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 기고=박우량 신안군수]1004섬을 상상한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쉼 없이 재촉해왔다. ‘꿈’을 섬에 입히는 일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바람, 햇볕, 바닷물이 소득이 돼 희망이 샘솟고 있다.

섬에서 태어나 당당하고 신안군에서 사는 일은 자랑거리다. 인구 소멸 고위험 지역 1위, 전국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재정자립도는 신안의 현주소다. 여객선 운항 통제는 연 평균 115일이고 서울에서 가장 먼 지역이다.

거들떠보지도 않은 신안군이 기적을 쏘고 희망을 낳고 있다. 우려를 씻어내고 한계를 극복한 여객선 야간운항은 섬사람들의 오래된 한을 풀었다. 뱃길 시간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해 끈질긴 노력 끝에 얻어낸 값진 결과다.

전국 최초로 시행한 버스공영제의 성공은 국내 언론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민선 7기에는 완벽한 대중교통체계를 구축해 편하고 안전한 ‘버스완전공영제’를 정착시켰다. ‘가고 싶을 때 가고, 오고 싶을 때 올 수 있는’ 세상을 열어 해묵은 교통난을 해소했다. 1004섬의 공영 버스는 오늘도 군민의 행복을 싣고 달리는 중이다.

◇1004섬의 기적

색으로 이야기하는 세계 유일의 섬, ‘퍼플섬(purple island)’은 아름다운 바다정원과 드넓은 갯벌, 보라색 꽃들이 한데 어우러져 장관이다. 섬에 자생하는 왕도라지꽃, 꿀풀꽃이 버들마편초, 라벤더가 한데 뒤엉켜 환상적으로 빛난다.

고작 130여명이 사는 작은 섬은 지난해 40만명이 다녀가 들썩였다. ‘색깔’로 승부수를 띄워 성공을 거둔 셈이다. 세계최우수관광마을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지도읍에 딸린 작은 섬 선도는 노랗고 하얀 꽃잎, 가냘픈 자태를 뽐내며 수선화가 들판에서 일렁인다. 봄이 오는 선도에는 10ha의 수선화 꽃밭에서 50만송이가 흐드러지게 핀다.

대기점도와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은 신비스럽다. 바닷물이 빠질 때만 오갈 수 있는 노두길로 이어졌다. 1km마다 12사도의 이름을 딴, 작고 아름다운 ‘건축미술’ 작품이 곳곳에 들어섰다. 누구나 자신만의 신앙의 장소로, 자기성찰의 공간이다. 작업에 참여한 국내·외 내로라하는 작가들은 계절이 세 번 바뀔 때까지 섬 안,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자연과 함께 자신과의 전쟁을 벌였다. 언제라도 가고 싶고, 가야 할 섬이다.

뭍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도초도에서는 한여름 수국의 향연이 절정을 치닫는다. 산수국, 나무수국, 제주수국 등 이국적인 수국과 24만여본의 핑크와 블루, 퍼플 1004만 송이가 앞 다퉈 피어오른다. 화도선착장에서 수국공원 간 농수로 변의 팽나무 10리길, ‘환상의 정원’은 놓칠 수 없는 명소다. 70~100년생 아름드리 명품 팽나무 716가 끝없이 이어지는 폼 나는 길이다. 전국 곳곳에 흩어진 야생에서 자란 수형 좋은 팽나무만을 기증받아 운반하고 심어 가꿨다.

자은도의 ‘1004뮤지엄파크’는 바다와 모래, 해송 숲을 활용해 디자인했다. 자연이 내준 그대로를 복합 문화예술단지로 조성했다. ‘쉼’을 얻기에 최적의 공간이다. 파도와 바람이 빚어놓은 수석 300여 점을 ICT 기술을 접목해 만든 수석미술관은 흥미롭다. 조개박물관에서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자 갯벌습지보호지역인 깨끗한 바다와 갯벌, 모래 등에 서식하는 화려한 조개와 고둥도 만날 수 있다.

민선 8기 1004섬은 꽃이 만발한 섬, 숲이 울창한 섬, 겨울 꽃이 피는 섬이 목표다.

장산도는 사계절 내내 향기로운 백색의 꽃이 넘치는 섬으로 만들 목표를 세웠다.

봄에는 백목련, 샤스타 데이지, 여름 흰색 목 백일홍, 가을 은목서, 겨울엔 흰 애기동백이 넘실댈 날이 머지않았다.

지도읍 장동 저수지 일원에는 라일락 정원이 선보인다. 비금면은 붉은 빛의 꽃들과 편백나무 숲, 해변, 연꽃이 함께 어우러진 레드정원이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혼이 살아있는 하의도는 인동초와 하귤이 조화를 이루는 한반도 평화의 숲이 위용을 갖춰가고 있다.

하귤나무는 모진 추위를 이겨내는 인동초처럼 한 겨울에도 꿋꿋하게 열매를 지킨다. 옥도는 작약, 우이도는 백서향 등 섬 정원화 사업은 진행형이다.

1도 1뮤지엄 건립은 하나의 섬마다 미술관, 박물관을 짓는 프로젝트다. 군민들에게 문화와 예술을 맘껏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자연을 모티브로 한 독특한 작품들이 ‘착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문을 연 14곳의 뮤지엄 중 흑산도의 새 조각박물관은 세계 유일무이한 곳이다.

현재 추진 중인 뮤지엄 건립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국내 작가는 물론, 해외 거장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어서다. 세계적인 추상화가 김환기의 고향 안좌도에 플로팅뮤지엄 건립공사가 한창이다. 물에 뜨는 미술관은 내년 말 목표로 7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나오시마 예술의 섬에 이누지마의 제련소를 설계한 아나기유키노리가 참여했다.

영국의 유명한 건축가로 현대 미술의 최고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앤서니 곰리도 신안군에 손을 내밀었다. 비금도 해변 약 150만 평에 바다의 미술관을 짓는다. 물에 잠기는 미술관이다. 썰물 때 바다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물이 차면 잠기는 바다 미술관은 설계를 마친 상태다.

덴마크의 올라퍼 엘리아슨은 수국을 형상화한 대지의 미술관을 실시 설계중이다.

자은도의 인피니티 뮤지움은 마리오 보타와 박은선 작가가 손을 맞잡았다. 마리오 보타는 서울의 리움미술관과 강남의 교보 빌딩, 화성시의 남양 성모마리아 대성당을 설계했다.

하의 3도의 농지 탈환 역사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권과 평화의 정신을 살린 동아시아 인권 평화미술관은 재야 작가 홍성담이 맡았다.

흑백 사진의 대가 마이클 케냐와 매그넘 포토스 소속 작가들은 사진을 통해 신안군과 세계를 잇고 있다. ’갯벌의 풍경과 바다와 함께하는 삶의 모습‘을 주제로 섬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비교 우위 자원 ‘소득’

신안군은 바람과 햇볕, 바닷물 등 고유 자원을 이용한 주민참여형 개발이익 공유제를 발굴하고 시행해 주민들에게 평생 연금을 지급중이다. 현재 군민의 70%인 7,568명에게 4억5,000만원을 지급했다.

수입이 늘어나자 인구도 증가 추세로 돌아서는 등 시너지 효과가 만만치 않다.

480㎢의 건강한 갯벌에서 열정으로 빚어 낸 1004 개체굴도 날개를 달고 있다. 기존 굴의 10배 가격을 웃돌며 갯벌 3,000평당 6,000만원의 소득이 예상된다.

분명한 진가 두 가지는 입 안 가득 차오르는 ‘참 맛’과 주민들의 든든한 ‘소득 창출’이다.‘청년이 돌아오는 어선 임대사업’은 지난 2019년부터 어업에 종사하고 싶어도 여건상 어려운 청년 어업인에게 어업기반 확보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