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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으로 산업안전 선진국 도약

노·사 함께 위험성평가 필수
안전활동 지속 관심·참여를

2023년 03월 30일(목) 17:40
문철필(안전보건공단 전남지역본부장)
[안전칼럼]

겨울을 지나 봄 향기를 가득 담은 꽃이 피어 계절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시기다. 최근 안전에서도 변화 바람이 일고 있다. 작년 11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산업안전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서 기업의 책임성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정착하고자 하는 시대적 요구에 직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기규율 예방체계는 노·사가 함께 스스로 위험요인을 진단하고 개선하는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예방노력에 따라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을 말한다. 예방과 재발방지의 핵심수단인 위험성평가를 실시해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개선함으로써 일터 내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험성평가가 자기규율 예방체계 정착에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 위험성평가를 도입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에서 위험성평가의 실시를 사업주의 의무로 명시하고 있지만 자기규율 방식과 맞지 않아 산업현장 현실을 보면 제대로 작동되고 있다고 보긴 힘들다. 향후 관련 법 정비가 이루어지겠지만 위험성평가를 근간으로 한 산재예방을 위한 자기규율 예방체계는 사업장 스스로가 갖춰야 하는 것이다.

일터 내 위험성평가 현장실행력을 높이려면 기본적으로 노·사간 소통이 기본이다. 위험성평가는 위험요인 파악, 개선대책 수립 단계뿐 아니라 사전준비, 위험성 추정과 결정 등 전체 단계에서 노동자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Tool Box Meeting)를 적극적으로 실시하면 위험요인 파악과 대처가 용이하고 자연스럽게 노·사간 의사소통이 이루어져 자기규율 예방체계 정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작업장 실제상황을 잘 아는 많은 사람이 여러 번 일터 내 유해·위험요소를 찾아본다면 그만큼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고 이를 제거할수록 안전성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자기규율 예방체계는 곧 산재예방에 대한 책임성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감시, 감독 등을 피하기만 하는 피동적인 태도에서 능동적으로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자세 변화가 책임성 확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어쩌면 논어 옹야편에서 공자가 말한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처럼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이해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즐기는 수준으로 가야 진정한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안전에 있어서 상향식 의사결정이 아닌 노동자의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하향식 의사결정으로 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향식 의사결정은 사업주 등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놓치고 있는 안전 확보에 필요한 사항들을 노동자의 안전제안 등으로 유해·위험요인을 개선함에 따라 일터 내 안전 확보는 물론 노·사간 화합에도 유익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강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고도 경제성장으로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산재를 당한 노동자의 희생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하고, 더 이상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영국, 독일 등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규제와 처벌의 한계를 인식하고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구축하여 사고사망만인율을 획기적으로 감축한 선례가 있다. 영국의 경우 1972년에 제출된 로벤스 보고서에서 ‘법과 규제’만으로는 중대재해 예방에 근본적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자기 규제’, ‘자기 통제’, ‘자기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한 자기규율 예방체계로 전환하였고 이후 보건안전청(HSE)을 신설하고 노력한 결과, 산재예방에 있어서 선진국의 모습을 갖추었다. 독일에서도 조합주의 문화 및 업종별 중심 노사자치입법으로 ‘재해예방규칙’을 제정하여 산업재해 감소에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안전관리에 대해 관심도 없고 형식적으로 하고 있는 사업주 등 안전주체들은 앞을 못 보는 봉사와 같다. 안전관리시스템이 확립되지 않거나 작동되지 않으면 대형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을 작년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참사가 보여주고 있다.

누에가 번데기를 벗으면서 힘겹게 나비가 되듯이 안전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자기규율 예방체계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고 힘들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안전주체 모두가 개별 사업장에 적합한 안전관리시스템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안전관리 주체들의 안전 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참여는 사업장내 굳건한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확립하는 원동력이다.

‘위험을 보는 눈은 일터의 안전을 바꾸는 힘’이다. 시대적 흐름에 맞게 새로운 시각에서 작업장 내 위험성평가 등 안전 확보를 위한 각종 활동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개선해야 한다. ‘시작이 반이다’는 말처럼 하루라도 빨리 위험성평가를 기반으로 한 자기규율 예방체계 정착이 진정한 OECD 선진국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첫 발걸음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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