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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이 전하는 삶의 외연

김휼 ‘말에서 멀어지는 순간’
일상의 모습 순간 포착
이미지와 문자의 융합
총 67편 시·사진 엮어

2023년 03월 14일(화) 16:56
김휼 시인이 사진 시집 ‘말에서 멀어지는 순간’을 펴냈다. 총 67편의 시와 사진을 고루 담아낸, 시인이 마주한 일상의 풍경과 그 안에 함의된 시상을 한번에 볼 수 있는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도서출판 걷는사람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걷는사람 사진 시선’이다. 이름 그대로 사진과 시를 한 권에 엮어낸 것으로, 시인이 걸어온 삶과 보아 온 풍경, 느껴낸 정서를 한데 모았다.

‘말에서 멀어지는 순간’에 실린 67편의 시선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 다섯 개의 부로 나뉘어 생명의 순환과 그 너머의 삶의 진리를 조감한다. 일련의 시편들을 통해 독자들은 오롯이 김휼 시인의 시선으로 담아낸 일상, 자연, 풍경, 정서, 신앙을 속속들이 만나볼 수 있다.

‘봄, 꽃 한 송이 피우고 가는 일’ ‘여름, 가뭇없이 밀려나는 먼 곳’ ‘가을, 어둔 맘 그러모아’ ‘겨울, 내가 걸어야 할 당신이라는 길’ ‘다시 봄, 눈부신 찰나를 가지고 있는’ 총 다섯 개의 부제는 생성과 소멸의 순환이 담긴 풍경을 통해 생의 숭고함과 지금 여기의 소중함을 담아낸다. “헤아리는 마음으로 피사체를 오래 들여다보면 신비 아닌 것이 없고 기도 아닌 것 없다”는 시인의 말처럼 김휼은 꽃이 진 자리를 환한 연둣빛으로 채우는 자연의 섭리를 통해 마음의 흉터도 무늬가 될 수 있음을 반추한다.

김휼 시인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일상에서 소재를 취해 결코 사소하지 않은 미학과 시상을 사진과 시로 표현했다. 가령 단풍이 우거진 가을 풍경을 두고 ‘한나절 쓸어봐도 마음은 비워지지 않’(비울 수 없다면 고요히)는다고 표현하거나 아스팔트 사이에 피어난 들꽃을 두고 ‘산다는 건 꽃 한 송이 피우고 가는 일’(소명)이라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새벽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노인의 굽은 등을 ‘어둔 맘 그러모아 십자가 아래 두고 가는 길’(걸음 중 의지 부분·새벽기도를 마치고)이라 매만져주기도 하고, 낙조의 파동을 보며 ‘어느 사이/시간의 물결은 여기까지 날 데려왔구나’라고 회한하기도 한다.

김휼 시인이 담아낸 사진 속 풍경은 길을 걷다 한 번쯤 마주칠 법한 일상의 모습이다. 하지만 시인은 이를 놓치지 않고 순간을 포착해냈다. 그 시선은 미시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고, 시심으로 나아가 시인만의 언어로 세상의 이치를 잠언처럼 조명한다. 김휼은 다채롭고 풍요로운 삶의 외연을 분명하지만 낮은 목소리로, 이미지와 문자의 융합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한다.

박찬호 광주가톨릭교육원 사진교실 담당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김휼 시인의 시와 사진에서는 시의 본질적 근원을 따라가는 회상이 펼쳐져 있다”면서 “사진은 회상의 은유가 됐고 시는 회상의 근원을 쫓아간 것이다. 서로의 종속 관계가 아닌 사진과 시가 펼쳐진 세계에 빠져들어 침묵의 시간을 즐기길 바란다”고 밝혔다.

장성 출신인 김휼 시인은 2007년 ‘기독공보’ 신춘문예, 2017년 ‘열린시학’으로 등단했다. 백교문학상, 여수해양문학상, 윤동주문학상, 열린시학상, 목포문학상 본상을 수상하고 2021년 광주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 시집으로 ‘그곳엔 두 개의 달이 있었다’가 있다.

사진 시집 ‘말에서 멀어지는 순간’ 출간과 함께 시 사진전도 열리고 있다. 오는 31일까지 5·18기념문화센터 B1전시실이다./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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