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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광장>동성 간 성폭력, 성적 감수성 키울 때
2023년 01월 18일(수) 15:57
<전매광장>동성 간 성폭력, 성적 감수성 키울 때
대유민 전남청소년성문화센터장


00아! 3년 전 너는 엄청 큰 눈과 빼빼 마르고 또래보다 왜소한 몸집으로 초등학생처럼 엄마 뒤에 졸졸 따라 치료실에 들어왔던거 기억하니? 의자에 앉자마자 고개를 땅에 쳐 박고 눈을 마주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묻는 말에는 아예 답이 없거나 한참 만에 들을 수 있어 소통이 되지 않아 복장이 터질 것만 같았단다. 다른 가족이나 부모도 네가 그럴만한 원인의 대상은 아니었어. 그런데 너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게 된 건 정말 죽을 만큼 싫었겠지만 네 안에 있는 고통을 잘 표현 해준 순간 부터야. 중학교 3년 내내 동급생과 선배들로부터 말하기조차 힘들고 입에 담기 어려운 피해를 당했던 일 말이야. 그렇게 넌 가해자로 왔지만 다른 사람은 어쩌면 죽을 때까지 한 번도 겪지 못할 피해를 조금씩 조금씩 종이에 써내려 갔고 내용을 읽어 내려 갈수록 너무나 충격이었단다. 치료가 필요한 피해자였음에도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어 도움조차 받을 수 없었던 상황이 매우 안타깝게 느껴졌지. 그때 치료가 제때 이루어졌더라면 어쩌면 너는 가해자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원망스럽긴 해. 그런데 누구를 탓해야 할까?

왜곡된 시선 때문에 피해 숨겨

성폭력은 남자와 여자, 흔히 이성 간에만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동성 간 성폭력은 피해 사실을 알려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인식이 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듯이 동성 간 성추행은 장난이나 친근감의 표시로 보는 경우가 많고 위의 사례처럼 동성 간이지만 피해자는 피해를 당하고도 남자 피해자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 때문에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알리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해마다 동성 간 성폭력 사례는 증가하고 있지만 공식적인 통계는 아직 없어서 실제 성폭력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 해 볼 수 있다. 2년 전 탁틴내일과 엑팟 인터내셔널이 공동으로 발표한 성폭력 피해 남아를 지원한 실무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남아가 피해 사실을 알리는 데 장애물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8%는 ‘남아들이 스스로를 피해자로 정의하는 것을 꺼리는 것’이라 답했고 응답자의 27%는 ‘남성성에 대한 믿음(도움을 얻는 것은 약한 것이라는 생각)’ 항목에 답했다.

우리 사회에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규범이 있다. 기관에서 사건을 인지해 의뢰된 남자 성희롱 피해자에게 들었던 말도 남들이 남자답지 못하다고 할까봐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같이 즐긴거 아니냐, 동성애 아니냐 등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속으로 삼킬 수 밖에 없었다고 하였다.

이런 규범과 문화는 동성 간 성폭력을 바라보는 범죄 감수성이 매우 낮아져 성폭력 자체를 간과하게 되고 피해자를 더 힘들게 할뿐 아니라 도움과 지원을 어렵게 만들어 피해자의 후유증은 심각해 질 수밖에 없다. 동성 간이라 하더라도 성범죄 성립이 가능하고 이때 감형 요소가 작용하거나 선처 요인이 더 많거나 더 약한 처벌을 내리거나 피해자가 고통을 덜 느끼거나 하지는 않는다. 사회에 편견이 사라질 때 피해자 스스로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고 남자답지 못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더불어 동성 간 성폭력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강화되어야 하고, 동성 간 성폭력에 대한 성적 감수성과 건강한 성 가치관 확립을 위한 철저한 예방교육이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방교육 등 재발 대책 강구를

00아! 이제 너를 보낼 시간이야. 너를 만난 3년이 지난 지금 너는 너의 꿈과 진로에 대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때의 너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목소리로 발표를 하고 치료를 받아왔던 소감으로 멋지게 마무리를 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울고 있구나! 지금까지 너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변화된 진짜 너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거야. 고마워. 그리고 어른으로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네가 피해자 였듯 누구에게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 된거야. 성폭력 고통에서 벗어나 꿈에 도전하는 대학생활 잘하길 바래. 응원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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