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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마음 함께하는 공동체를 그리다

함진원 시집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
욕망 탐욕 도시인 직시
두레밥 문화 대안 제시
유대감의 필요성 주목

2023년 03월 21일(화) 18:53
함진원 시인이 67편의 시를 엮은 시집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를 펴냈다.

시인이 바라보는 것은 항아리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함께 어울리면서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공동체 사회다. 자본주의 체제에 종속돼 끊임없는 욕망과 탐욕에 허우적거리는 도시인들의 삶을 직시하고 그 대안으로 두레밥 문화를 제시했다.

두레밥은 두레로 일을 하고 공동으로 먹는 밥이다. 두레꾼들은 일터로 가져온 점심뿐만 아니라 오전 참과 오후 참 등을 먹는데, 자신의 집에서 평소에 먹는 것보다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고 공동체의 유대감을 가져, 힘든 농사일을 함께해 나가고 상부상조의 토대를 마련한다. 노동력이 없는 마을의 노약자나 과부의 농사를 지어주거나, 마을 사람들의 대소사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두레밥 문화는 일제가 토지 조사 사업을 통해 조선인의 토지를 사유제로 만들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자영 신분의 조선 농민들이 소작인으로 내몰리면서 두레밥을 나누는 토대가 상실된 것이다. 해방 뒤에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농촌의 공동화 현상을 가져와 두레밥 문화는 고전적인 유물이 됐다. 그렇지만 두레밥 문화가 완전하게 소멸된 것은 아니다. 그 형태는 바뀌었지만, 현재의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함진원 시인은 두레밥 문화를 재발견, 이를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항아리처럼 넉넉한 사람들과 보리밥 먹는 것”(증심사에서)과 공원 어귀에 밥차가 들어와 밥 냄새를 풍기자 구름처럼 사람들 모여드는 때를 “은빛으로 찰랑거리는 시간”(은혜로움이여)으로 여기는 장면이 바로 그렇다. 아랫마을 감목리댁이 건조한 일상에 수제비 쑤는 날을 “온 동네 까치 떼 함께하는 잔칫날”(오후 한때)로 연기는 것도, 아주 추운 날이었지만 “따순 밥 먹자고 손잡아주는 마음 있었기에 환한 모란꽃을 기다릴 수 있었다”(그 겨울)고 고마워하는 것도 그렇다. 나아가 광주 사람들이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을 믿고 정의롭게 맑고 진실하게 견디는 마음을 “주먹밥 마음”(그날, 도청에서)으로 인식한 것에서도 두레밥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맹문재 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는 작품 해설에서 “인간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부단하게 어울리는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며 그 공동체적 유대감의 필요성을 일깨워준다”고 설명했다.

함평 출신인 함 시인은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시 ‘그해 여름의 사투리 調(조)’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인적 드문 숲길은 시작되었네’, ‘푸성귀 한 잎 집으로 가고 있다’, 연구서로 ‘김현승 시의 이미지 연구’가 있다. 기린독서문화교육원을 설립하고 기린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치유 글쓰기와 책 읽기 독서 모임을 하는 등 책 읽는 사회 만들기 운동을 하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다.

/최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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