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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 기부제, 일본에서 배운다

이원근 광주 동구청 기획예산실장

2023년 02월 23일(목) 18:40
이원근 동구청 기획예산실장
동구를 비롯한 광주 4개 자치구와 강원 양구, 충남 부여 등 공정관광 지방정부협의회 소속 8개 지자체가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연수를 다녀왔다. ‘고향사랑 기부제’를 시행착오 없이 정착시켜보기 위해서다. 아시다시피 고향사랑 기부제는 앞서 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고향세’를 모태로 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06년 도시와 지방의 재정 격차 해소를 위해 고향세를 도입해 시행 15년 만인 2021년에 8,300억 엔(8조1,000억원)을 모금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고향세 선진지 탐방



연수단은 짧은 체류 일정 동안 많은 것을 배워오겠다는 각오로 1일 1도시를 섭렵하는 강행군에 나섰다. 첫날 방문한 사가현은 고향세 대표 벤치마킹 도시로 손꼽힌다. 고향세 모금에 팔을 걷어붙인 110개 비영리단체(NPO)의 활약 덕분이다. 사가현은 비영리단체에 고향세 모금, 답례품 제공, 기금사업을 일괄 위탁해 고향세 홍보대사로 나서도록 했다. 비영리단체를 믿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단체장의 통 큰 신뢰가 든든한 뒷받침이 됐다. 그 결과 2021년 기준 90억 원의 기금을 모금하여 난치성 질환 어린이 치료비 지원, 장애인 및 은둔형 외톨이 지원 등 ‘사회적 약자를 따뜻이 보듬는 도시’ 브랜딩에 성공했다.

둘째 날 찾은 진세키고원정은 유기견 살리기 캠페인으로 기부자들 마음을 사로잡은 경우다. 국제협력단체 ‘피스 윈즈(peace winds) 재팬’과 손잡고 살처분되는 유기견을 재해 현장에서 사람을 구조하는 구조견으로, 마음 약자를 위한 보호견으로 훈련시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왔다. 유기견 보살핌 기금사업을 통해 진세키고원정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동물에게 친절한 도시’라는 이미지를 얻었고 매년 100억 원의 기금 모금과 200여 명의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고향세 기부에 꾸준히 참여하는 관계 인구를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마지막으로 들른 새토우치시에서는 ‘야마토리게 귀향 프로젝트’라는 특별한 기금사업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세토우치시는 과거 일본의 도검 생산으로 유명한 고장으로, 이곳에서 만들어진 ‘비젠 검’은 해외에서도 매입에 나설 정도로 희소가치가 높았다. 세토우치시는 ‘비젠 검’을 대표하는 국보급 유물 야마토리게의 해외 유출을 막고 도검 박물관을 만들어 영구히 보존·관리하겠다는 프로젝트를 홍보해 1년 3개월 만에 77억 원을 모금했다. 약속대로 도검 박물관을 건립한 세토우치시에는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야마토리게를 보기 위해 몰려든다고 한다.



‘제도 활성화’ 교훈 삼아야



연수단은 이번 벤치마킹을 통해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기부자 중심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기부자의 거주지역에 기부할 수 없고 금액도 500만 원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일본은 거주지역에도 기부할 수 있고 기부금액에도 상한을 두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기부 조건이 까다로운 반면 일본은 기부 편의를 고려하고 기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발전되어 온 것이다.

둘째는 민간플랫폼의 활성화다. 소멸 위기를 맞은 일본의 지자체들은 민간과 밀접하게 협력하면서 관계 인구를 늘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다음 관계 인구를 중심으로 도시 청년들에게 금전적인 지원, 정책적인 혜택을 알리며 정주 인구 정착을 유도하는 다양한 활동에 나서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차별화된 스토리와 답례품 구성으로 기부자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성공사례는 역사·환경 등에서 착안한 기금사업과 답례품을 통해 나의 기부에 보람과 의미를 주는 동기부여가 되고 있었다. 아울러 내가 기부하는 도시에 애정을 갖고 먹거리와 특산물을 소비하는 공정관광으로 이어져 지방재정 확충뿐만 아니라 지역 활력에 마중물이 되고 있었다. 연수 경험이 각 지자체의 특성에 맞게 활용되어 고향사랑 기부제가 우리나라에서도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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