,058명으로 16년 전인 2006년과 동일하다고 합니다. 의대 정원 확대는 역대 정부에서 여러 차례 추진해왔던 것이나 의사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실패하였습니다. 현 정부에서 들고 나온 혁신전략 역시 의대 정원을 확대할 수 있는지 여부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인구 1,000 명당 의사 수는 2.6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3.7명에 크게 미치지 못하며 회원국 중 두 번째로 적습니다. 이러한 제반 사정을 보면 의대 정원의 확충은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는 것 같습니다.

의대 정원처럼 변화 없어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의사와 같이 사회에서 한축을 담당하는 전문직 영역인 법조계 역시 법조인 선발수를 늘리는 문제가 화두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당시 1,000명까지 증원되었던 사법시험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미국식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로스쿨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여전히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데에 있어 시간이 과다하게 소요가 되고, 우수 인력들이 로스쿨로 밀려들어와 다른 문과 계열의 학과들은 로스쿨 진학을 위한 예비과정처럼 취급받고 나아가 고액의 교육비용으로 취약계층의 법조진출이 오히려 어려워지는 등의 여러 가지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증가된 법조인의 수로 인하여 일반 국민들이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쉽게 법률서비스의 혜택을 보고 있다는 점은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2009년 로스쿨이 도입될 당시 전국 25개 대학교에 배정된 정원은 2,000여명이었습니다. 올해 로스쿨 입학을 위한 법학적성시험 응시자는 1만7,000여명으로 경쟁률은 9대1에 가깝습니다. 로스쿨 입학을 위한 시험의 경쟁률이 거의 10대1 수준으로 올라가면서 사법시험과 별반 다를 바가 없게 된 것입니다. 사법시험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된 논리가 사법시험을 보면서 수년간 시간을 보내고도 결국 합격하지 못한 소위 ‘고시낭인’문제였는데 거의 10대1에 육박하는 적성시험의 경쟁률과 합격률이 50%로 떨어진 변호사자격 시험으로 인해 발생한 소위‘로스쿨낭인’의 문제는 ‘고시낭인’문제와 비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또한 로스쿨을 다니기 위한 비용이 연간 수천만 원을 훌쩍 넘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고도 변호사 자격시험을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예비시험’이 도입되지 않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경우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조차 차단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변호사시험 응시 제도 개선

그럼에도 16년째 동결된 의대 정원과 마찬가지로 처음 도입되었던 로스쿨 정원은 변함이 없습니다. 로스쿨에서는 변호사자격 시험의 합격률을 높여 달라는 주장만을 할뿐 정원 확대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법조인 수는 꾸준히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지방의 법조인 수는 그 격차가 커지기만 합니다. 이런 식으로 제도가 계속 운영이 되면 지방대 출신 법조인은 과거 사법시험 때보다 더 줄어들 것입니다. 가뜩이나 서울소재 대학과 지방대의 격차가 벌어지는 판국에 서울 소재 대학 출신의 학생들은 지방 국립대학교 로스쿨 진학을 변호사가 되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길 뿐 해당 지역에서 일할 생각이 많지 않습니다. 배출되는 법조인의 수가 표면적으로 증가하였다고 하여 일반 국민들의 접근성이 그만큼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처럼 전국이 일일생활권이 된 마당에는 오히려 과거보다 못한 현실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15년이 지난 낡은 제도를 지금까지 한 번도 손을 대지 않고 유지해오고 있는 것은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 변호사단체, 정부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무관심과 개별적인 이기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 시험의 합격률을 높이는 방안 외에도 4년제 정규대학을 졸업한 학생이 일정한 시험을 통과하면 로스쿨을 다니지 않아도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이 논의되어야 하는 시점입니다. 늘어나는 법조인의 수로 인하여 ‘제 밥 그릇’이 줄어든다고 해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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