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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세평>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2023년 09월 11일(월) 13:56
<화요세평>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강성두 법무법인 이우스 대표변호사


그리스신화의 영웅 테세우스는 아버지를 찾아 아테나이로 가면서 온갖 도둑을 물리친 다음에야 아테나이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테세우스가 물리친 악명 높은 도둑 중의 한명이 프로크루스테스입니다. 프로크루스테스는 나그네가 지나가면 집으로 불러들여 자신의 집에 있는 철로 만든 침대에 눕힌 후 나그네의 키가 침대 길이보다 길면 몸을 잘라서 죽이고, 나그네의 키가 침대 길이보다 작으면 몸을 늘여서 죽였는데, 여기에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자기 생각에 맞추어 남의 생각을 끼어 맞추려는 행위, 남에게 해가 되는 말던 자기 고집과 주장대로 횡포를 부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기 고집·주장대로 횡포

지금 사회의 화두는 철이 지났다고 표현하기에도 민망한 이념논쟁입니다. 느닷없이 홍범도 장군의 소련공산당 가입 전력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홍범도 장군은 1910년 한일 병합 후 만주로 망명한 후 간도 국민회의 대한 독립군 사령관이 되어 독립운동을 하였고, 1920년 봉오동과 청산리에서 일본군을 대파하고 항일독립투쟁의 영웅인 된 분입니다. 이후 일본군의 탄압을 피해 소련으로 망명한 후 1927년 소련 공산당에 입당하였으나, 1937년 스탈린에 의해 고려인이 일본인과 닮았다는 이유로 강제로 이주 당했고, 말년에는 고려극장의 관리인으로 일하며 여생을 보내다가 1943년에 꿈에 그리던 조국의 독립을 보지 못하고 머나먼 이국땅에서 쓸쓸히 돌아가셨습니다.

역대 정부는 홍범도 장군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여 보수나 진보정권 가릴 것 없이 서훈을 하거나 그의 업적을 기리는 일을 많이 하였고, 지난 2021년 대한민국으로 유해가 봉환되어 8월 18일 국립대전현충원에 다시 안장되었습니다. 홍범도 장군과 관련된 이념논쟁은 이미 역사학계에서 평가가 끝난 부분입니다. 하지만 홍범도 장군의 이력을 문제 삼는 사람들은 그 분의 항일독립운동의 업적을 평가절하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공산당 전력을 문제 삼아 육군사관학교에 있는 장군의 흉상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합니다.

시대에도 맞지 않는 철 지난 이념논쟁이 치열해진 것은 대통령의 발언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윤대통령은 국민의 힘 연찬회에서 국가의 어떤 정치적 지향점과 국가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중요하고 이는 철 지난 이념이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는 것이 이념이고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의 현실에서 반국가 세력들의 준동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념논쟁의 한가운데에 대통령이 있는 모양새입니다.

아직 10대에 지나지 않는 권력자의 딸 앞에서 군에서 최고의 지위에 있는 자가 무릎을 꿇은 채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태를 벌이고 있는 비상식적인 정권을 적대적인 위치에서 마주보고 있는 분단국가의 현실을 외면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의 주권을 지키는 힘을 키우고 역량을 강화하자는 것 또한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국가의 힘은 정권을 지지하는 일부 국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통합된 구성원의 힘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역사의 진리에 다름아닙니다. 대정부질문에서 국무의원이 질의하는 국회의원을 향해 의회에서 최대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야당을 반국가단체로 매도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아직 수사 중인 야당의 대표를 범죄자로 낙인찍어 대화의 상대로 조차 인정하지 않는 상황은 그들의 지지하는 지지자들 역시 폄하하고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상대방 존중 공존의 정치

공당은 자신들의 이념이 분명해야하고 법의 테두리 내에 있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 기조에 따라 정책을 펼치고 동의하고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힘을 바탕으로 정치를 해나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주장을 자유롭게 펼치는 것은 다른 생각을 가진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테세우스에 의해 똑 같은 방법으로 죽임을 당한 프로크루스테스처럼 자신만을 위한 침대에 맞추어 타인을 재단하려 한다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타인은 모두 잘못이고 늘이거나 잘라서 맞추어야 하는 공격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사고에서 공존은 있을 수 없습니다. 국민들은 이념보다는 민생과 경제에 더 힘을 쏟아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작지만 신성한 권리를 그런 정치가들을 위해 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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