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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교제폭력’ 예방책은 없는가
2023년 06월 04일(일) 18:42
<특별기고>‘교제폭력’ 예방책은 없는가
이정서 조선이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근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사로 치부됐던 ‘교제폭력’이 가정폭력·스토킹범죄 등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범죄로 급부상하고 있다. 경찰은 교제폭력 조치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고 위험성이 높지 않았다고 하지만, 피해자의 진술을 넘어 보복 살인을 막을 수 있는 피해자 보호에 더 적극적인 대응이 없었던 건, 아쉬운 점이 남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을 앞둔 2021년 12월 “가정폭력처벌법 적용 대상을 교제 폭력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했지만 후속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인 관계에서 벌어진 일회성 폭력에는 스토킹 처벌법이 적용되지 않아 접근금지 명령을 내릴 수가 없다. 사귀던 사이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별도의 처벌법이 없다 보니, 경찰에서 가해자를 상대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현행 법규상 마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해자 법적 보호장치 없어

현행법상 교제폭력으로 인한 범죄행위에 대해서 마땅한 피해자 보호장치가 없다. ‘스토킹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는 피해자 보호조치가 규정돼 있어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 의사를 묻지 않고도 가해자에 대해 ‘접근 금지’ 또는 ‘구치소 유치’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 스토킹처벌법은 ‘반복적인 위협’이 있는 경우, 그리고 가정폭력처벌법은 ‘친족’ 이나 ‘사실혼’ 관계에만 법적 적용을 할 수 있지만 교제폭력은 그 대상이 아니다.

지난달 26일 교제폭력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30대 남성이 전 여자친구를 살해하였고, 27일에는 전 여자친구를 때린 뒤 차에 강제로 태우던 남성이 체포되었으며, 28일은 새벽엔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자해한 사건 등 하루가 멀다하고 교제폭력 사건이 잇따라 큰 충격을 주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교제폭력 사건으로 검거된 이는 2014년 6675명, 2015년 7692명, 2016년 8367명에서 지난해 1만2841명으로 8년 사이 92.4%나 크게 증가하였으며, 2021년 기준 살인사건 771건 가운데서 교제 중인 연인은 7%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초기 교제폭력이 더 이상 강력범죄로 확대되기 전에 엄중하게 다루어야 하며, 스토킹으로 인한 극단적 살인 사건의 예방을 위해서는 신속한 가해자·피해자 분리 조치는 물론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교제폭력은 심각한 폭력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공유하여 그 심각성이 대부분 신체·정서적 폭력에 따른 통제와 협박으로 이어지고, 반복되는 폭력이 살해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지금 국회에 계류돼 있는 데이트폭력 처벌법을 서둘러 입법해야 한다.

교제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회에선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대다수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되고 말았다. 친밀한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교제폭력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 보호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는 보완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 교제폭력 법안들은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 들어 발의된 4건의 법안 역시, 법사위와 여성가족위원회에 회부되어 현재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법안처리 과정이 국회 통과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므로 입법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가정폭력 처벌법’ 적용 대상을 연인 관계까지 넓히는 개정안도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외국의 경우 일부 선진국은 교제폭력을 줄이기 위해 가중 처벌하거나 피해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영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10년 전쯤 ‘가정폭력’의 범위가 ‘친밀한 파트너’ 관계로까지 확대됐고, 미국은 여성폭력방지법 한 가지로 가정폭력, 성폭력, 교제폭력, 스토킹 범죄 등 모든 피해자가 적용을 받고 있다.

비극적 범죄 방지 입법 속도를

오늘날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교제폭력과 관련한 입법이 공백으로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아 참변을 막지 못한 현실은 법·제도권의 뼈아픈 실책이 아닐 수 없다. 교제폭력을 ‘반의사불벌죄’로 분류하여 혼인이나 사실혼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가정폭력처벌법을 적용할 수 없는 부실한 법·제도의 공백으로 교제폭력이 규정의 사각지대에 남아있는 한 참극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폭력이 급기야 살인으로 이어지는 등 날로 흉포화되고 있지만 법적 안전장치는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연인 간에 발생하는 교제폭력의 극단적 범죄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여성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경계가 모호한 가정폭력, 스토킹, 교제폭력 등 관련 법 규정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보복범죄 증폭 등 교제폭력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법 공백이 길어지고 있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데이트폭력 처벌법’이 계류돼 있는 사정은 교제관계의 범위 규정이 모호하다며 입법이 미뤄지고 있으나 이를 방치하기에는 비극적 보복범죄의 심각성이 너무 깊다는 것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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