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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세평>맹목적인 우리편 편향에서 벗어나려면
2023년 06월 26일(월) 16:49
<화요세평>맹목적인 우리편 편향에서 벗어나려면
박상일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기획조사부장


수능 킬러문항과 고액 일타강사를 둘러싼 여야간 논쟁이 뜨겁다. 전기요금 인상,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출 문제를 두고도 양측의 설전은 여전히 치열하다. 그런데 대선 때 킬러문항 폐지를 주장하던 민주당이 지금은 수능 변별력 유지는 어찌하냐고 여당을 비판한다. 자유의 전사를 자처하던 국민의힘이 일타강사의 고수익을 비난하며 시장원리에 반하는 주장을 하고, 전기요금 인상과 오염수 안전성에 대한 종전 입장을 바꾼다.

여기서 각 이슈의 옳고 그름이나 여야의 입장 돌변을 따지지는 않으련다. 사실 정치가들의 말바꿈은 새삼스럽지도,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두드러진 것도 아니다. 이 글에서는 진영논리에, 뜬금없는 조변석개에 순응하는 맹목적 지지자들의 우리편 편향에 대해 다루려 한다.

인터넷 알고리즘 등 영향

우리편 편향은 수렵채집사회를 거치며 진화해 온 호모 사피엔스의 본성이라고 한다. 인간은 집단에 소속감을 가지고 따를 때 옥시토신이 분비되면서 사랑과 교류의 감정을 느끼고, 따돌림을 당할 때는 코르티솔이 분출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귀속집단에 믿음과 에너지를 쏟으며 순응하려는 이유다. 인터넷 시대에 들어서 개인의 선호와 관심에 편승한 정보를 집중해 주는 알고리즘에 영향 받고 SNS를 활용한 의사소통이 확대되면서 우리편 편향은 더욱 심해졌다.

우리편 편향이 인간의 속성이고 심리적 편안함을 안기는 것도 사실이겠지만, 맹목적인 우리편 편향은 우리의 자존감을 깎아내리고 사회갈등을 일으키며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

마음에 맞는 모임에만 스스로를 가두며 그 집단이 제공하는 정보와 의견에만 편중하고 다른 것은 배척하니, 사고의 폭은 갈수록 좁아진다. 의견이 다른 사람과는 사이가 점점 벌어져 심지어 가족, 친구와도 종종 다툰다. 자신의 평소 생각 또는 자기 집단에 부정적인 정보나 의견을 접할 때 인지부조화가 일기도 하는데, 이를 심리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 정보를 왜곡하거나 다른 집단에 대한 공격성이 커지기도 한다.

집단지성이 올바로 발현되려면 각 개인이 개인으로서 내린 판단이 모여야 하고, 다양한 아이디어에서 혁신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편 편향이 야기하는 진실 왜곡과 의사소통 방해는 과학적 논리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막고 사회발전을 지체시킨다. 나아가 민주주의의 근간인 토론과 타협을 저해함으로써 극단주의와 중우정치의 위험성을 높인다.

우리편 편향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먼저 자기정체성의 복잡도를 높여야 한다고 권고한다. 의견이 조금 다르다고 수시로 도편추방을 자행하는 닫힌 집단에는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지 말아야 한다. 다양한 사람, 집단과 열린 마음으로 교류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다양한 가치 경험을 하고 공감력을 키우라는 것이다.

다양한 가치·경험 공유를


또 잘 모르는 이슈에 대해서는 선험적인 확신을 말고, 자기 진영의 입장을 무조건 추종하거나 이를 비호하는 당파 엘리트들의 의견에 휘둘려도 안 된다고 조언한다. 새로운 이슈에 대해서는 일단 중립의 원칙에 입각해 평가하고 우리편 편향에 흠뻑 물들었거나 정치적 편의를 위해 왜곡된 주장을 일삼는 자칭 전문가들을 항시 경계해야 한다. 지적이거나 학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우리편 편향이 심하다는 연구결과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인공지능에게 물어보기도 정보의 편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ChatGPT나 Meet Bard와 같은 인공지능은 방대하고 다양한 텍스트와 데이터 세트를 활용하여 요약 정리해주는 알고리즘을 사용하는데 아직은 특정 당파가 의도적으로 답변을 조작한다는 의심이 없기 때문이다.

관점을 바꿔 생각하는 노력, 역지사지의 훈련도 유용하다. 나나 우리 집단과 다른 정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자주 의견을 나누고, 조직이라면 일부러라도 쓴소리를 하는 레드팀을 두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사고가 탄탄해지고 조직이 건강하게 된다. 세종대왕은 사사건건 딴지를 거는 고약해라는 신하까지 포용함으로써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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