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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2022

10·29 참사로 기억될 한해
광주·전남의 시계도 흐릿
■정근산 부국장 대우 겸 정치부장

2022년 11월 29일(화) 18:52
정근산 부국장 대우 겸 정치부장
어느덧 12월이 목전이다. 엊그제 첫 장을 넘기나 싶었던 책상 위 달력도 그새 쓰임을 다한 듯 헐거워졌다.

그렇게 막바지로 치닫는 2022년의 기억은 아프지만 이태원 ‘10·29 참사’일 듯싶다. 꽃다운 청춘 158명이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채 피지도 못한 채 스러진 참사. 기간도 방식도 모두 국가가 정한 것에 따르라는, 아무 말도 말고 그저 추모만 하라는 ‘관제 애도’의 불편함 뒤로 “영정 사진도 위패도 없는 곳에다 국화꽃을 헌화하며 애도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는 유족의 절규가 아직 마음을 때린다. 그럼에도 여전히 제대로 된 사과도, 책임지려는 이도, 책임을 묻는 이도 없다. 그나마 여야가 국정조사에 합의했고, 대통령의 사과와 제대로 된 진상을 규명하라는 유가족들의 호소, 국민들의 목소리도 선명하다. 10·29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와 애도는 그래서 아직 진행형이다.

대선이란 메가이벤트를 치른 정치권의 올해는 기이한 해로 기록될 듯하다. 초박빙의 승부와 권력 교체가 휘몰아쳤지만, 30%대 언저리를 맴도는 대통령 지지율 등 변화를 바랐던 국민들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전 정부와 야권을 헤집는 데만 권력을 쓰는 새 정부와 불과 몇개월 전 1,600만표의 강력한 지지를 얻었던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허우적대는 제 1야당의 무기력함에 넌덜머리마저 낸다. 어쩔 수 없이 직업이 직업인지라 전례가 없었던 도어스테핑과 대통령 전용기, 슬리퍼를 신은 기자를 둔 논란도 뇌리를 맴돈다.

경제 상황은 올 한해 더 팍팍해졌다. 먹을 것, 탈것 등 오르지 않는 게 없어 서민들의 삶은 더 고달퍼졌고, 못 살겠다는 노동계의 아우성도 여전하다. 수원 세모녀 사건 등 생활고에 시달리다 일가족이 숨지는 비극 역시 반복되고 있다.

시야를 광주·전남으로 돌려보자.

최대 관심사였던 6월 지방선거를 통해 광주는 새 권력이 들어섰고, 전남은 기존 권력이 유지됐다. 6개월여가 흐른 지금 양 시도의 시계는 흐리다. 민선 8기 광주시정의 키를 잡은 강기정 시장은 후보 시절 반려견과 어울리고 신경제지도 등 각종 정책을 발표하는 등 기존 센 정치인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6개월 안에 답을 내놓겠다던 핵심 현안 이른바 ‘5+1’에 대한 해법은 요원하고, 수소트램 등 주요 공약도 오락가락이다. 시정의 한 축인 의회와의 불협화음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낙하산 기관장 인선 등 시 안팎이 조용할 날이 없다. 와중에 돈줄마저 말라 마른 수건을 짜도 부족할 판이다.

재선인 김영록 전남지사는 민선 8기 광역단체장 평가에서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다. 김 지사는 민선 7기 때도 43개월 중 30번이나 1등을 차지할 만큼 지역민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언뜻 순항하는 모습이지만, 김 지사 역시 현재로선 딱 여기까지다. 해상풍력이나 의과대학 등 오랜 기간 매달린 현안들은 제자리걸음이고, 반도체나 초강력 레이저시설 등 추켜든 미래산업들도 장담하기 힘든 처지다. 안정감이란 달콤함에 도정이 안주하고 있지는 않은지, 중앙으로 전국으로 넓어지는 보폭과 목소리에 과함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하는 상황이다.

양 시도가 공히 지역발전을 위해 내세운 상생 역시 공허하다. 행정통합은 경제통합으로, 다시 특별지방자치단체로 선회하는 등 갈지자다. 성과라던 광주전남연구원은 다시 분리하자고 야단이고, 군공항은 난데없이 함평이 뛰어들어 혼란스럽다. 모두들 지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위정자들의 논리다.

지역정치권의 처지는 곤궁하기까지 하다.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비수도권 유일 후보로 최고위원에 도전한 광주의 송갑석 의원이 고배를 마시면서 21대 국회에서만 전북 한병도, 전남 서삼석 의원에 이어 세번 연속 선출직 최고위원 진입에 실패, 더는 ‘민주당의 심장’ 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졌다. 제 코가 석자인데 지역 현안들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2022년이 저문다. 2023년엔 거리에 나선 내 아이들이 불안하지 않은, 정치가 희망을 주는, 서민들이 더는 곤궁하지 않은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또 빈곤이 대물림되지 않은 그런 사회가 됐으면 한다. 앞이 흐릿한 광주·전남의 시계도 한층 맑아지길, 지역을 대표한다는 위정자들의 시선도 늘 시도민들을 바라보는 그런 한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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