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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
2023년 03월 06일(월) 15:34
출처 아이클릭아트
혼술

글 조세핀 시인

최근 몇 년 사이 혼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술이란 자고로 여럿이 어울려 주거니 받거니 해야 제 맛이거늘 펜데믹이 술 문화를 바꿔 놓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 마시던 애주가들이 강제적 격리를 당하다 보니 찾은 출구가 혼술이다. 예전 같음 혼술하는 사람에게 중독이니 뭐니 하며 우려의 눈길을 보냈을 텐데. 지금은 새로운 술 문화로 자리 잡았다.

나도 종종 혼술을 즐긴다. 비가 와서, 눈이 내려서, 바람이 불어서, 운동하고 나서, 좋은 일이 있어서, 슬픈 일이 있어서 등 등 등. 어쩌면 내가 술을 즐기기보다 술이 나를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애주가들에게는 술 마실 핑계가 넘쳐난다. 모든 날들이 특별하게 다가와 기념하고 싶어진다. 그렇다고 내가 날마다 술을 마신다는 것은 아니다. 술이 갖고 있는 매력을 충분히 인정해주는 예를 갖춘다고나 할까. 술에 대한 예라면 코웃음을 칠 수도 있겠지만 술도 음식 중 하나이다. 적절하게 마신다면 몸과 마음에 보약이 될 것이라 믿는다.

혼술하면 당나라 최고의 시인 이백이 떠오른다. 달빛 아래에서 홀로 마시는 술맛이 어떨지는 혼술을 해 본 자들이라면 조금이나마 상상이 되지 않을까. 그것도 자연을 벗삼아 술을 마셔 본 자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나 또한 이백처럼 달빛이 내리비치는 강 위에서는 아니지만 빗소리를 들으며 마시는 술이 일품이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가끔은 비 예고가 없었는데 갑자기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술을 마시게 되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생각지도 않은 커다란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얼마 전에 비내렸다. 그것도 토요일 밤에 말이다. 때마침 술을 좋아하는 몇이 모임을 막 끝내고 일어서려는 자리였다. 우리는 때를 놓치지 않고 적당히 마실 곳을 찾았다. 주변이 대학가라 술집마다 젊은이들이 넘쳐났다. 술이 나이를 따지지는 않지만 우리는 그들 속으로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서성거렸다. 그러는 동안 차츰 빗줄기가 굵어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 앞에 있는 술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마침 창 쪽에 자리가 비어 있었다. 맘껏 비를 감상하면서 술을 마시기에 최고인 자리를 차지한 우리는 술 한 잔도 마시지 않고 취기가 오른 듯 흥이 났다. 술과 안주가 나오자 다들 혼술도 좋지만 이렇게 여럿이 모여 함께 하니 더욱 좋다며 건배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따로 또 같이라는 말이 있다. 함께 하지는 않지만 함께 하고 있다는 뜻이다. 나도 혼술을 하면서 종종 멀리 있는 친구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멀리 있어 술잔을 부딪히며, 건배는 못하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자며….

. 전남 강진 출생 . 광주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졸업 . 2016년 계간 ‘시와 사람’ 등단 . 2020년 시집 <고양이를 꺼내 줘> . 현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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