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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광장>지역, 청년, 미래…희망은 어디에
2023년 03월 22일(수) 15:52
<전매광장>지역, 청년, 미래…희망은 어디에
곽규호 광주문화재단 경영혁신본부장



지난 해 광주문화재단이 주관한 2022아시아문화포럼의 한 장면입니다. 포럼의 주제는 ‘다시 지속가능발전과 문화’였습니다. 첫날 국내외 저명 학자들의 지속가능발전과 도시, 문화에 대한 담론들이 펼쳐졌고, 둘쨋날에는 아시아 예술현장에서 작업을 펼치는 작가들의 경험담을 나누는 토크쇼가 진행됐습니다. 국내 예술가로 참여한 ‘콜렉티브 뒹굴’이라는, 여성 2명으로 구성된 연극 기반 예술인들의 발표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30대 전후로 보이는 이 예술인들은 자신들의 활동 경험을 이야기하던 중 기후 위기를 어떻게 작품으로 풀까 고민했던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지구가)기후 위기인데 어떻게 작품을 해야 할까 고민했어요. 내가 하는 모든 작업 방식이 기후 위기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까, 심지어는 내가 존재하는 것 자체도 회의감이 들고, 존재를 안 하는 것이 최고의 환경을 보존하는 방식일 수 있으니까요.” 놀라운 발언입니다. 옆자리에 계시던 청중 한 분이 제게 묻더군요. “요즘 젊은이들 생각이 정말 이런가요?”

MZ세대 잇단 불안감 표출

나중에야 이게 기후 우울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기후 위기가 인류에게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 탓에 발생하는 극심한 불안감을 기후 우울증이라고 한답니다. 이 젊은 작가들만이 갖는 불안감이 아니라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갖는 비교적 보편적인 걱정일 것입니다. 최근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율이 떨어지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2021년 국회미래연구원의 ‘미래정책의 국민 선호 연구’에서 국민 3천명을 대상으로 ‘15년 뒤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인가’를 물었습니다. 응답자의 56.8%가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답한 반면 20대와 30대들은 미래를 훨씬 어둡게 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미래를 낙관하고, 기대한다는 응답에 20대는 6.5%에 불과했고, 30대는 10%였습니다. MZ 세대로 불리는 청년들은 미래를 낙관하지 않는 것이 드러나는 통계입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청년층에서 우울증과 불안장애 환자가 급중했다는 연구조사도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2020년 불안장애 환자 수 증가폭이 가장 큰 연령층은 20대로 무려 127%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우울증 환자 수는 전체 연령대 중 20대에서 가장 많았고, 증가폭도 제일 컸는데. 2019년 12만2천39명에서 2021년 17만7천166명으로 45.2%나 급증했습니다. 청년세대의 위기감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여러 통계와 연구는 이를 더 명확하게 보여주고, 대책의 시급성을 보여줍니다.

2021년 광주문화재단의 광주예술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국에서 광주의 20대 예술인들의 순수한 예술활동 소득은 평균 629만원에서 528만원으로 줄어들었다고 조사되었습니다. 청년예술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대중음악·다원예술 분야 종사 예술인의 이 시기 개인소득 감소율은 4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 예술 청년들의 심각한 경제적 현실을 보여줬습니다.

광주주광역시와 광주문화재단이 예술 청년 일자리를 위해 몇 가지 일을 시도하고 있긴 합니다. 지역 문화예술 단체나 법인·기업 등에 청년인력을 배치하고 인건비를 지원하는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으로 40여명을 지원했고, 그 가운데 12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실적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사실 예산도 작고 실적도 초라합니다.

젊은 문화예술 인재 지원

희망은 일자리 정책이 아닌 다른 곳에서 터져 나옵니다. 올 초 광주문화재단이 창간한 문화예술담론지 ‘귄있진’에는 총 26건의 글이 실렸습니다. 창간사와 화보 몇 장을 제외한 다수가 광주에 사는 청년예술인, 혹은 문화현장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의 글입니다. 눈길을 끄는 주제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광주에서 기후 정의 운동하기’ ‘지역의 성 소수자들을 호명하기’ ‘19889 전방여성노동자항쟁’ 같은 기사들에 관심이 갔습니다. 이런 젊은 문화예술 인재들이 우리 지역에 함께 숨쉬고 있었다고? 게다가 건전하고 신선한 문제의식과 치열한 취재, 깊이 스며 있는 광주사랑, 자부심 등에 오히려 부끄러움도 생깁니다.

광주문화재단이 청년일자리 사업도 열심히 추진하면서 앞으로 이런 젊은 문화예술인들을 더 발굴하고 활동 무대를 제공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깁니다. 다시 ‘영원한 청춘의 도시 광주’라는 시구가 떠오르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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