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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광주·전남 합쳐질 수 있는가
2023년 02월 12일(일) 10:20
<열린세상>광주·전남 합쳐질 수 있는가
정진탄 뉴미디어본부장 겸 논설위원

오래 전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언’이란 저서를 통해 자유민주주의가 공산주의에 승리했으며 이 때문에 역사·정치적 진보는 끝났다고 주장해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인간의 본성에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가장 잘 어울린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새뮤얼 헌팅턴은 화제작 ‘문명의 충돌’을 통해 소련 붕괴 이후 세계 역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모두 귀결되는 게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공백을 대체할 몇 개의 문명권으로 나뉘고, 이들 세력의 충돌이 지속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종교적인 분쟁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십 년 전 발표된 저작이 아직도 시대적으로 유효한 점이 많다. 우리는 진정한 공산주의를 목도하지 않았고, 끊임없는 종교 간 충돌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미국과 유럽 대 권위주의 체제 러시아 간 대결, 이로 인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외에 이슬람과 기독교 간 갈등, 중국 문명권 내 이슬람 세력과의 불화 등 세계는 아직도 평화가 아니라 갈등과 충돌, 전쟁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욕망의 덩어리’ 인간 본성

세계적 사건에 대한 시각을 정립하고자 사상가와 그들 저작을 예시한 게 아니다. 이들이 연구 과정에서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천착한 것 같아 언급했다. 후쿠야마와 헌팅턴은 미국 스타 정치학자로 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니체 등 인류 지성인들의 이론을 두루 섭렵했음은 물론이며 인간의 가치와 신념, 종교 등과 관련한 방대한 연구를 선보였다.

인간은 욕망의 덩어리여서 공산사회처럼 일률적으로 공동생산하고 공동분배하기 힘들다는 것, 또 자신의 존재 가치를 두는 신념체계, 종교적 세계는 서로 다를 경우 화합하기 어렵고 되레 충돌을 해갈 수밖에 없음을 설파한다. 어떻게 보면 인간의 비극이라고 할 측면이다. 전 세계적으로뿐 아니라 피를 나눈 가족 간에도 이익과 종교적 믿음이 다르면 틀어지기 일쑤인대 뭐 더 할 말이 있겠는가.

천년을 같이 했다는 광주와 전남도 수가 안 맞으면 어깃장을 놓는 일이 적지 않다. 군 공항 및 민간공항 이전, 나주 혁신도시발전기금 조성, 행정통합을 둘러싼 크고 작은 갈등과 신경전이 이어졌다. 상생과 통합이란 대의명분, 대승적 가치에 흠뻑 취하다가도 눈앞의 이익이 맞지 않으면 외면하는, 오락가락 행보가 저간의 사정이 아닌가.

인간에게 통합과 분열의 DNA가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모르지만 통합이 되고 상생이 되기 위해서는 그냥 ‘맨입’으로 되지 않는다. 서로 간 이익이 얼추 맞아야 가능하다.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희생돼선 여간해서 하나로 뭉치긴 쉽지 않다. 설령 하나로 합쳐졌다고 해도 이익이 기대만큼 아닌 것으로 판단되면 또 헤어질 수 있는 게 이치다. 기업의 인수합병 및 분산, 연구원의 통합·분리, 인간의 결혼과 이혼 등이 이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광주와 전남이 합쳐지는 것이 좋은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나은가. 지금 시대정신은 통합과 상생이어서 인구 및 지역소멸 방지, 망국적인 수도권 쏠림 타파, 지역균형발전 정책 등이 대세를 이룬다. 그런데 속도가 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후쿠야마와 헌팅턴의 지적을 도식적으로 인용해 보면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 고유한 문화적 체계가 워낙 단단해서인가.

하지만 광주와 전남은 애초 한몸이었고 한뿌리였다. 그럼에도 왠지 광주와 전남에서 통합과 상생을 하자고 목소리를 낼 때면 코스프레가 아닌가 할 때가 있다. 진정성을 가지고 광주와 전남의 미래를 펼쳐보이고자 하는 게 아니라 그저 관계기관끼리 적절히 어느 정도 수준에서 타협하고 암묵적인 현상유지를 바라고 있는 건 아닌지 헷갈릴 때가 있다는 것이다.

코스프레하면서 목표 달성 시간을 늦추고 있는 건 아닌지 가슴에 손을 얹어보라. TK(대구·경북)가 행정통합이 무산되고 부·울·경 메가시티가 실패했다고 우리도 그래야 하는가. 대구경북연구원이 분리됐으니 광주전남연구원도 그래야 하는가 말이다. 우리라도 성공하면 안 되는가. 광주와 전남을 묶어서, 종국에는 전북까지 포함해 소위 ‘전라민국’을 세우면 안 되는가 말이다. (원래 전라민국은 타 지역민이 호남을 얕보는 언어로 사용했지만 여기서는 권역국가로서의 성장·발전을 도모한다는 긍정적 의미로 표현했음을 밝힌다.)

눈앞 이익 급급 집단심리

인간의 본성은 눈앞 이익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지만, 반대로 다 줘도 아깝지 않다고 여기는 정을 갖고 산다. 광주와 전남은 가치 체계와 문화적 코드를 달리하지 않는다. 다시 하나가 됐을 때 한뿌리 감정이 상승하고 이익까지 극대화할 수 있다면 무엇을 망설일 것인가. 요는 이 같은 비전과 청사진을 갖고 지역민을 안내하고 이끌어가는 정치가, 단체장, 지역 리더가 다수 포진해야 하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또 지역민은 얼마나 열린 마음인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답을 내릴 수 없다.

먼 미래의 불확실한 성장·발전보다는 지금 이익에 매몰되는 집단적 심리 구도를 깨는 데 광주·전남 미래가 달려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광주와 전남은 오랜 기간 현상유지의 틈바구니에서 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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