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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꿈에서 깨어나 새로운 삶을 바라보다

고선주 시인 네번째 시집
'그늘마저 나간 집으로 갔다'
세상 속 온기 담은 시 53편

2023년 02월 07일(화) 16:59
고선주 시인이 네 번째 시집 ‘그늘마저 나간 집으로 갔다’를 펴냈다. 시집 ‘오후가 가지런한 이유’ 이후 5년 만이다.

이번 시집은 새로운 삶의 향방을 모색하는 동시에 부재한 집의 부정성으로부터 삶을 지켜낼 가능성을 타진한다. 여기에서 ‘집’은 시인 자신이 겪었던 경험의 산물이다. 그동안 펴냈던 세 권의 시집에서 한결같이 엿보였던 좌절을 근간으로 한 삶의 깊은 상실이 더욱 분화되는 동시에 상처와 결핍을 보듬는 일상의 복원을 갈구한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두 가지의 방향에 주목했다. 하나는 서정의 익숙함과 안정에 관한 시각을 역설적으로 해체해 다시 생성시키는 시도를 하는 한편, 개별 시들의 유사성을 묶어 각 부 구성을 어느 정도 탈피했다.

이번 시집은 제2부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가 주시한 것은 ‘집’이다. 그에게는 생소한 시적 도전이었다. 집에 대한 기억들은 차고 넘쳐 나지만, 시적 사유를 어떻게 감정으로 엮어 내면서 시적 맥락들을 부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시인은 세 번째 시집을 펴내고 오랫동안 침잠의 시간을 가졌다. 그것은 거의 반강제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지만 그는 늘 활자를 만지는 생업의 현장에 있었기에 창작과 함께 병존시키는 것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창작과 유사한 영토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창작적 에너지는 계속해서 방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올 한해 딱딱하게 굳어버린 시를 일깨우는 데 주력했다. 문예지에 발표한 몇몇 시편을 제외하면 모두 신작이다.

이번 시집은 ‘너를 보니 먼지가 수북해 오늘은 어때’를 비롯해 ‘골목길 끝 하늘 구겨 넣은 집 한 채’, ‘북적북적한 사람들 사이 파닥거림’, ‘길을 가다 막힌, 길 끝에서 만난 일상’, ‘너 지친 거니 가슴에 솟구치는 그 무엇’ 등 5부로 구성, 분주한 일상 틈틈이 창작한 53편이 실렸다.

추천사를 쓴 이병국 시인은 고선주의 시집에서 “세계의 강제로부터 자신을 상실하지 않는 삶의 태도”를 본다. 또한 “삶에의 긍정은 부정을 부정하지 않는 것, 그리고 부정으로 말미암아 현실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에 있다”고 이야기하며 그의 새로운 시집을 향해 찬사를 보낸다.

‘시인의 말’은 “긴 꿈에서 막 깨어났다”라는 고백으로 마무리된다. 고선주 시인에게 당도한 긴 꿈은 어떤 풍경을 가지고 있을까, 그 꿈에서 깨어난 시인은 어떤 새로운 방식으로 삶을 바라보게 될까. 이제 시인은 섣부른 위로 대신 우리를 향해 긴 꿈을 넘겨준다. ‘몸을 기대며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된 세상’(의자의 해석)에서조차 ‘온 세상에 하얀 눈이 내리는 것은/때 묻지 않은 사람들이 추워서 떠는 일 없기를 희망한 때문’(사계에 대한 아포리즘적 정의)이라는 믿음을 놓지 않는 시인의 따뜻한 여정을 그의 시에서 만날 수 있다.

고선주 시인은 199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와 계간 ‘열린시학’ 및 ‘시와산문’ 등에 시와 평론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시집 ‘꽃과 악수하는 법’, ‘밥알의 힘’, ‘오후가 가지런한 이유’가 있다.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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