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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거나 방치’ 전남 문화예술품 관리부실 도마

도자기 파편 등 출토유물 수천점
도의회 지하 주차장 등 떠돌다
옛 지사 공관 ‘수리채’ 등 쌓여
도청 수장고엔 미술품 널브러져

2023년 03월 27일(월) 18:46
영암 내동리 쌍무덤 등에서 출토된 도자기 파편 등 유물들이 전남도의회 주차장 창고에 수년간 방치되는 등 관리부실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사진은 전남문화재단이 재단 내 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실에서 출토된 파편들을 맞춰 원형으로 복원하고 있는 모습.
전남지역 문화예술품과 유물들이 제대로 된 시설에 보관·관리되지 않은 채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역 고분 등에서 출토된 유물 상당수가 수용공간이 없어 방치되고 있고, 전남도청사 내 수장고에 쌓인 작품들마저도 곰팡이가 피거나 찢어진 상태로 널브러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향 전남’의 낯부끄러운 현실로 체계적 관리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전남도에 따르면 현재 전남문화재단이 관리하고 있는 출토유물은 총 3,741점(임시보관 3,318점, 학술자료 403점, 참고자료 14박스)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암 내동리 쌍무덤, 함평 금산리 방대형고분에서 발굴된 도자기 파편 등이 주를 이루고 있고, 이중 구슬류와 금장 목걸이 등 2,800여점은 현재 나주 국립박물관에 대여해 전시중이다. 나머지 500여점은 문화재단 내 연구소 유물 정리실과 보존과학실에 임시보관 중이다.

하지만 본지 취재결과, 보고서 작성 전 등 사유로 아직 국가에 귀속되지 않거나 학술·참고자료로 분류된 나머지 유물들(403점, 참고자료 14박스)은 옛 전남지사 공관으로 사용됐던 도청 인근 ‘수리채’ 한켠에 덩그러니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참고자료 14박스에는 1개 박스당 도자기 파편 등이 수백개에 많게는 수천개가 밀봉돼 있는 상태다.

특히 수리채에 쌓여있는 학술자료와 참고자료들은 재단 연구소 공간 부족으로 지난 2014년부터 지난 2월까지 9년여간 전남도의회 지하주차장 창고에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출토 유물들은 도의회 주차공간과 사무공간 부족으로 지난달 주차장 증설 공사가 시작되자 가마니에 담겨 모두 수리채로 옮겨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학술자료와 참고자료 중에서도 시간이 지난 후 재평가로 인해 국가귀속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원칙대로는 학술자료와 참고자료들도 문화재단의 인증을 받은 수장고에 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문화재단은 앞으로 수리채 사용허가를 받아 수장고와 연구시설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 역시 임시방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06년 17억6,300만원을 들여 지사 공관으로 준공된 수리채는 1층 연회장, 2층 객실 등으로 이뤄졌다. 전남문화재단은 지난해 11월 전남도로부터 행정재산 사용허가를 받아 1층은 유물 수장고·조사용품 보관시설·보존과학실로, 2층은 사무실·유물정리실·촬영실·자료실로 사용할 예정이다. 현재 공사설계를 마치고 공사용역 업체 공모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수리채와 함께 지어진 옛 전남지사 한옥 관사 ‘어진누리’가 활용성 저조로 매각되는 등 수리채의 추후 매각 가능성도 여전해 유물들이 또다시 옮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막대한 혈세를 들인 옛 지사 공관을 유물 전시 등으로 활용하는 데 대한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비교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된 학술자료와 참고자료들의 폐기처분도 쉽지 않아 출토 유물들의 떠돌이 신세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전남문화재단 관계자는 “폐기 처분할 자료들은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에 따라 문화재청에 보고 후 출토된 위치에 다시 매립해야 한다”며 “하지만 공사 전 출토된 유물들을 공사가 끝난 후 폐기하기 위해 방문하면 해당 위치가 건물로 바뀌거나 위치를 찾기 어려워 난감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남도가 도청내 수장고에서 관리중인 작품들도 찢기고 곰팡이가 피는 등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본지가 청사 수장고를 확인한 결과, 수장고는 예술품을 보관하는 장소라기보다 일반적인 창고 수준에 불과했다. 항온항습기 1대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바로 옆에 보관중인 그림마저도 이곳저곳 곰팡이가 피는 등 대다수 작품들이 이미 색깔이 바래 본래 모습을 상실한지 오래였다. 병풍으로 보이는 작품 역시 한지가 모두 찢어져 너덜너덜한 채 보관돼 예술작품으로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현재 전남도는 청사 3층 수장고에 보관중인 작품 97점을 비롯, 총 311점(전시 207점, 대여 7점)의 문화예술품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화 103점, 서양화 42점, 서예 81점, 도자기 17점, 사진 27점, 판화 15점, 공예품 7점, 기타 19점 등이다.

전남도가 전시하거나 수장고에 보관중인 작품 중에는 2012년에 구입한 오승우 화백의 한국화 ‘남촌풍경’ 등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작품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전남도 관계자는 “현재 작품 관리를 위해 전문기관인 도립미술관과 협의 중이다”며 “가치 있고 예술성 있는 작품은 도립미술관으로 관리전환 후 전시 또는 수장고에 보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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