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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광장>내가 좋으면 상대도 좋을 거라는 착각 이제 그만
2023년 02월 15일(수) 15:10
<전매광장>내가 좋으면 상대도 좋을 거라는 착각 이제 그만
대유민 전남청소년성문화센터장

도무지 세상과는 담을 쌓았는지 마치 한 집단이 고립된 채 살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3개월 전 성희롱 재발 방지교육이 생각난다. 고정관념이 너무 강한 조직원 중 S는 “3년이나 지난 일을 가지고 이제 와서 성희롱이라고 부하직원이 주장하고 있는데 황당하다. 남자들끼리 평소처럼 성적인 농담을 주고 받았고 다른 직원들은 다 웃어 넘기고 아무렇지 않은데 왜 혼자만 문제를 삼는지 모르겠다. 나한테 억하심정이 있지 않고는 이럴 수 없다”며 고개를 떨군 채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성희롱 징계로 10회기 성희롱 행위자 특별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다. 비합리적인 생각들을 바꾸고, 성인식을 점검하고, 피해자를 공감하고, 사건 발생 과정을 이해하고, 사건경로를 탐색해 대안 행동을 찾아보는 등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동의 없는 성적인 농담도 폭력이라는 것을 배웠고 같은 농담을 하더라도 누구는 불쾌하고 혐오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업무상 패쇄적인 공간에서 일하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진작 알았더라면 부하직원을 성적으로 희롱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성적인 농담은 사무실 분위기를 좋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직원들 간 신뢰가 깨져 불편한 상황이 될 수 있고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반성합니다.” 교육 종결 4회기 남겨 둔 시점에서 S의 말이다.

남자끼리도 성희롱 성립

S는 “오래전 일인데 문제가 되는지?”, “남자끼리의 성적인 농담도 성희롱 성립이 되는지” 궁금해 했었다. 피해자는 문제를 제기할 때까지 3년 동안 행위자와 함께 근무하는 상황에서 불편하고 심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피해 사실을 늦게 신고했다 하더라도 성희롱이 아닌 것이 아니며, 성희롱 피해를 구제 받을 수 있다. 사실 피해자는 직위에 의한 관계에 의해서 회사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성희롱 피해를 감수하는 경향이 있고, 2차 피해에 대한 불안이나 문제 유발자로 낙인찍히는 것의 두려움, 다른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등으로 피해 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피해자가 처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서 보아야 한다.

성희롱은 같은 남자라 하더라도 같은 상황을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해석하는 차이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주관적이라 성희롱의 발생 뿐만 아니라 성희롱으로 인식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S의 경우도 성적인 농담을 했을 때 다른 직원들은 다 웃고 넘기고 아무렇지 않았는데 피해자가 문제를 삼았다고 한 상황은 같은 상황일 때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해석하는 차이로 볼 수 있다. 성별로 성희롱 성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끼리의 성적인 농담도 성희롱으로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에 말로 물어봐야

S는 징계를 받을 당시 “우리 엄마한테 할 수 있는가? 상사에게 할 수 있는가? 여동생에게 할 수 있는가?” 스스로 물어봤더니 답은 ‘NO’였다고 했다. 확실히 성희롱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가 제기될 당시만 해도 “성희롱 할 의도가 없었고 당직하고 피곤해 보여 힘내라는 의미에서 한 농담이라며 변명하기 바빴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낯이 뜨겁고 돌아가면 피해자에게 정식으로 사과하겠다”고 한다. “이제 직원을 아끼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겠다”며 “성적인 농담을 할 때도 물어보고 하겠다”고 한다. 직원을 존중하는 길이라며….

성희롱의 여부는 성희롱의 유형에 상관없이 적극적 동의, 현재적 동의, 평등적 동의의 여부에 의해 결정되어져야 한다. 동의의 의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비언어적 몸짓이나 침묵 등의 행동은 상대방의 주관적 해석에 의해 오해의 소지가 많다. 반드시 언어 표현으로 ‘예’라는 의사를 전달할 때만 진정한 의미가 성립된다. 성적인 농담을 할 때 다 웃고 넘긴다는 것이 모두 성적인 농담을 좋아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내가 좋으면 상대도 좋을 거라는 착각은 이제 집어 치우고 제발 좀 물어보고 하자. “성적인 농담 해도 돼?”, “만져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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