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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세평>미래와 소통, 포워드 가이던스
2022년 11월 28일(월) 14:37
<화요세평>미래와 소통, 포워드 가이던스
강창구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기획조사부장


지난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3.0%에서 3.25%로 0.25%p 인상하는 결정을 내렸다. 올해 4월부터 무려 6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렸으며 이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높은 물가 오름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적 대응을 계속할 필요에 의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앞으로 언제까지 금리를 올릴 것인가, 그리고 금리 인상 폭은 얼만큼일까 등에 쏠려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 운영과 관련하여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당분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 두 가지 통화정책

중앙은행이 향후 통화정책을 시행할지 미리 언급하는 것을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라고 한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통화정책에 대한 미래 의도를 미리 제공함으로써 경제 주체가 미리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본격적인 정책 시행 전에 미리 언급함으로써 급격한 경제 변동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 중앙은행은 경제 충격으로 어려움에 빠진 경제 주체와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포워드 가이던스를 도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의 저서 ‘21세기 통화정책’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미래 지침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델포이(Delphic) 방식과 오디세우스(Odyssean) 방식인데, 두 단어는 모두 그리스 신화와 연관이 있다. 먼저 델포이 방식은 태양의 신 아폴론이 미래 예언을 할 때 델포이 신전에서 신탁을 받은 데서 유래하였다. 중앙은행이 향후 경제상황에 대해 현재의 전망이 실현되는 것을 조건부로 특정 용어나 문구 등으로 지침을 제시하는 것을 델포이 방식이라 한다. 이 방식은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유연함을 장점으로 들 수 있으나 모호하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오디세우스 방식으로 지중해에서 사람들을 유혹해 잡아먹는 괴물 세이렌이 부르는 노래에 유혹당하지 않게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몸을 배 돛대에 묶고 항해한 데서 이름 지어졌다. 중앙은행이 향후 어떠한 행태를 보일 것을 미리 약속하는 것으로 델포이 방식보다 상대적으로 기준이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시장의 기대를 신속하게 조정할 수 있고 정책 목표를 경제 주체에게 이해시키기 쉽다는 장점이 있으나,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한편 최근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올해 6월 미국 FED가 소위 자이언트 스텝이라 불리는 0.75%p 금리 인상을 단행하자 이전에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부인하는 발언을 했었는데 이와는 다른 결정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올해 7월 당초 예고한 것보다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였다. 이 같은 사례를 두고 중앙은행의 포워드 가이던스는 사실상 유명무실화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부 있었다. 하지만 이젠 포워드 가이던스가 필요없다고 단정하기에는 섣부른 판단이며, 오히려 불확실성이 높은 최근 경제상황에서는 보다 신중하고 데이터에 근거한 세밀한 포워드 가이던스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경제 주체·시장 불확실성 해소

우리나라는 최근 들어 한국은행이 포워드 가이던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한다’는 문구에서 당분간은 ‘3개월’을 얘기한다고 한국은행 총재가 설명했다. 또한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해 금통위원 중 대다수(3명)가 3.5%로 생각하고 있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과거 통화정책이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고려하여 ‘모호함’을 미덕으로 여겼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경제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지금보다 더욱 악화할지 아니면 예상보다 회복이 빨리 될지는 모른다. 미래 상황이 불투명하다고 해서 지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까울 수 있다. 델포이 신전에서 신탁을 기다리는 아폴론의 간절함과 유혹을 이기기 위한 오디세우스의 인내를 기억하며, 중앙은행이 미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경제 주체와 긴밀한 소통을 해야 하는 것은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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