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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광장>밑 빠진 두 개의 독(정당)
2022년 12월 07일(수) 16:36
<전매광장>밑 빠진 두 개의 독(정당)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한반도미래연구원장


‘새장에 갇힌 새’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새장에 갇힌 새는 밖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동료 새를 무척 부러워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밖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기회가 주어졌다. 주인이 모이를 주고 새장을 닫는 것을 깜박 잊어버린 것이다. 새는 새장을 나와 집 주변 작은 나무에 올랐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날개가 퇴화하여 더 멀리 날아갈 수가 없었다. 갑자기 자기를 노리는 사방의 적들이 무서워졌다. 새는 고민 끝에 다시 새장 안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집권 여당이나 거대 야당 민주당을 보면서 문득 ‘새장에 갇힌 새’가 생각났다. 날개가 퇴화한 새장의 새처럼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권력에 대한 욕심만 있을 뿐 국가를 경영할 비전이나 능력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양자택일의 선거 제도 때문에 운 좋게 번갈아 정권을 잡았을 뿐이다.

비전 없이 번갈아 집권

제2공화국 시기(1960-1961) 1년을 제외하고 1948년부터 1997년까지 48년 동안 대한민국을 지배한 것은 보수 정당이었다. 그런 보수 정당과 보수 세력에게 1997년 대선 패배는 심리적 공황상태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10년 동안 정권을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그러나 그들은 민주화 이후 새롭게 전개된 시대사적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2008년 정권을 되찾았지만, 그들에게 익숙한 것은 오로지 냉전 논리와 권위주의적 통치방식뿐이었다. 보수의 롤 모델 박정희 정권은 공과 과를 함께 가졌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나쁜 것만 인계받았다. 두 정권의 실패는 필연이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정치보복과 독선을 보면서 민주당과 진보진영도 절치부심했다. 촛불혁명은 그런 절치부심의 상징적 표현이었다. 그러나 촛불혁명 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기대 이하였다. 민생문제, 남북관계, 지역균형발전 등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해결해놓은 게 없다. 진영싸움만 격화되었고, 국가부채는 집권 초기 600조에서 1000조로 무려 70%나 증가했다. 집값 폭등은 집 없는 서민들을 힘들게 만들었다. 출산율은 임기 초 1.0명 수준에서 0.81명까지 떨어졌다. 5년 내내 검찰개혁을 부르짖었지만, 결과는 그들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경쟁당 소속의 대통령이 되고 더 나아가 ‘검찰 공화국’ 운운하는 세상이었다.

보수세력은 촛불 혁명과 문재인 정부 하에서 박근혜·이명박 대통령이 구속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들은 다시 절치부심했다. 정권을 되찾아오기 위해서라면 무엇인들 못 할 것이냐는 심정으로 대선에 임했다. 박근혜와 이명박을 구속하는데 일조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그들의 대선 후보로 선출한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국가를 잘 이끌 리 만무하다. 지난 6개월의 시간은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마저 한숨을 내뱉게 할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오죽했으면 조선·중앙·동아일보의 칼럼마저 연일 한숨 섞인 내용을 쏟아내고 있겠는가. 칼럼에는 ‘이러다가 또 조기에 정권을 빼앗기는 것 아닌가?’ 라는 보수진영의 우려와 초조감이 반영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보수진영은 지금까지 밑 빠진 정당에 물 붓기를 해왔다.

보수·진보진영 닮은꼴

그럼 윤석열 정부를 상대하는 민주당의 지금 모습은 어떤가? 한마디로 되치기당하는 데 이골이 난 정당 같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몰아내려다가 오히려 대통령으로 만든 것이나, 대선 직후 치러진 지자체 선거에서 검수완박법을 강행 처리하다가 선거참패를 당한 것, 그리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면서 그를 스타 장관으로 만들어주는 것 모두 일종의 되치기 당하기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행위를 하고 있는 점에서 진보진영 역시 보수진영과 비슷한 셈이다.

지금 우리 앞에는 초저출산 현상, 기후위기, 경제난, 신냉전체제 등 수많은 난제가 놓여 있다. 모두 힘을 합해도 해법을 찾기가 어려운 주제들이다. 그런데 양대 정당들은 이런 중요한 문제들이 아니라 찌라시 수준의 주제들을 놓고 사생결단의 싸움을 하고 있다. 싸우더라도 제발 ‘누가 덜 못하냐의 싸움이 아니라 누가 더 잘하는가를 보여주는 싸움’을 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진영의 차이를 넘어서 ‘부은 만큼 물이 채워지는’ 그런 튼튼한 정당이 필요하다. 밑 빠진 정당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수나 진보진영 모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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