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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세평>불볕더위 가신 뒤에 기후위기를 생각하며
2023년 09월 25일(월) 16:44
<화요세평>불볕더위 가신 뒤에 기후위기를 생각하며
박상일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기획조사부장


올해 더위는 유난히 힘겹고 지루했다. 그렇다고 올해 여름이 우리 인생 최고로 더웠던 것은 아니다. 기상청 기록으로는 지난 50여년 중에 2013년과 2018년 여름이 더 더웠다. 게다가 앞으로를 생각하면 더욱 요즘 더위가 유별나지는 않을 것 같다. 다른 나라 사정도 비슷하다. 만화 심슨가족의 주인공 호머 심슨은 아들 바트에게 ‘올해가 네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일 거라고 읊조렸다. 얼마전 안토니오 구테우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탕화(Global Boiling) 시대가 도래했다”고 경고한 바 있고,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 사무총장은 최근 전세계에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폭염, 폭우, 홍수, 폭풍, 가뭄, 산불과 같은 극한의 기상현상이 더 이상 이변이 아니라 ‘새로운 일상(New Normal)’이 되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기상이변 이제 ‘새로운 일상’

기후변화가 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문명의 쇠락, 마야 문명의 소멸, 훈족과 게르만족의 대이동, 거란족, 몽골족, 바이킹 세력의 흥망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던 것처럼, 향후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주장도 점차 퍼지고 있다. 혹자는 올해 조금 더웠다고 문명의 명멸까지 빗대면서 유난 떤다고 핀잔을 줄지도 모르겠다. 그럴 수도 있다. 나도 호들갑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근래의 기상변화가 심상치 않고 경제적 피해가 점점 커진다는 데는 누구나 수긍할 것이다. 호남만 하더라도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극심한 가뭄으로 식수원이 바닥나더니 초여름이 지나서는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물난리를 겪었다. 장마와 무더위로 취소되거나 축소된 축제의 경제적 손실은 또 얼마나 되는지….

벨기에 뢰벤대 연구를 토대로 한 OWID 자료에 따르면 자연재해로 인한 전세계 피해액은 연평균으로 1980년대 197억달러, 1990년대 698억달러, 2000년대 977억달러, 2010년대 1,710억달러로 계속 배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동안 재해 피해액이 3.7조원, 복구액은 10.3조원에 이른다고 행안부가 추정했다.

행안부의 재난 피해액 산정에는 기온상승에 따른 농작물 피해, 수온 변화에 따른 어업과 양식업의 손해는 포함되지도 않았다. 무더위로 인한 노동생산성 하락은 또 얼마나 될까? 제임스 핸슨 컬럼비아대 기후센터소장에 따르면 기온이 영상 32도로 높아지면 노동생산성이 25%, 38도를 넘으면 70%나 낮아진다고 한다. 32도를 넘는 날이 6일 이상이면 미국 자동차공장의 생산성이 8% 하락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던데, 올 6월부터 최근까지 100일 동안 광주의 날씨를 살펴보니, 낮 최고기온 32도를 넘는 날이 36일이었고, 한 번은 14일 연속, 또 한 번은 9일 연속 32도를 웃돌았다.

재생에너지·탄소중립 노력

어디 이뿐인가? 전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 소비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라는 RE100, 탄소배출 제로 100%를 달성하라는 CF100처럼 환경과 관련된 무역장벽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점증하는 환경 규제에 직접 맞닥뜨려야 하는 기업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수·광양산단의 철강·화학업체들의 경우에도 탄소저감 시설투자를 늘리고 원재료와 제조공정을 바꾸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 지금, 비용 마련이 만만치 않다며, 정부 차원의 주도와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환경 예산지원을 늘리는 대신, 원전 확대에 박차를 가하면 우리도 탄소중립에 다가갈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만 같다. 그렇다고 우리가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기후위기 대응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정부가, 기업이, 아니면 나만이라도 뭐라도 해야 하는데, 하릴없이 자꾸 걱정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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