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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세평>사무실에 들어온 뱀
2023년 10월 09일(월) 15:33
한은경 박사
<화요세평>사무실에 들어온 뱀
한은경 심리학박사·임상심리전문가


사무실에 갑자기 뱀이 들어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은 답 자체보다는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들여다보게 하기 위한 것으로, 문제해결 세미나에서 종종 등장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심리학의 하위 영역인 인지심리학에서는 인간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자극과 반응 사이에 일어나는 정신적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컴퓨터를 예로 들자면, 정보의 입력과 저장, 출력의 과정으로 정신과정을 비유하고, 그 원리와 관련 뇌 영역을 밝히고자 한다. 이를 위해 지각, 주의, 기억, 언어, 문제해결, 의사결정 등의 하위 인지심리학 영역이 존재하는데, 여기서 문제해결 심리학은 장애물을 극복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인지과정을 밝히는 것으로, 문제해결 전략과 의사결정, 알고리듬, 추론, 창의성을 주로 연구한다.

문제해결 주체 누구인가

자, 그럼 사무실에 들어온 뱀에게 가장 단순한 방식이기도 한 문제해결 전략인 연산법(문제해결을 위한 조작을 단계적으로 명세화하고, 순차적으로 해결)을 일부 적용해보자. 가장 먼저 무엇이 문제인가를 명료하게 정의해야 한다(예:뱀에게 물릴 수 있다는 것). 다음으로는 문제해결의 주체가 누구인지 파악한다. 문제해결로 가장 이득을 얻는 자, 문제해결 실패 가장 타격을 받는 자, 의사결정권자 등이 고려된다(예:사무실에 있는 사람들 전원). 이후 단계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한 구체적 계획과 실행(예:뱀을 제거하는 것), 더불어 추후 문제의 발생 가능성을 고려한 계획과 실행을 동반해야 한다(예:뱀의 유입통로를 예상해 차단할 것).

그런데, 만약 사무실에 들어온 뱀을 문제로 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문제로 삼지 않는다는 것은 얻고자 하는 목표가 부재하다는 것, 즉 문제의식이 부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문제해결의 다음 단계로의 진행은 요원한 일이 되므로, 문제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의식의 존재 여부이다. 물론 문제의식이 있어도 해결의 주체가 부재한다면 문제해결 과정은 다음 단계로 진행되지 못한다. 가령, 뱀이 사무실 밖으로 나가기만을 기다린다거나 혹은 건물 관리가 부실하다며 투덜대는 상황에서 사무실에 들어온 외부인이 뱀에 물리는 아찔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근 국가의 주요 인사를 검증하는 장이 펼쳐졌고, 많은 국민이 이를 직관한 바 있다. 과거 행보를 들면서 인사 적임자인가에 대해 질문받은 후보자는 과거 행보가 부끄럽다, 그렇지만 당시의 실정, 대한민국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문제해결의 접근방식으로 보자면, 이러한 답변은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듯 보이지만 자신은 문제해결의 주체가 아니라는 인식(책임의 전가), 국가의 한 조직을 관장하는 수장의 후보자로서 문제해결에 대한 접근방식을 가늠케 해주었다.

우리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문제에서도 문제해결의 심리학을 적용할 수 있다. 평소 다른 얘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부정적인 평가나 지적으로만 일관하는 아버지의 언어적 표현 때문에 힘들다며 전문기관의 도움을 요청한 남자 청소년이 있다. 이에 아버지는 성적을 일순위로 놓지 않으면 도태되고 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기 때문에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데, 지원을 풍족하게 해줘도 학업을 등한시하는 아들을 보면 너무 화가 난다고 토로한다. 자수성가한 본인으로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지만 부자 관계가 계속 악화된다며 가족 상담에 동의했다. 다행히도 소통방식이 문제이고, 이를 변화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이 모두에게 존재한다.

내 마음 안전관리 매뉴얼

그렇다면 문제해결의 주체는 누구일까? 언뜻 보면 도움을 요청한 아들일 수 있지만,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아들의 변화를 원하는 아버지의 전달 방식이므로, 아버지가 문제해결의 주체에 더 가까울 수 있다. 자녀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을 아버지 나름대로 애써 전달하고 있지만 정작 아들에게는 그 마음이 전달되지 못하고 있고, 되레 관계는 악화되고 있다. 문제해결의 주체가 이러한 통찰을 갖게 되면 정작 문제는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공부를 등한시하고 있는 아들에게 아들의 행복을 바라는 그 마음만을 전달하는 것이다.

제비들은 따뜻한 곳을 찾아가고, 찬 이슬에 가을 곡식은 한껏 영글어가는 10월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이즈음, 지금 현재의 내 마음에 갑자기 나타난 뱀은 없는가 살피고, 이를 문제해결의 관점에서 접근해보는 것은 어떨까 ? 일종의 내 마음의 안전관리 매뉴얼을 만드는 것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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