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연극마을이 30주년 기념공연 ‘안부:오래된 침묵을 간직한 그녀들의 봄의 제전’을 광주와 서울에서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5·18민중항쟁에서 사회적 약자로 소외되며 영웅적 서사에 묻혀야 했던 여성 노동자들의 소박했던 삶과 그 이후 트라우마를 중심 서사로 한 여성노동자 이야기다.

공장에서 힘겨운 노동을 하면서도 자신만의 꿈을 꾸던 3명의 여성 노동자, 23살 박정, 22살 이순, 20살 고달은 로케트전기회사 노동자다.

왕언니 격인 박정은 야무지고 똑 부러졌던 탓에 회사 노조 대의원이 됐다. 이순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소녀가장, 고달은 가수를 꿈꾸는 밝고 쾌활한 노동자다.

박정, 이순, 이달은 비슷한 처지로 친한 친구가 돼 이십대의 꿈을 꾸지만 열악한 노동환경은 늘 고달프고 힘들다.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자궐기대회를 준비하던 80년 5월 17일. 비상계엄령이 선포되면서 특전사 군인들이 광주에 내려오고 전남대, 조선대에서 학생들과 대치하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노동자궐기대회에서 광주민중항쟁 시민군이 된 이들은 10일간의 항쟁을 치러야 했던,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을 갖게 된다.

이순과 고달은 자신들의 삶에서 그날의 기억을 지우고 살아간다. 그녀들은 마지막 날 박정에게 모질게 했던, 혼자 버려두고 온 것에 대한 상황을 미안하고 부끄러워하면서 기억하지 않은 채 평범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사회복지사 이봄으로부터 친구 박정의 안부를 듣게 되면서 광주로 오게 된다.

망각의 대상이 된 80년 5월.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이야기는 점점 더 깊어져만 가고 또다시 찾아온 어느 봄날, 이들은 다시는 꺼내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40여년의 세월 동안 스스로 입을 다물고, 목소리를 죽이고, 고통 속으로 침잠해야만 했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박정, 이순, 고달을 통해 서술된다.

서울 공연은 오는 30일부터 4월 2일까지 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 오후 4시 대학로 열린극장(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258-12)에서, 광주공연은 4월 5일부터 9일까지 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 오후 4시 씨어터연바람(동구 구성로204번길 1-1 지하)에서 열린다.

오성완씨가 예술감독을, 이당금씨가 극작을, 이지현씨가 연출을 맡았다. 박정 역은 전서진, 이순 역은 이당금, 고달 역은 윤부진, 이봄 역은 오새희씨가 맡았다.

관람료는 전석 3만원이며 예매는 인터파크티켓과 플레이티켓에서 하면 된다. 자세한 문의는 전화(062-226-2446)로 하면 된다.

/최진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